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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신간도서

강명희 소설집, <노을의 기억>

by 푸른사상 2025. 3. 21.

 

분류--문학(소설)

 

노을의 기억

 

강명희 지음|푸른사상 소설선 66|153×205×14mm|224쪽

18,500원|ISBN 979-11-308-2229-7 03810 | 2025.3.20

 

 

■ 도서 소개

 

험난한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자들의 이야기

 

강명희 작가의 소설집 『노을의 기억』이 푸른사상 소설선 66으로 출간되었다. 모두가 피해자였던 70년 전 그날, 제주 땅에서 벌어진 처참하고도 잔혹한 4·3사건의 기억을 이 소설집은 생생하게 펼쳐낸다. 각박하고 험난한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마음을 파고든다.

 

 

■ 작가 소개

 

강명희

김포에서 태어나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국어교사로 재직하다가 2003년 『한라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 『히말라야바위취』 『서른 개의 노을』 『65세』 『잔치국수·분천·어린 농부』를 펴냈다. 숙명문학상, 한국소설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글을 쓰고 있다.

 

 

■ 목차

 

 작가의 말

 

노을의 기억

질경이

꿈속의 고향

슈퍼문이 뜬 밤에 서래섬을 돌다

아내가 돌아왔다

꽃 피는 아몬드 나무

 

 작가 후기 : 『노을의 기억』과 스승 김승옥

 발문 : 소설을 읽는 이유 _ 강진철

 

 

■ ‘작가의 말’ 중에서

 

서른 중반에 잠시 살았던 제주는 내 문학의 고향이다. 소설가란 이름을 붙여준 곳도 제주고, 대표작 「노을」이 탄생한 곳도 제주다.

「노을」에서 두 번째 소설집 『서른 개의 노을』이 파생되어 나오고 또 그것을 뼈대로 다섯 번째 소설집 『노을의 기억』이 태어났다.

 

아주 짧은 기간 김승옥 소설가 밑에서 공부할 때 이 작품을 썼다. 선생님께서 이 작품에 유난히 애착을 가지고 지도해주셨다. 알고 보니 작품 속의 ‘안자’는 삼십 대에 미망인이 되신 선생님의 어머니셨다. 아버지는 선생님이 일곱 살 때 동생 셋을 남겨놓고 여순사건으로 희생되셨다. 여순사건은 4·3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동족상잔의 이유로 거부한 토벌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4·3과 마찬가지 맥락의 사건이다.

4·3이라는 참혹한 사건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아픔의 현재진행형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라도 그려보고 싶었다. 어쩜 이 글을 쓰고 싶어 소설가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컴퓨터 안에 묵힌 작품이지만 더 늦기 전에 발표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이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다.

 

 

■ ‘발문’ 중에서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은 대개 리얼리즘에 입각하고 있다.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힘겨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작품들의 배경과 주제가 각각 달라서 묶어서 이야기할 수 없는 것 같았는데 읽다 보니 시공을 초월하여 특별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죽음’이었다. 이 소설집에 수록된 6편의 소설 중 4편에서 죽음이 등장하고, 1편에서는 죽음이 암시된다(「질경이」).

「노을의 기억」에서는 두 노인네가 고요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살아온 인생은 무척이나 험난했지만 저세상으로 가는 길은 평화롭다. 마치 판타지 같다. 할망과 하르방이 우연히 만나 사랑을 나누고 주변을 정리하는 모습도 그러하다. 4·3의 가해자와 피해자였던 두 노인의 험난했던 삶과 고요한 죽음의 모양새가 극적으로 대비된다. (중략)

죽음은 누구에게나 딱 한 번만 닥쳐오는, 인간에게 있어서는 아주 인상적인 사건이라 소설가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소재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도 그렇지만 죽는 과정도 각양각색이고 천태만상이다. 죽음을 맞는 과정이 의외인 경우도 많고, 사는 것만큼 죽는 것만큼 만만치 않다. 소설 속의 죽음은 독자에게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그것 또한 소설의 가치일 것이다.

