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류-- 문학(산문)
당연해서 소중한
김영주 글 · 김헌수 그림|푸른사상 산문선 61|145×210×14mm|240쪽
18,500원|ISBN 979-11-308-2408-6 03810 | 2026.7.30
■ 도서 소개
만나고 헤어진 시간들을 사랑의 의미와 삶의 가치로 일깨워주는 산문들
김영주의 산문집 『당연해서 소중한』이 푸른사상 산문선 61번으로 출간되었다. 작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진 시간들을 사랑의 의미로 변주하고 있다. 사랑받았던 기억들, 사랑했던 시간, 사랑을 잃고 아파했던 날들을 소중한 인연으로 품는다. 사랑의 기억을 구체적으로 풀어낸 작가의 산문들은 삶의 가치와 의미를 다정하게 일깨워준다.
■ 저자 소개
김영주(글)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당선되며 글쓰기의 첫 문을 열었고, 같은 해 『동양일보』 동화 부문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어린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갔다. 장편동화 『레오와 레오 신부』 『크리스마스에 온 선물』, 청소년 소설 『가족이 되다』, 오디오북 『구멍 난 영주 씨의 알바 보고서』가 있고, 『너의 여름이 되어줄게』 『사춘기, 우리들은 변신 중』 등 여러 앤솔러지 작품에 참여했다. 현재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글을 쓰고 있다. 아이들의 엉뚱한 말에 웃고, 반짝이는 생각에 감탄하며 이야기 주머니를 채운다.
김헌수(그림)
전북 고산에서 시그림연구소 ‘노라’를 운영하며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 『천년의 허기』 『어머니가 핀다』 『붉은 꽃을 내 무덤에 놓지 마세요』 『이름을 부르는 시간』 『작가의 눈』 『동시 먹는 달팽이』 등 다양한 책과 문예지의 표지와 삽화를 맡았다.
■ 목차
■ 작가의 말
1. 그럼에도 사랑
흰 눈 / 밀반죽 구이와 미숫가루 떡 / 아버지라는 이름 / 모니카 할머니 / 연분홍 봄날에 / 원더풀, 아빠의 청춘 / 나를 덜어 당신에게 / 아버지는 오늘도 서 있다 / 코끝에 남은 시간 / 허락된 몸짓 / 주머니 속, 사랑 / 눈부신 날들
2. 연결된 발걸음
사랑하는 당신에게 스무 살을 선물합니다 / 나는 왜 자꾸 튀고 싶어졌을까 / 구멍 난 영주 씨의 알바 보고서 1 /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 구멍 난 영주 씨 알바 보고서 2 / 인연 / 겨울나기 / 혼자 크는 나무 / 관계라는 이름의 거리 / 마음의 약한 자리 / 흑백 졸업앨범 / 안녕하세요
3. 살아오며 살아가며
동생이 울었습니다 / 엄마와 떠난 여행 / 진눈깨비 내리는 날 / 품어주는 것 / 가슴속에서 맴도는 말 / 엄마, 이제는 그래도 돼요 / 고구마순 김치 / 오랜만에 맞은 가족 / 한 발 가까이 / 신맛으로 배운 길 / 삼식이의 변천사 / 아들들이 이룬 꿈
4. 사소함이 간절할 때
꽃 피는 집의 속사정 / 남을 보다 나를 보다 / 수레 하나, 어린 등 하나 / 그냥 아이들 / 아이들이 사라졌어요 / 연필 끝에 남은 아이 / 풀지 않은 상자들 / 버스 안에서 / 불목하니 / 산책 / 정순아, 학교 가자 / 효자손
■ ‘책머리에’ 중에서
살아오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졌습니다. 사랑했던 순간도 있었고, 사랑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니 사랑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제 안에 남아 있었습니다.
이 책은 그런 깨달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이 있습니다. 그때는 사소하게 지났던 아버지의 수많은 말들, 당연하다고 여겼던 행동들, 표현되지 않았던 걱정과 사랑이 그렇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저 역시 삶의 무게를 조금씩 알게 되면서, 그 기억들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아버지는 참 다정한 분이셨습니다. 이제 와 돌아보니 제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늘 곁에 계셨고, 자신의 방식으로 사랑을 건네셨습니다. 이 책은 그 사랑을 뒤늦게 이해하게 된 한 사람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아버지는 저의 소중한 스승이십니다.
