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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소식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by 푸른사상 2013. 12. 6.

 

 

성환희 동시집, 『궁금한 길』

 

 

 

 

 

 

<푸른사상 동시선> 7번으로 성환희 시인의 『궁금한 길』이 출간되었습니다. 10년 만에 내는 첫 동시집입니다. 시인은 삶에서 만난 사람과 사물에 대한 아름다운 인연을 동시집에 담고 있습니다. 시인의 동시를 읽은 첫 독자로서 딸(이아람)이 그림을 그려주었습니다.

 

 

 

1. 시집 내용(목차)




제1부
담배 연기

걱정
봄방학
가족 회의

외삼촌
고모
첫눈
이사 떡
끄덕끄덕
봄날
열대야 1
열대야 2
사진 찍기

제2부
시합
눈 온 새벽
어떤 연주회
비둘기 놀이터
은율이
안과 밖
감자
책들이 나에게
우산
눈의 목소리
고드름과 진눈깨비
개미랑 운동하기
선물
용기를 내 봐

제3부
소풍
할매집
탄다
모기 자명종
바람 부는 날

만우절
수박 먹은 날
1박 2일
주원이 아빠 좋겠다
궁금한 길

시간들

나는 도둑고양이처럼 걸었어

제4부
지진
외할아버지
꽃봉오리에게
휴식이 필요해
산골 버스
버스를 탄 김치
새싹
큰집
꽃샘추위
두 마음
햇빛맞이
동상과 아기
독후 활동
칠판 우체통  

 

 

 

2. 시인 소개



경남 거창군 깊은 산골 마을에서 태어났으며 어릴 때부터 시인이 되는 것을 꿈꾸었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후 『아동문예』 동시부문 신인문학상을 받았습니다. 한우리 독서 지도사, ‘환희 글방’ 글쓰기 지도, 다문화센터 독서치료 수업을 했습니다. 경희사이버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하면서 따뜻하고 맛있는 동시 쓰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3. 시세계


 

성환희 시인의 동시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사물과 사람에 대한 따뜻하고 긍정적인 인식입니다. 또한 시는 사물과 사람의 말을 받아쓰기 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듯이 진정성 있는 상상력이라고 하겠습니다.

 

농협 입구 화단 앞

오늘도 어김없이

뱀들이 출몰했다

쉬익 쉭

혀를 낼름거린다

내 코를 노리고 있다

나는, 손가락으로 코를 꽉 쥐고 뛴다

사거리 횡단보도 앞에도

길 건너 골목길에도

뱀들이 우글거린다

거리에

금연표지판 가로수를 심으면 좋겠다

마음 놓고 숨 좀 쉬고 싶다

―「담배 연기」전문

 

학교 가는 길 담배를 피며 직장으로 출근하는 어른들을 만나는 일은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얼굴을 찡그린 채 코를 막고 숨을 멈추고 냅다 뛰어야 하는 일을 경험한 친구가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렇다면 이 동시에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 무심코 하는 행위 하나가 다른 사람에게 큰 괴로움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동시입니다.

 

번개가

시작종을 치면

빗방울들의

달리기 시합 시작이다

소리는 요란한데

발자국이 보이지 않는다

일등이 누군지

하느님은 아실까?

―「시합」전문

 

비가 내리는 모습을 보며 빗방울들의 시합을 상상했습니다. 발자국이 사라진 비의 자취가 몹시 궁금해집니다. 일등이 누군지 하느님은 아실까요? 묻고 있지만, 결코 궁금하지 않은 재미있는 시합임이 느껴집니다.

