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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간행도서

성승철, 『사과 읽는 법』

by 푸른사상 2026. 8. 10.

분류--문학(시)

사과 읽는 법

성승철 지음|푸른사상 시선 229|128×205×8mm|148쪽|13,000원

ISBN 979-11-308-2410-9 03810 | 2026.8.10.

■ 도서 소개

사회학적 상상력으로 꽃피운 나무 같고 바다 같은 시편들

성승철 시인의 시집 『사과 읽는 법』이 푸른사상 시선 229로 출간되었다. 개인의 삶과 체험을 사회의 상황 및 맥락과 연결해 그 의미와 가치를 진지하게 탐색한다. 아울러 개인의 문제를 사회와 역사의 문제로 인식하고 어떠한 역할로 그 흐름에 동참할 수 있는지 모색한다. 시인이 추구하는 사회학적 상상력의 시론(詩論)은 예술론이자 역사의 기록이기에 시론(時論)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 저자 소개

성승철(成承哲)

여수에서 태어나 국립전북기계공고와 단국대, 순천대 대학원(석사)을 졸업하고, 사정기관 등에서 오랫동안 진실과 정의를 추적하는 일에 몰두하였다. 2009년 『유심』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유심 동인 사화집 『바람으로 가자』 『뒷발의 힘』 『건초의 시간』 『군무』 등을 출간하였다. 순천문학작가상을 제정하여 운영위원장으로 역할해 왔으며, 순천문인협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전남문인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일터인 여수와 순천을 오가며 시를 쓰고 있다.

■ 목차

제1부

한배를 탔다 / 푸른 등대 / 시인의 조국 / 슬픈 로자처럼 / 근황 / 비명 / 앞발에 대하여 / 무보수 수리공 / 외도 / 우리의 매화공화국은 / 바르사에게 / 야만의 세월 / 저울 / 꼬리를 팔다 / 불굴 / 아름다운 꽃들 / 거대한 새 한 마리 / 박싱데이 일화

제2부

흐른다는 것은 / 사과 읽는 법 / 그 자리에 / 도둑과 사기꾼 / 빈집 / 황금사원 / 고금 제일의 왕 / 한산도 그 사람 / 사진 / 산길에 대한 예의 / 나진국민학교 / 쇠실에서 / 세상의 주인 / 나를 향해 좀 흘러갔으면 / 늙은 벚나무 / 행복 / 빈틈

제3부

추석 / 스승 / 큰샘 / 무위사 / 감나무 / 마지막 예의 / 쟁기 / 무릎 / 죄 / 빨간 앵두 / 팽나무 그늘 / 성악설 / 개불 / 노폐물 / 호두이장

제4부

목에 걸리는데 / 상림을 읽다 / 섣달 / 가우도 / 줄 / 절벽의 길 / 무안 갯벌에서 / 소서(素書)의 밤 / 사택지적비 앞에서 / 허물어진 집 / 등교 / 구부러진 길에서는 / 명암 / 대섬 / 생명의 탑

작품 해설 : 사회학적 상상력의 시론 _ 맹문재

■ ‘시인의 말’ 중에서

삶의 현장에서 몸으로 시를 쓰는 데 치중했습니다. 진실과 진리를 밝히는 일 또한 또 다른 시의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오랫동안 과오와 용서 사이를 오가며 많은 것들을 잃었지만 그 또한 운명이라 받아들였습니다.

보이지 않는 세상 한구석 아궁이에 생솔가지 넣고 군불 지피는 심정으로 썼습니다. 과욕이지만 제 시들이 추운 겨울날에 맞는 작은 화로 같은 존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와 시인의 길이 부르는 소리에 더 귀를 세우겠습니다.

시집 발간이 많이 늦어진 안일에 염려를 주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작품 세계

성승철 시인은 사회학적 상상력의 시론을 확대하고 심화하는 시 세계를 추구하고 있다. 시인은 자기의 체험을 사회의 상황 및 구조와 연결하면서 그 의미를 탐색한다. 개인의 삶을 사회적인 맥락으로 이해하고 가치를 진지하게 지향하는 것으로, 개인의 문제를 사회와 역사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다. (중략)

현대사회에서 개인 문제는 사회 문제로부터 위협받는다. 복잡하고 급변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그 원인을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자본의 가치가 다른 가치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확실하기에 경계하고 비판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현대사회의 물신주의를 비판하고 그 극복을 추구하는 것은 사회학적 상상력의 핵심이 된다.

성승철 시인은 주위에서 “그저 EPL의 둥근 박싱데이나 맛있게 빨며/그만 혀를 풀라고” 유혹하지만, 그것에 함몰되지 않는다. 자본 권력자들에 의해 인간 가치가 파괴당하는 현실에 침묵하지 않고 시인으로서 대항한다. 박싱데이의 문제를 “식탁도 직장도 민주주의의 적”(「빅싱데이 일화」)이 되는 문제로 여기고 맞서는 것이다.

