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향숙, <엄마, 엄마들>, 경기신문, 2014.2.27
[아침시 산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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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향숙
아버지 어머니 틀니 빼서 물그릇에 담는다
물그릇 속에서 다정히 손잡고
서로의 입아귀 맞추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눈다
물속에 잠긴 아버지 어머니 밤새 달그락거린다
아버지 물결처럼 흔들린다
나란히 덮은 이불 위에 흰 꽃 노란 꽃 피었다
살은 뭉그러지고 뼈는 검게 변색된다
빠진 이 깨진 이빨 드러내고 웃지만
신접살림 둥근 꽃 이불 화려해진다
--성향숙 시집 ‘엄마, 엄마들’ / 푸른사상
부부의 틀니가 함께 물그릇에 담겨있는 모습은 정겹다. 틀니들은 밤새 달그락거릴 것이다. 서로의 입아귀를 맞추며 도란도란 이어지는 이야기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다. 지극한 아름다움이다. 하지만 이것은 홀로 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홀로 된 아버지는 늘 물결처럼 흔들리는 기억의 모습이다. 자식의 입장에선 언제나 어머니와 함께 해야 할 아버지다. 여전히 어머니와 나란히 이불을 덮는다. 이불 위에 흰 꽃 노란 꽃을 피운다. 신접살림의 그 동그란 웃음으로 이불이 보다 화려해진다. 행간마다 아버지가 덜 쓸쓸하시기를 바라는 시적화자의 간절함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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