글을 쓰는 동안 오래된 기억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어떤 기억은 따뜻했고, 어떤 기억은 아팠습니다. 그리고 그리웠습니다. 그 모든 순간 속에는 사랑이 있었습니다. 사랑받았던 기억, 사랑했던 시간, 사랑을 잃고 아파했던 날들까지도 결국 지금의 저를 만들어 준 소중한 조각들입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 여러분도 자신의 삶을 떠올려 보았으면 합니다. 아버지일 수도 있고, 어머니일 수도 있고, 친구나 스승, 혹은 이미 곁을 떠난 누군가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사랑의 흔적들을 말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혼자라고 느끼고, 사랑을 잃었다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기억 속을 천천히 들여다보면 알게 됩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살아왔고, 그 사랑은 지금도 우리 안에 남아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 책이 잠시 잊고 있던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오늘을 살아갈 작은 힘이 되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당신의 삶에도 오래도록 남아 있는 사랑이 있기를 바랍니다. 늘 응원해 준 두 아들, 부모님, 동생 영아, 친구 은정, 인선, 옥영이, 그림을 그려준 김헌수 시인 그리고 동료 작가들에게 무한 감사를 드립니다.
■ 출판사 리뷰
자녀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부모, 부모에게 순종하며 따르는 자녀, 거친 세상에서 둘도 없는 내 편이 되어주는 혈육과 친구들,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동고동락하는 아웃들…… 이 가운데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 누군가 어느 정도 희생하지 않고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평화로운 인간관계이다. 그렇게 당연한 줄 알았던 것이 얼마나 소중한 재산이었는지를 우리는 항상 뒤늦게 깨닫는다.
김영주의 산문집 『당연해서 소중한』에서 작가는 당연한 줄 알았던 가족의 사랑,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 일상, 사소했던 주변 풍경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으로 들려준다. 가난했지만 결핍을 느끼지 못했을 정도로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었던 부모에 대한 추억을 시작으로, 문학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기까지 살아가면서 겪었던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괴로움을 한 편 한 편의 글에 솔직하게 풀어놓는다. 시인이자 삽화가인 김헌수 작가의 일러스트가 어우러져 더욱 감동적으로 읽힌다.
■ 책 속으로
내복도 물려 입었다. 그때는 구멍이 왜 그리 잘 났는지 모른다. 밖이 환히 보이게 나달나달해지면 엄마는 낡은 자리를 동그랗게 오려 아버지가 신던 양말의 발목 부분을 잘라 덧대주었다. 두 쪽 무릎에 다른 색깔로 대준 내복 바람에 마냥 신나 엘비스 프레슬리의 개다리 춤을 추었다. 마냥 웃어주던 엄마, 아버지의 얼굴이 지금도 환하다.
작은 집이 들썩이게 따뜻한 날이었다. 정말 사랑받고 산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자랐다. 엄마 손이 거치면 안 되는 것이 없었으니, 무엇이 부러웠으랴! 가끔 옛이야기를 하면 엄마, 아버지는 늘 이렇게 말씀하신다.
“세상에 그렇게 착한 아이들이 없었다.”(15쪽)
지금도 간간이 내 아이들에게 그때 이야기를 들려준다. 맛을 전해줄 수는 없지만, 그때 엄마가 사랑받았노라고 전하고프다. 세상 어떤 맛보다 고소한 밀반죽 구이와 달콤한 미숫가루 떡은 나를 따뜻하게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그 이야기를 어쩌다 아버지 앞에서 떠올리면 아주 미안해한다.
“그때는 먹여줄 게 참 없었어. 그래도 만들어 주는 것마다 참새 새끼처럼 받아먹던 너희들이 참 신통했지.”(20쪽)
꽃잎이 흩날리던 날을 할머니는 누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봄날이면 할머니는 나를 찾아온다. 여전히 따뜻한 손길도 훈훈한 미소도 없이 내게 온다. 해준 것 없으니 부담스레 울지 말라 했던 속마음을 읽게 해주었던 할머니…… 나에게만은 열어줬던 할머니.(31쪽)
‘삭히다’라는 말은 ‘음식이나 재료를 발효·숙성시키다, 감정이나 생각을 속으로 누르며 시간에 맡기다’라는 뜻을 품고 있다. 아버지가 내 입에 넣어준 새우젓과 홍어는 나를 삭히게 했다. 멀리 떨어져 살지만, 아버지는 내게 쉼 없이 신호를 보냈다. 구구절절이 늘어놓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굳이 말해서 아버지 가슴에 흠집을 내지 않았는데도 아버지는 충분히 나로 인해 아팠을 것이다. 간단명료한 몇 마디에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읽고도 남았다.(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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