시인은 자기의 사회적 위치를 확인하면서 어떠한 역할로 동참할 수 있을지 탐색한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또는 시인으로서 사회의 변화와 발전 및 인간 가치의 향상을 위해 모색하는 것이다. 시인이 추구하는 가치가 사회에서 제외되거나 소외된다면 인간의 존재성 자체가 위험해진다. 따라서 시인이 추구하는 사회학적 상상력의 시론(詩論)은 시론(時論)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중략)

사회학적 상상력의 시론을 추구하는 것이 시의 미학을 성취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와 같은 견해야말로 시를 협소하게 만드는 편견이다. 이념의 대립이 심각한 우리 사회에 순응하는 모습이다. 시는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또 다른 정치적인 입장에 불과한 것이다. 시의 미학은 시어와 형식적인 아름다움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시는 예술작품일 뿐만 아니라 역사의 기록이기에 사회학적 상상력을 추구할수록 생명력을 갖는 것이다.

―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해설 중에서

추천의 글

『사과 읽는 법』은 역사적 사건과 의미가 바탕이 되었거나 공동체와 가족 서사가 바탕이 되었거나 결곡한 시편들로 충일하다. 무엇보다 낯선 아름다움은 진실과 정의를 추적하며 공직자로서 삶의 현장에서 몸으로 쓴 성승철 시인만의 시편에 있다.

사건과 사람 사이에서, 과오와 용서 사이에서 진실과 진리를 밝히는 일 또한 또 다른 시의 길이라 생각하는 그에게 시인은 “무보수 수리공”이다. 시인은 “돈으로” “막지 못”하는 세상의 “구멍과 틈새”를 “시라는 이음새”와 시라는 “방파제”로 막고 다닌다. 지금까지 시인을 「무보수 수리공」이라 명명한 시인은 없었다. 이런 희망이 독자를 놀라게 한다.

표제시 「사과 읽는 법」에서는 사과(沙果)나무 흰 꽃이 엄동에 피어 사람에게 사과(謝過)하는 법을 일러준다. “잘못을 부인하거나/사과의 무게를 저울질하는” 인간의 행태는 버리고 하얀 “자복의 깃발”을 내걸듯이 기꺼이 하는 “사과”. 그래야 “마음의 대문이 확 열려” “언제라도 다시” 관계의 “집을 지을 수 있”(「사과 읽는 법」)다는 생의 진리를 설파하는 시인. 오랜 침묵을 깬 첫 시집의 묵직한 성과에 찬사를 드리며 놀람과 기쁨을 감출 수 없다.

― 홍성란(문학박사, 시인)

■ 시집 속으로

무보수 수리공

 

세상의 모든 구멍을 돈으로 틀어막는 재벌도 자식이라는 구멍과 골프라는 구멍은 막지 못한다고 한다 전쟁과 폭력, 독재, 빈곤부터 로드킬 당한 고양이 새끼의 눈물이나 길바닥을 뒹구는 이파리들의 한숨까지 어찌할 수 없는 구멍들이다 그런 구멍들을 돋보기 같은 시(詩)가 들여다본다 시는 해일처럼 넘치는 세상의 구멍들을 저 나름의 방법으로 막아보겠다고 나서는 방파제, 시인은 세상이 싸질러 대는 구멍과 틈새들을 시라는 이음새로 막고 다니는 무보수 수리공이다

 

 

사과 읽는 법

 

누군가의 사과를 생각하고 있는데

엄동에 사과나무가 눈물 같은 꽃을 피웠다

 

백목련처럼 하얗다

꽃이 사과를 어떻게 알고

자복(自服)의 깃발 같은 흰색을 택했을까

사과할 이들이 잘못을 부인하거나

사과의 무게를 저울질하는 걸

참다 못한 사과나무가

아무리 빨갛거나 푸를지라도

속만은 검지 말아야 한다고 보여주는 것이다

 

나무조차도 사과의 의미를 아는데

바람으로 덮거나 옆길로 새는 변명들에게

사과가 보내는 사과는

마음 붉히는 사과도 푸르뎅뎅한 사과도 아니다

 

마음의 대문이 확 열려 그 속에

언제라도 다시 집을 지을 수 있는

흰꽃 같은 사과다

 

 

무안 갯벌에서

 

뭐니뭐니해도 갯벌의 힘은 낙지라며

식당에서 만난 세발낙지 칠게걸음으로

구멍 속에 감춰둔 옹이 같은 생의 한 토막

접시에 풀어놓는다

 

산감(山監)의 농간으로 없는 죄 뒤집어쓰고

탕탕이 연포탕 같은 보시로 한을 푼 사연을

왜가리 칠게 망둥어는 안다고 하는데

 

밀물과 썰물이 펼치는 요술 속으로

도요새 낙지 농게 조개 짱뚱어가

서로 몸을 주고 받으며

긴 갯벌을 끌고 다니는 이곳에선

 

옥타브 높은 분노와 한도

물처럼 스미는 용서와 화해에 섞여

물의 높이를 따라 흐른다

 

세상이 작은 것들에게 얹혀 가는 슬픔의 빚을

밀물은 덮어주고 썰물은 씻어주며

푸른 역사가 대를 이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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