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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시선

유희주 ,엄마의 연애

by 푸른사상 2014. 6. 27.

 

 

 

 

 

 

1. 도서소개

 

 

유희주 시인의 시집인 『엄마의 연애』가 <푸른사상 시선 41>로 출간되었습니다. 시인의 시적 자아는 세상에 대해 스스로 묻고 해답을 얻어가는 과정을 낱낱이 보여줍니다. 그는 자신을 근원적인 결핍감을 지닌 존재, 일상에 갇힌 존재로 인식하면서도 체험을 통해 터득한 관용의 정신으로 자신과 세상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음을 섬세하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2. 저자약력

 

 

유희주

1963년에 태어나 2002년『시인정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07년 미주 중앙신인문학상 평론 부문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떨어져나간 것들이 나를 살핀다』가 있다. 현재 메사추세츠 한인 도서관 관장이다.

또한 현재 메사추세츠 민간 한국 문화원 설립을 목표로 일을 하고 있다. 첫 번째 사업으로 ‘한인 도서관’을 개관했다. 도서 6,000권은 해외동포를 돕는 단체와 한국의 교수, 작가들이 수합해주었고 운반비는 현대해운에서 지원해주었다. 이번 시집의 인세 수입은 한국 문화를 알리는 일에 쓸 예정이다.

 

 

3. 도서목차

 

 

제1부

나의 대통령
엄마의 연애
바람난 여자
실용성 엄마
항아리
돌담에 나팔꽃 피고
고추꽃
다정한 교훈
낡은 바지에 대하여
나의 줄, 하나님
오렌지 마을 정류장
섬머 타임
삼양동집 우물
세 살, 마석에서
아버지의 밥상


제2부

엉겅퀴꽃
카렌의 빨간구두
그녀의 앞마당 나무
시 쓰기
꿈, 바람을 밟다
사라진다는 것
유배된 우울
그곳은 여전히 이곳
꿈을 꾸다
친구에게 쓰는 편지 1
친구에게 쓰는 편지 2
그해 여름
거짓말
우울 잠복기
유리벽 안과 유리벽 밖의 통로 1
유리벽 안과 유리벽 밖의 통로 2


제3부

연어 떼
오래된 기질
더듬이
도(道)
나리꽃
단절, 쓸쓸한 유보
콩나물 시루
백송(白松)
저녁 빛
인연
연리지
가을비
위문편지
달맞이꽃
초경


제4부


추억의 사십구재
생강나무 분재
소나무
정자 언니
소풍
안개
고요한 산책
까무룩하다
그러다가 가끔
춤바람
밥 할아버지
바람에 말리다
끝난 걱정

해설 상처의 힘으로 날아오르다

 

 

4. 시세계

 

‘사라지다’의 경이로움

유희주 시인은 새 시집에서 상처 입은 자신을 성찰함으로써 자신과 세상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비로소 사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의 줄, 하나님」에서 시인은 “내 젊은 날은 어디에나 상한 것이 천지였다”라고 노래한다. 시인의 시적 자아가 상한 것 천지인 상황에서 더 이상 상처 받지 않는 시간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그의 내면에서 일어난 변화에 의해서 가능하다. 그의 시적 자아가 경험하는 세상 이치의 터득은 자기와 외부를 인내하고 드디어 받아들이게 되는 관용의 시의식으로 이어진다. 그의 이 같은 시적 태도는 미래적 지향이나 초월의 태도가 아니고, 철저히 현실 체험에 의한 결과이다. 그는 삶에 회의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그가 외부와 자신에 대해 보여주는 관용의 태도는 오로지 현실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에 기반하고 있는 시의식이라고 볼 수 있다.