 

천천히 가라

넘어진다

아빠가 말합니다

등 뒤에서

얘야, 조심해라

할머니가 말합니다

아빠한테

쉬엄쉬엄 가세요

어머니

엄마가 말합니다

할머니께

―「소픙」전문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소풍’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의 삶은 즐거운 소풍이어야 하며 그 소풍은 가족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입니다. 가족이란, 가장 원초적인 관계이지요.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4. 추천의 글



성환희의 동시는 생생하다. 시집 속에 나오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고, 어른들의 목소리도 생생하다. 뿐만 아니라, 현장성을 담은 사물의 목소리며 자연의 목소리까지 생생하다. 따라서 한 편 한 편이 진솔한 재미와 감동을 준다.

“자꾸/눈살 찌푸리지 마/얼마 전까지/난/밥이었어/김치였어/된장이었어”(「똥」)와 같은 작품에서 보듯 역발상의 재미 또한 만만찮다.

- 박방희(시인)

 

 

 

최종천, 『노동과 예술』

 

 

 

 

1986년 『세계의 문학』과 1988년 『현대시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뒤 신동엽창작상과 오장환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최종천 시인의 첫 산문집 『노동과 예술』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산문집에서 저자는 바흐, 베토벤, 하이든, 쇼팽 등 음악가는 물론 연주곡, 악기, 음반 등 음악 전반을 독특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음악을 비롯한 예술을 자본주의의 산물로 간주하며, 예술이 점점 본질을 버리고 돈을 벌거나 명예를 얻는 수단으로 타락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본 도서가 귀사의 소개로 많은 독자들과 만나길 바랍니다.


 

1. 도서목차

 

■ 머리말

 

제1부 예술, 존재를 저울에 달아보다

광석라디오

바흐-<무반주 첼로 조곡>

베토벤의 장난기

굴드의 콧노래

베토벤의 후기 음악

생활복제시대의 예술

진창에서 피는 영산홍

전봉건의 「피아노」

 

제2부 있음에서, 함으로 예술에서, 노동으로

하이페츠와 오이스트라흐

지네트 느뵈─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77번

비발디의 <사계(四季)>

오펜바흐의 <자끄리느의 눈물>

음악이라는 미궁

음악이 뭐길래?

소리와 음악

주접떨기

CD와 LP

 

제3부 노동과 예술의 조화

음과 양의 조화

사물의 실재성(實在性)이란 무엇인가?

산업현장의 예술작품들

벤야민의 아우라가 의미하는 것

산업현장의 음악

자연을 응시하는 음악의 눈

용접이라는 예술

진정한 의미의 사제(司祭)

비유의 시

고독만큼이나 황홀한 음악 

 

 

2. 저자 소개

1954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나 1986년 세계의 문학』, 1988년 현대시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눈물은 푸르다』 나의 밥그릇이 떠난다』 고양이의 마술』이 있다. 2002년 신동엽창작상, 2012년 오장환문학상을 수상했다.

 

  

3. 도서의 내용


철근노동자 최종천

배고픔과 풍부함에 대한 비결을 알고

삶을 즐기는 구도자의 에세이

 

보성 양반은 자신의 풍을 고치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당시에는 의학이 발달되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으나, 자신의 병을 즐기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광석라디오를 듣듯이 말이다. 당시 우리 마을에는 30여 호가 넘게 살고 있었다. 그 큰 동네에서 광석라디오가 단 한 대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라디오에서 나오는 소리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보성 양반은 우리 동네에서는 그래도 음악을 가장 먼저 듣고 있었다. 그 음악은 분명, 보성 양반의 그 병을 상쇄하는 어떤 요소를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광석라디오」 중에서

 

