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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신간도서

양선주 시집, <열렬한 심혈관>

by 푸른사상 2025. 4. 8.

 

분류--문학()

 

열렬한 심혈관

 

양선주 지음|푸른사상 시선 203|128×205×8mm|136쪽|12,000원

ISBN 979-11-308-2236-5 03810 | 2025.4.10

 

 

■ 시집 소개

 

평면과 입체를 동시에 그려 넣은 그림 같은 시편들

 

양선주 시인의 시집 『열렬한 심혈관』이 푸른사상 시선 203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움직이지 않는 정물과 정물 같은 사람이 움직이는 순간을 생동감 있는 언어로 포착해낸다. 입체주의 미술품과 같은 시편들을 읽다 보면 그 입체의 구성 요소들이 하나씩 살아나는 감각에 사로잡힌다.

 

 

■ 시인 소개

 

양선주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대학원 응용언어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6년 『시평』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사팔뜨기』가 있다. 대산창작기금을 받았고, 『소설미학』 동화 부문 신인상을 수상했다.

 

 

■ 목차

 

제1부 우리들의 포옹

땅콩 껍질 / 소녀와 안내견 / 이방인 / 유림빌라 203호 / 흰 / 좀 더 깊숙한 골목 / 낙엽 / 삐에로 / 호랑가시나무 / 나는 정물이 아니다 / 아잔(Azan) / 삼인행(三人行)

 

제2부 채워지기 위해

일어서는 여자 / 별 / 창녀들의 독서 / 은행나무 / 흰 바다가 불러 / 호랑가시나무 / 나래수선집 부부 / 부재 / 실비식당 / 빈집 / 절벽 / 손등 / 가을 하늘 공활한데

 

제3부 진지한 말

설국 / 시라는 것 / 장대비 / 땡볕 / 재봉틀 / 호랑가시나무 / 석양 아빠 / 이드(Eid) / 바이-바이 / 봄날 / 나의 정물 / 무덤 / 이장(移葬)

 

제4부 시화집

숨은 얼굴 찾기 / 한 방울의 눈사람 / 석양의 큐비즘 / 사과를 사랑해도 될까요 / 호랑가시나무의 여백 / 석양 유화 / 대문 앞 크로키 / 피카소가 그린 아들의 초상화 / 정물 플랜 Z / 석양을 각색하다 / 벚꽃 데생 / 반쪽의 여인

 

작품 해설 : 정물을 움직이는 언어-김효숙

 

 

■ '시인의 말' 중에서

 

세상의 정물을

움직이려고 한다

불구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정물 앞에

나는 또 언어의 힘을 믿는다

나의 말이

너를 껴안는다

 

 

■ 추천의 글

  

양선주 시인은 사물이나 상황이나 감정 앞에서 호흡을 가다듬으며 서술과 묘사, 서정과 서사의 주체성을 견지하면서 융합을 이룬다. 긍정과 부정, 웃음과 울음, 개념과 실행, 단면과 입체, 침묵과 리듬 등도 끌어안는다. 그리하여 이방인, 유림빌라 203호, 호랑가시나무, 나래수선집 부부, 실비식당, 재봉틀, 이드(Eid), 반쪽의 여인 등은 싱그럽게 빛나고 춤추고 일어서고 색칠하고 멀리 가고 꽉 뭉친다. 지하철 문이 열리자 “사랑하는 사람/큰 마리”가 호흡을 맞춘 뒤 “열차 속으로/한 사람의 거대한 사랑”으로 “들어”(「소녀와 안내견」)가는 것이 그 모습이다.