진행 중이다
유일하게 계속되는 것은 사라지는 것
일 센티미터 싹을 틔운 수선화
사라지기 위하여
맹렬하게 땅 위로 솟는다
순간에 기대어
봄날이 핀다
「사라진다는 것」 전문

유희주 시인은 사라지는 것에서 활기와 영속성을 발견한다. 사라지는 것이 유일하게 활기를 띠고 유일하게 지속성을 갖는다는 그의 인식은 역설적으로 보이지만, 이 같은 인식은 그가 지난한 삶을 몸소 체험한 끝에 얻은 삶에 대한 이해이다. “사라지는 것”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라면, 사라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사라짐을 받아들이는 화자의 태도는 고집과 애착과 욕망으로 세상을 보는 것으로부터 그가 벗어나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세상의 모든 살아 있는 사물들이 끝을 향해 나아간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그러나 그는 사라짐에 대해 자신의 어떠한 관념도 담지 않고 현상 그대로를 바라본다. 사라져서 슬프다거나 안타깝다거나 하는 그 자신의 감정은 싹이 나고 꽃을 피우고 사라지는 수선화하고는 무관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소멸을 안타까워하는 것은 인간의 관념과 감정에 지나지 않는다.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면
이생이 아니더라도 만날 것입니다만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은행나무나
안부 한마디로 족한 동네 친구가 좋겠습니다
여행지에서 버스 옆자리에 앉은 할머니로 만나
내내 수다를 떠는 것도 괜찮은 일입니다
「인연」 부분

여기에서 시인은 시간과 공간과 개체를 초월하는 만남이 인연임을 노래하는데, 이는 그의 무욕의 정신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유희주 시인의 무욕의 시정신은 그 자신의 고단한 삶을 체험하여 얻은 것이다. 무욕의 정신은 현실을 초월할 수 있으며 시인이 꿈꾸는 현재적 삶의 조건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여유를 마련한다. 고집과 애착을 버렸을 때, 시인의 시적 자아는 인간의 유한한 시간을 벗어나 자연처럼 순환하는 시간의식을 얻게 된다. 그는 순환하는 시간 속에서 영원함을 얻고 드디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것이다.

내 앞으로
아버지가 지나가고
엠마 할머니도 지나가고 스탠 할아버지도 지나갔다
그들이 내 귀에 대고 말한다
‘이젠 네 멋대로 살아도 돼야’

오 년째 암 투병 중인 셜리 할머니가 시간이 없다며 뛰고 있다
돈이 많았던 스탠 할아버지는 돈이 다 뭔데라고 말하며
죽는 순간까지 담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한 번도 남자가 없었던 엠마가 함께 밥 먹을 사람이 없다고 슬퍼하다가 갔다
독일 할머니는 미국 남편 눈치 보다가 독일 말을 다 잃어 버렸지만
남편이 훨씬 일찍 죽었다고 했다
「꿈을 꾸다」 부분

위 시에서 엠마 할머니, 스탠 할아버지, 셜리 할머니, 독일 할머니의 삶은 외롭고, 병에 시달리고, 많은 돈으로도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화자에게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화자의 인생 선배들이다. 화자의 인생 선배들은 화자에게 삶이란 과연 무엇인가? 하고 묻고 있으며, 그들이 그에게 가르쳐준 답변은 “이젠 네 멋대로 살아도 돼야”이다.
유희주 시인은 「밥 할아버지」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감각의 세계에서 ‘사라짐’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를 ‘시인 할아버지’를 통해 간결하면서도 명료하게 형상화시킨다.

시인 할아버지는
매일 식당에 오셨습니다
한 조각의 빵으로 아침을 드시며
시간 반 동안 읽기도 하고 쓰기도 하십니다
그 시간이 점점 줄더니
오는 횟수가 점점 줄더니
오시지 않습니다