최종천 시인은 첫 산문집(『노동과 예술』)에서 바흐, 베토벤, 하이든, 쇼팽, 모차르트, 글렌 굴드, 하이페츠, 비발디, 오펜바흐, 브루크너 등의 음악가는 물론 연주곡, 악기, 음반, 오디오 등의 음악 전반을 독특하게 소개하고 있다.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에 산업현장의 기계에서 들리는 소리까지 음악으로 듣는 관심과 체험을 결합시켜 남다른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오래 전에 대전의 삼양프라스틱 공장에 새로 제작한 집진기를 설치하기 위해 기존의 집진기를 철거하는 과정에서의 경험이다. 집진기의 덕트는 공장 안을 한 바퀴 돈 다음 공장의 먼지를 흡입하여 밖으로 멀리 내버리는 구조인데, 공장 안과 밖에서 동시에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공장 밖의 닥트의 길이가 아마 40미터쯤은 되는 것이었는데, 저쪽에서 산소로 절단을 하고 나는 이쪽에서 절단을 하고 있었다. 나는 동작이 좀 느린 편인데 벌써 작업을 시작한 저쪽에서 덕트를 자르는 소리가 아주 부드럽고 광대역한 저음이 되어 나오고 있었다. 아마 그때 들었던 소리는 그 어디에서도 어떤 악기로도 만들어낼 수가 없을 것이다. 파이프 오르간으로도 불가능할 것이다. 심지어는 사람들의 숨소리까지 말소리까지 아주 선명하게 들려왔다. 나는 그때 숙연해졌는데, 사물이 지니는 물리적인 이치랄까? 그런 경이로움은 나를 고독하게 만든다. 그 소리의 음원은 아마도 산소 절단기에서 고압으로 뿜어져 나와 덕트 안에 담긴 공기를 가로지르는 그것과 절단되고 있는 두께 2. 3밀리의 철판일 것이다.

―「산업현장의 예술 작품들」 중에서

 

뿐만 아니라 시인은 음악을 비롯한 예술을 자본주의의 산물로 간주하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시인은 자본주의가 자연과 노동을 극단적으로 착취하고 있기에 인류의 미래 사회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전면적인 세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즉 예술이 자연과 노동을 착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시인의 주장이 다소 일방적이라고 할지라도 우리는 귀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예술이 점점 본질을 버리고 돈을 벌거나 명예를 얻거나 권력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타락하고 있지 않는가.

“음악을 듣고 있다가도 아파트 아래, 풀밭에서 어린이들이 노는 소리가 들리면 얼른 꺼버린다. 그리고는 슬리퍼를 끌며 내려가서 어린이들이 노는 소리를 귀에 퍼 담아 온다. 카랑카랑한 꼬마 아가씨 목소리는 한밤에 듣는 게오르그 장피르의 <외로운 양치기>에서 들리는 펜플루트 소리보다 더 높게 하늘로 올라간다.”(「생활복제시대의 예술」 중에서). 더 이상 예술은 노동과 자연을 착취해서는 안 된다. 생활 속에서 자연과 연대하는 우리의 노동이 필요하다.

 

  

4. 추천의 글


 

비트겐슈타인에 정통하고, 마르크스 『자본론』을 꿰며, 성경과 바그너를 좋아하는 음악광, 엥겔스가 존경할 만한 철근 노동자 최종천 시인. 형은 배고픔과 풍부함에 대한 비결을 알고 삶을 즐기는 즐거운 구도자다. 관계/고독의 절연을, 운동/창작을 찰나에 스위치시키며 무서울 정도로 오고가는 형의 자기 규제가 어떤 때는 무서울 정도로 정겹다. 글렌 굴드마냥 콧노래로 <골드베르크 변주곡(GoldbergVariations)>을 부르며 집필했을 소담한 책을 만나는구나. 이 책은 정말 즐거운 고독이구나. 노동과 시인과 음악이 만나는 복스런 대박이구나.

- 김응교(시인, 문학평론가, 숙명여대 교수)

 

최종천 시인은 이 산문집에서 작곡가며 연주곡 등 음악 전반을 전문가 못지않게 해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들리는 소리까지 음악으로 듣고 있다. 그러면서도 시인은 음악을 비롯한 예술을 자본주의의 산물로 간주하고, 예술이 자연과 노동을 착취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예술이 점점 본질을 버리고 돈과 명예와 권력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타락하고 있기에 생활 속에서 자연과 연대해야 한다는 시인의 주장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카랑카랑한 꼬마 아가씨의 목소리는 한밤에 듣는 게오르그 장피르의 〈외로운 양치기〉에서 들리는 펜플루트 소리보다 높게 하늘로 올라간다.”(「생활복제시대의 예술」).