― 맹문재(시인·안양대 교수)

 

 

■ 작품 세계

  

양선주 시인은 자신과 부단히 대화를 나눈다. 지난 과거를 현재로 만들고, 미래마저 다가올 현재로 만들면서 오직 현재성을 발언하는 일의 가능성을 열어나간다. 남다른 모색과 새로운 언어 실험으로 자신이 시 쓰기의 주체라는 점을 알린다. 시인은 정물을 움직이게 하는 어떤 힘의 작용점을 『열렬한 심혈관』에 세심하게 담아낸다. 조용히 놓여 있는 정물, 정물 같은 사람들이 문득 깨어나 움직이는 순간을 써 나간다. 한 편 한 편 다면체 같은 면모를 지녔으면서, 한편에서는 신체의 눈으로 사물을 대하는 감각을, 다른 편에서는 마음의 눈으로 그것을 보는 감각을 발휘한다. 앞은 형상적 이미지를, 뒤는 이미지가 모호해지는 그 순간에 관념이 발생하는 시 언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특히 입체주의 미술품을 보는 듯한 시에서는 평면의 화폭에 담긴 대상이 전체상이 아니라 부분들의 난립처럼 보인다. 이때는 전체상이 모호해지기 때문에 부분들을 통하여 시인의 의도를 짚어낼 수 있다. (중략)

양선주 시는 평면과 입체를 동시에 그려 넣은 그림을 보는 듯한 감각을 유발한다. 날렵한 비유와 행간 두기, 고딕과 아방가르드를 혼합한 이미지로 더 이상 긴말을 하지 않겠노라는 자세를 보인다. 사물을 단순하게 배치한 듯한 형식을 지나 내용에 이르면 우리는 그 깊이감 앞에서 침묵하게 된다. 이 같은 감정은 몸-눈이 보는 사물, 그리고 마음-눈으로 직관하는 사물이 한 편의 시에 병렬적으로 담긴 데 원인이 있다. 이 점이 그의 시를 입체적이게 하고, 정물처럼 냉담해 보이는 인물들에게서 반어적으로 정감을 읽어내게 한다. 언어의 경제적 운용에 세심히 관여하는 양선주 시인은 최적의 묘사로 이 점을 달성한다.

― 김효숙(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 시집 속으로

 

이방인

 

염산 같은 겨울 입김과 나는 다르다

혼자와 텅 빈 가방과 나도 다르다

 

바람이 언다

딱딱한 길과 빙초산 공기는 썩 어울린다

 

막다른 골목

벽과 담벽은 붙잡힌다

 

안개의 집은 어디인지

 

구름 한 마리

이동의 각도를 펴다 접는다

 

날개와 나는 관계가 적다

 

너의 이곳인가

적막은 구석에서 홀로 묶인다

 

약국 문 침묵을 닫는다

독일빵집 텅 빈 빵은 그대로다

 

통유리 앞에 서서

적도의 밤

명치 끝까지 올려 채운다

 

긴 새벽녘

메아리와 오그라든 등뼈는 하나다

 

삐걱거리는 대문

냄새의 걸음들 몰려나온다

 

권총 같은 새 한 마리

빈 가슴에 장착한다

 

 

호랑가시나무

 

몸통 한가운데 바짝 마른다

 

주인은 고개를 창밖으로 돌린다

루버셔터는 햇빛을 차단한다

 

바람의 목

문틈에서 삐걱거린다

 

주인은 나무의 몸통을 손아귀로 꼭 쥐고

데리고 왔다고 나무가 들리게 말한다

 

사람들 동시에 나무를 바라본다

 

비쩍 비틀리는 나무의 몸뚱이

주인의 얼굴을 찬찬히 훑어 내린다

 

모두들 가까이 다가가

꼼꼼히 들여다본다

 

이파리는 갈퀴를 닮고

발톱은 톱니를 닮아

 

앙상히 뒤틀리는 주인의 뼈대

 

벽 쪽으로 함께 돌아가는

주인의 깊숙한 심장

 

 

땡볕

 

열렬한 심혈관

 

뜨거운 개인을 태운다

 

수억 개의 뙤약볕

집단적으로 작열한다

 

빛의 뿌리 깊숙이 달궈진다

 

백색 공포에 뛰어들어야 한다

 

에코백 말아 쥐고

길바닥 음지를 찾는다

 

마을버스 구석에 낀

암청의 응달 점점 비좁아진다

 

아스팔트 속

팽팽한 백발이 증발한다

 

앞선다는 것은 지킨다는 것

 

햇빛은

흰 칼만 휘두른다

 

열기 속

아무렇게나 걷다

두 다리 던져버릴까

 

빵빵

클랙슨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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