도서관에서 만난 그는
더 이상 운전도 못하고
책도 읽지 못한다고 하십니다
“귀만 조금 들려”
CD를 들고 조심조심 걸음을 놓습니다

한 편의 시가
저물어 갑니다
「밥 할아버지」 전문

인간에게 ‘노쇠’란 무엇이며, 어떠한 과정을 보여주는가? 노년에 접어든 육체는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쇠진해 가는 것인가? 위의 시에서 시인은 노년기에 접어든 한 인간의 생애는 마치 저물어 가는 한 편의 시 같다고 노래한다. 그는 그 시가 아름답다거나 좋다거나 형상화가 미흡하다든가 하는 가치 평가를 하지 않는다. 그는 다만 여기에서 인간의 육체가 시간이 흐르면서 쇠진해 가는 과정을 확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한 인간이 몸으로 어렵게 터득하면서 조금씩 써 내려간 한 편의 시는 다른 인간의 평가가 감히 끼어들 수 없을 만큼 신성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시인 할아버지’의 노쇠한 육체가 하나씩 제 기능을 잃어 가는 모습은 신비롭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생명이 있는 존재가 점점 끝에 가까워지는 모습은 얼마나 큰 경이로움인가?
 

 

5. 추천의 글

 

 

유희주 시인의 작품은 종이에 베인 상처 같은 것이어서 아프지 않고 쓰라리다. 작품 속의 사랑도 늦게 와서 일찍 가버리는 봄날 같은 것이어서 덧없다. 그 쓰라림과 덧없음으로 인해 ‘종이 위에 가지런히 놓인 부서진 뼈’처럼 모국어가 슬퍼하고, ‘가시로 제 목을 겨눈 엉겅퀴꽃’처럼 아슬아슬하게 시가 피어난다. 시인의 말처럼 “무릇 상처란 낫기 위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면으로 보지 않으면 새로운 상처를 낳는다. 오늘밤, 비록 화상을 입을지라도 ‘여자의 가장 아름다운 위기’를 접수하기 위해 이 시집을 펼칠 것이다.

- 이산하(시인)




매사추세츠에 살고 있는 그녀의 시편들을 추상화시켜 말한다면 ‘기억의 현상학’이라 명명할 수 있겠다. 대개의 시편들이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에 바쳐져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현재의 거처인 타국에서의 생활 감각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시편들의 정조는 다소간 쓸쓸하고 우울하다. 또 그녀의 시편들은 탈을 쓰지 않는다. 시적화자와 시인이 동일한 경우의 개성 시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이유로 나는, 화자의 진술과 발언을 통해 낯선 그녀의 생을 더듬더듬 읽는다. 그녀는 화석이 되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모국어에 매달려 시를 쓰고 있다. 그녀의 시편들은 맑은 날의 바다처럼 잔잔하면서도 차분한 언어의 수평을 보여주고 있지만 나는, 그 속에 언제든 수평을 찢고 분출할 수도 있는 뜨거운 수직의 감정이 들어 있음을 본다. 그녀의 분신인 “우물 속의 물고기”가 강과 바다로 나갈 것을 믿는다. “전사처럼/가시로 제 목을 겨눈 채 아승아슬 피어나는” 엉겅퀴꽃이 되어 살아가는 그녀의 언어가 더욱 굳세고 단단해지길 기대해본다.

- 이재무(시인)



‘엉겅퀴’처럼 가시로 무장을 하고 ‘얼굴의 모든 뼈마디에서/우두두둑 모국어가’ 떨어져 나갈 만큼 고단한 삶을 살고 있지만, 실은 이민 전부터 그는 ‘전사’였다. 그의 ‘빨간 구두’가 선반 위로 올라가던 그때 이미. 이후로 그는 ‘오래된 분홍 립스틱’을 바르며, ‘꿈’이라 일컬을 수 있는 ‘애인’들을 다 잡아먹으며 산다. 춤추고 싶어 하는 욕망의 ‘빨간 구두’엔 먼지만 쌓여가고. 이렇듯 유희주의 시에는 여성으로서의 욕망과 그것을 애써 누르는 마음이 공존한다. 구체적 체험에서 비롯된, 진솔하면서도 생생한 것이 장점인 그녀의 시편들. 주된 정서는 이민자의 고단함이나 설움이지만, 깊은 사유와 번뜩이는 감각을 더하면서 맛깔스러운 시를 선보이고 있다.

- 한혜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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