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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신간도서

숙맥 17, <해묵은 소망 하나>

by 푸른사상 2025. 3. 5.

 

분류--문학(산문)

 

해묵은 소망 하나

 

곽광수, 김경동, 김명렬, 김학주, 안삼환, 이상옥, 이상일, 이익섭, 장경렬, 정재서, 정진홍 지음

숙맥 17|153×224×16mm|248쪽|22,000원

ISBN 979-11-308-2226-6 03810 | 2025.2.28

 

 

■ 도서 소개

 

인문학을 평생 품고 사는 숙맥들이 펼쳐내는 일상의 소회

 

숙맥 동인지 17집 『해묵은 소망 하나』가 푸른사상사에서 출간되었다. 자본과 과학기술에 지배된 인문학 상실의 시대에, 숙맥임을 자처하는 이 시대 문사들이 일상의 소회를 차분하게 풀어냈다.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수필을 비롯해 논평, 서평, 예술평론, 여행기 등의 글들은 진정 우리 삶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준다.

 

 

■ 저자 소개(전공 및 대학)

 

곽광수_ 불문학 서울대학교

김경동_ 사회학 서울대학교

김명렬_ 영문학 서울대학교

김학주_ 중국고전문학 서울대학교

안삼환_ 독문학 서울대학교

이상옥_ 영문학 서울대학교

이상일_ 독문학 성균관대학교

이익섭_ 국어학 서울대학교

장경렬_ 영문학 서울대학교

정재서_ 중국고전문학 이화여자대학교

정진홍_ 종교학 서울대학교

 

 

■ 목차

 

책머리에

 

곽광수_ 프랑스 유감 IV-11

 

김경동_ 나 혼자 산다? 파편화 사회의 단면

 

김명렬_ 입, 퇴원기 / 카르페 디엠

 

김학주_ 나이 구십 세가 되어

 

안삼환_ 나의 아버지 /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부쳐 / 모과母科에 작가로 와서

 

이상옥_ 해묵은 소망 하나 / 비엔나 / 추억 어린 라인강 / 여산을 두고 옛 시인들은

 

이상일_ 가족과도 같지만 평론의 대상이기도 한 사포와의 긴 인연 / DMZ가 매체인 무용 예술의 영화화 / 대학 동문 무용단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 한국 현대 무용의 미래와 K-문화의 세계화

 

이익섭_ 이청준의 소설 문장

 

장경렬_ 광인狂人과 시인詩人 / “그대 살고 있는 괴로움이 다시 나를 울릴 때까지” / “커다란 오동잎처럼 보이던 그 손”

 

정재서_ 어느 해 초봄의 제천대祭天臺-무릉리武陵里 답사 / 봉원사奉元寺의 조趙 낭자娘子 비석 앞에서 / 한류 유행의 원인에 대한 단상

 

정진홍_ Wait for none!

 

엮은이 후기

숙맥 동인 모임 연혁

 

 

■ 책머리에 중에서

  

여기 스스로 ‘숙맥’이기를 자처한 문사들의 모임이 있다. 숙맥회菽麥會가 그것이다. 이 실용 지상의 시대에 인문학을 평생 품고 사는 이들이야말로 숙맥이 아니고 무엇인가? 알아서 주제를 잘 파악한 숙맥 회원들은 남풍회南風會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남풍은 당나라 시인 이기李頎의 “사월에 남풍이 불면 보리가 누렇게 익어라”(四月南風大麥黃―「送陳章甫」)는 시구에 전거를 두고 있다. 고난의 보릿고개를 빨리 넘어가게 해 줄 남풍은 민초들에게 구원과 희망의 바람이리라. 가수 박재란도 <산너머 남촌에는>이란 곡에서 “밀 익은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 . . 남에서 남풍 불 땐 나는 좋데나”라고 노래하지 않았던가? (이 노래의 가사는 원래 파인巴人 김동환의 시.) 보릿고개처럼 어려운 이 시절에 숙맥 회원들은 저 와룡강의 은자隱者들처럼 “노래를 부르거나 그저 박수를 치”듯이 또는 “답답하면 . . . 촌술이나 마”시듯이 일상의 소회를 글에 담는다. 이렇게 해서 모인 글들을 거두어 책으로 엮어 낸 것이 어언 17호에 이르게 되었다.