- 맹문재(시인, 안양대 교수)

 

 

 

한국현대소설학회 편 ,『2013 올해의 문제소설』

 

 

 

 

 

푸른사상에서 매년 야심차게 선보이는 『올해의 문제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현대문학 교수로 이루어진 한국현대소설학회에서 2011년 10월∼2012년 9월까지 1년간 발표된 소설 중 선정한 13편의 문제작들을 엮였습니다.

특히 전문적인 소설 연구자들로 구성된 해설 집필자들이 쓴 해설은 소설이론을 이루는 여러 요소를 중심으로 하되, 개개인의 자유로운 시각과 해석 방법을 드러내어 문학을 공부하는 이들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소설을 읽는 재미를 한층 더 깊이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1. 도서의 목차

 

권 리 폭식 광대

단식의 시대, 폭식의 시대|장성규

 

김경욱 인생은 아름다워

자살공화국의 미래 투시도|강진호

 

김 솔 소설 작법

작가와 독자의 소멸과 재발견|홍혜원

 

김연수 주쌩뚜디피니를 듣던 터널의 밤

‘사라진 매개자’의 귀환과 또 다른 세계의 탄생|류보선

 

박민규 아...르무...리...오

우주를 가로지르는 상상력, 한국전쟁 애도의 한 방식|박진숙

 

서유미 세 개의 시선

아이러니 또는 비정|방민호

 

서준환 파라노이드 안드로이드

포스트 휴먼을 말하다|한혜원

 

이기호 이정(而丁)

아픔의 그늘|최병우

 

이지영 23/멜랑꼴리

윤리의 탄생|강유정

 

정용준 유령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인물의 소설적 형상화|김동환

 

조해진 홍의 부고

가상과 현실, 거짓과 진실 ‘사이’에서|김세령

 

최수철 택시

고통의 바다를 건너기 위하여|강헌국

 

한유주 불가능한 동화

또 다른 해체를 위하여|이경재

 

 

 

 

2. 편자 소개

 

 

현대소설 분야를 전공하면서 실제 ‘한국의 현대소설’을 강의하고 있는 교수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연구학회이다. 이 학술단체는 현대소설을 연구하고 자료를 발굴, 정리하며 연구결과의 평가를 통해 이론을 정립, 한국 현대소설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3. 도서의 내용

 

 

우리 소설, 우리 삶, 우리 사회의 오늘과 내일을 점검하고

이해의 깊이와 폭을 넓히는 우리 소설의 문제작들

 

 

전국 대학에서 현대소설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교수들이 주축이 된 ‘한국현대소설학회’에서는, 매년 문예지에 발표된 소설을 대상으로 전문 연구자의 시각에서 한 해 동안의 문제작을 선정하고 그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며 『올해의 문제소설』을 발간해 왔다.

『2013 올해의 문제소설』은 지난 1년(2011년 10월∼2012년 9월까지) 동안 문예지에 발표된 중·단편소설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들을 선별하여 엮었다. 여러 차례의 학회 세미나와 토론을 통해 기성의 명성이나 평가에 얽매이지 않고, 한국 소설 문학의 오늘과 내일을 가늠할 수 있는 ‘문학성’과 ‘문제성’을 지닌 작품을 선정하고자 하였다. 최종 선정된 13편의 작품은 다음과 같다.

 

 

1. 권 리, 「폭식 광대」, 『한국문학』, 2011.겨울.

2. 김경욱, 「인생은 아름다워」, 『문학사상』, 2011.11.

3. 김 솔, 「소설 작법」, 『문학과 사회』, 2012.가을.