― 강진철(법학 박사)

 

 

■ 출판사 리뷰

 

강명희 작가의 소설집에는 각박하고 험난한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70여 년 전 제주 땅에 벌어진 비극을 온몸으로 견뎌낸 자들, 양극단으로 치닫는 모순적인 사회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자들이다. 이토록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소설들은 이러한 질문을 우리 앞에 제시하며, 힘겹고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든든한 희망과 위로의 말을 건넨다.

표제작의 배경이 되는 하도리 바닷가에서는 해마다 진혼제가 열린다. 지금으로부터 70여 년 전, 1948년 4월 제주에서는 처참하고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났다. 망망한 바다와 아담한 백사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섬에서 무자비하고 부당한 국가권력의 살육이 벌어진 것이다. 「노을의 기억」은 4·3사건으로 인한 죽음의 문턱에서 천신만고 끝에 살아서 빠져나온 ‘안자’와 가해자였던 ‘하르방’, 상처받고 짓이겨진 삶을 살아가던 두 노인의 만남을 그린다. 한편 「슈퍼문이 뜬 밤에 서래섬을 돌다」는 전세 사기와 가난의 대물림 등 현대인들의 고충을 생생하게 펼쳐낸다. 「꽃 피는 아몬드 나무」는 역사상 위대한 화가인 고흐와 동생인 테오의 삶을 재구성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과거와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들 나름의 의미 있는 길을 모색한다. 우리가 버리고 돌아선 과거와 잃어버린 가치를 되돌아보는 것이다.

 

 

■ 작품 속으로

 

해마다 4월이면 제주 하도리 바닷가에서는 진혼제가 열린다. 처음에는 육지에 있는 하르방의 가족과 제주에 있는 할망의 가족이 모여 지내던 조촐한 행사였다. 이십여 년을 내려오면서 4 ·3 때 무고하게 죽어간 모든 이들의 넋을 기리는 행사가 되었다. 자연히 여름에 지내던 것을 사월에 지내게 되었다. 거기에는 육지와 섬이 따로 없고, 좌와 우가 없으며, 경찰과 민간인이 없었다. 칠십여 년 전에 제주에서 있었던 그 참혹한 사건은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이 모두가 피해자였다. 이 진혼제는 그들 넋을 위로하기 위해 지내는 제사다.

(「노을의 기억」, 11쪽)

 

다 끝났다. 꿈속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오직 하나 이 길뿐이다. 벌써 저기 고향이 보인다. 어머니가 치마폭에 옥수수를 감싸안고 출출할 때 먹으라고 건넨다. 광식이 입안에서 달디단 옥수수의 알이 터진다. 아련한 고향의 맛이다. 편하다. 진즉에 고향으로 갈 걸 그랬다.

(「꿈속의 고향」, 117쪽)

 

관리사무소에 가기 전에 진희는 저녁 뉴스에서 화곡동 빌라에 살고 있던 세차 여자의 소식을 들었다. 카메라가 집 안을 살짝 보여주었는데 여자가 세차할 때 입던 물색이 바랜 파란 등산복 겉옷이 빨래건조대에 널려 있었다. 빌라 왕에게 전세금을 뜯긴 사람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보이고 그 위로 ‘아무리 살려고 발버둥 쳐도 더 이상 살아갈 자신이 없다. 한평생 살아간다는 일이 왜 이리 살기가 힘든가.’라고 쓴 세차 여자의 유서가 공개되었다.

(「슈퍼문이 뜬 밤에 서래섬을 돌다」, 141쪽)

 

돌이켜 헤아려보니 선생님과 공부한 기간이 가을부터 겨울까지 육 개월 남짓하다. 그 육 개월간 나는 등단하고 「노을의 기억」을 쓰고, 선생님은 침묵 속으로 들어가시고, 제자들은 영원한 제자가 되었다.

짧은 공부 기간이었지만 소설은 사회상이 반영되어야 한다며 선생님은 누누이 강조하셨다. 나는 어떤 소설이든지 사회의 모순된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내려고 했다. 『노을의 기억』에 실린 작품들 속에도 사회상을 반영하려고 나름 노력했다.

(「작가 후기」, 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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