 

 

■ 책 속으로

  

이전에 생각했던 바인데, 더 오랜 텍스트들을 한데에 모아 책을 한 권 만들려고 했었지. 그러다가 다른 “탐색”들을 중단하지 않으려고 그 계획을 포기했어.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나에게 모든 결정은 끝났고 내 미래는 문학에 끌려 들어갔다고 생각하지는 말아 줘. 내 미래는 그냥 문학으로 향하고 있을 뿐, 그것이 문학에 가 닿으리라고 네게 확언할 수는 없어. ―미셸의 편지에서

(곽광수, 「프랑스 유감 IV-11」, 20쪽)

 

요즘의 인간관계가 주로 ‘혼자’라는 주요 용어로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변질했음을 실감한다는 말을 하고자 함인데, 이를 어떤 식으로 정상화할 수 있을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숙제가 우리에게 주어진 셈입니다. (김경동, 「나 혼자 산다? 파편화 사회의 단면」, 47쪽)

 

하루걸러 한 잔의 커피가 주는 짧지만 절실한 삶의 기쁨, 그리고 나약한 자기 연민을 거부하는 의연하고 적극적인 생활 태도 ― 이만하면 이를 한 80대 노인의 ‘카르페 디엠’이라 이를 수 있지 않을까? (김명렬, 「카르페 디엠」, 64쪽)

 

우리가 살면서 애써야 할 길은 오직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신체적인 힘이나 정신적인 능력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하더라도 오직 한 가지 올바르고 뜻있는 길을 찾아가기에 남아 있는 온 힘과 능력을 다 기울이는 것이다. (김학주, 「나이 구십 세가 되어」, 67-68쪽)

 

아버지는 엄마 없이 자라나야 하는 막내인 나를 유달리 사랑하셔서 늘 사랑방의 당신 곁에 두시고 당신의 요 위에서 나를 재웠으며, 틈이 나실 때마다 명심보감이나 통감에서 한 구절을 펜글씨로 직접 종이 위에 옮겨 적어 놓으시고는 어린 나에게 일일이 토를 달아 가며 자구를 강론해 주시곤 하셨다. (안삼환, 「나의 아버지」, 72쪽)

 

경의를 표한답시고 기껏 모자나 벗어들고 들어간 교회에서 내가 오르간 소리를 기대한다면 그건 참으로 무엄하고 주제넘은 짓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내 은근한 기대가 헛된 소망으로 끝날 때마다 나는 늘 알렉산더 포프(Alexander Pope, 1688-1744)의 『비평론』에 나오는 한 구절을 떠올립니다. (이상옥, 「해묵은 소망 하나」, 86쪽)

 

나는 예술 장르의 통합이나 총체 예술을 편드는 편이지만 새로운 예술 장르의 탄생이나 양식의 출현에 관심과 호기심을 쏟아붓는 한편, 고전적 양식의 프로화(pro化)에 박수를 보내는 모순된 입장에 있다. 어쩌면 예술은 그런 모순의 표명이 아닐까.

(이상일, 「DMZ가 매체인 무용 예술의 영화화」, 122쪽)

 

「국어학자의 소설 읽기」를 다시 한번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필 자국이 있는 문장들을 모아 그것들이 어떤 점에서 문법적으로, 또 문장론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지를, 국어학자로서, 그보다는 작문 선생으로서 좀 차근차근 분석해 보고 싶어진 것이다.

(이익섭, 「이청준의 소설 문장」, 139-140쪽)

 

바라건대, 시인이든 광인이든 현실에 저항하는 동시에 새롭고 낯선 삶의 길을 찾아 헤매는 모든 이들도 자유롭고 평화롭게 거주하는 곳이 바로 이 세상이기를! 그리고 그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이들이 그들과 함께하는 곳이 바로 이 세상, 내가 몸담고 있는 여기 이곳, 같은 하늘 아래이기를! (장경렬, 「광인狂人과 시인詩人」, 187쪽)

 

비문을 읽고 나니 처절한 그녀의 삶에 대한 연민으로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무엇이 겨우 스물한 살의 그녀로 하여금 죽음을 결심하게 하였을까? 비문은 단지 그녀가 기생첩이라는 신분을 비관하여 자살한 것으로 말하고 있으나 말 못 할 더 슬픈 사정이 있을 줄 누가 알랴?

(정재서, 「봉원사奉元寺의 조趙 낭자娘子 비석 앞에서」, 211쪽)

 

그 기다림은 한 번도 저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배신하지 않았다고 해도 좋고요. 기다림은 제게 신뢰를 살게 했습니다. 두려움과 겁을 지워 버렸으니까요. 잠 못 드는 밤이 없지 않았어도, 그래서 멀뚱멀뚱 아침을 기다리면 밤이 없어도 아침은 와 주었습니다.

(정진홍, 「Wait for none!」, 2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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