4. 김연수, 「주쌩뚜디피니를 듣던 터널의 밤」, 『세계의 문학』, 2012.봄.

5. 박민규, 「아...르무...리...오」, 『세계의 문학』, 2011.겨울.

6. 서유미, 「세 개의 시선」, 『현대문학』, 2012.6.

7. 서준환, 「파라노이드 안드로이드」, 『현대문학』, 2012.9.

8. 이기호, 「이정」, 『창작과 비평』, 2012.여름.

9. 이지영, 「23/멜랑꼴리」, 『현대문학』, 2011.11.

10. 정용준, 「유령」, 『현대문학』, 2012.6.

11. 조해진, 「홍의 부고」, 『창작과 비평』, 2012.가을.

12. 최수철, 「택시」, 『문학사상』, 2012.4.

13. 한유주, 「불가능한 동화」, 『문학사상』, 2012.3.

─ 작가명 가나다순

 

 

이러한 문제작들은 우리의 삶과 사회에 대한 진지한 탐색을 보여준다. 서로의 삶 전체를 재발견하고 그 실존적 의미를 극대화시켜줄 사랑의 기술에 대해 제시해주거나(「주쌩뚜디피니를 듣던 터널의 밤」), 사랑이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실의 비정함을 보여주기도 한다(「세 개의 시선」). 때로는 패스트 콘텐츠의 시대, 욕망의 무한 복제 알고리즘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거나(「폭식 광대」), 오래된 우리 역사의 아픔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는 그늘을 다루면서 이해와 용서를 통한 화해를 말하거나(「이정」), 고통의 바다와 같은 세상을 건너기 위해 불교적 사유의 틀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택시」).

특히 한국 소설의 시·공간적 지평을 확대하고 있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자살면허라는 독특한 소재로 자살공화국의 미래를 투시하고(「인생은 아름다워」), 편집증을 앓고 있는 안드로이드를 통해 과학의 발달로도 해결할 수 없는 자아의 문제를 다루며(「파라노이드 안드로이드」), 감정과 죽음이 극복된 미래를 배경으로 타자의 부재와 상실에 고통을 느끼는 멜랑꼴리에 주목하기도 한다(「23/멜랑꼴리」). 이처럼 최근에 와서 유독 현재의 거울과 같은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담고 있는 작품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유의미한 변화로 보인다. 나아가 외계인 초점화자를 내세워 한국전쟁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갖게 된 하위주체를 애도하고 있는 작품에서는 우주를 가로지르는 상상력을 발견할 수 있다(「아...르무...리...오」).

한편 글쓰기에 대한 근원적인 탐색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도 주목된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인물을 소설적으로 형상화하거나(「유령」), 소설의 존재 기반이 되는 가상과 현실, 거짓과 진실 사이에서의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홍의 부고」). 또한 우리 시대 문학의 역할과 문학장의 현실, 나아가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과 새로운 매체 환경의 문제를 풍자적으로 담아내거나(「소설 작법」), 작가의 죽음과 문학의 종언이 선언되는 이 시대에 소설을 통해 언어와 세계를 철저하게 해체하고 있다(「불가능한 동화」).

문제작들의 이러한 주요 특징들은 전문적인 소설 연구자들로 구성된 우리 학회의 특성을 살려 소설이론을 이루는 여러 요소들을 중심으로 분석하되, 자유로운 시각과 해석 방법이 드러나도록 하였다. 구성, 기법, 시점, 인물, 주제, 플롯, 화자 등과 같은 소설의 핵심 개념들을 바탕으로 한 작품론은 올해의 문제작들을 이해하는 데 길잡이가 되리라 생각한다. 또한 대학 현장과 문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필진들의 해설은 좋은 작품을 쉽게 이해하도록 도울 것이다. 『2013 올해의 문제소설』을 통해 우리 소설, 우리 삶, 우리 사회의 오늘과 내일을 점검하고 그 이해의 깊이와 폭을 더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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