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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간도서

우한용 장편소설, <그래도, 바람>

by 푸른사상 2025. 1. 6.

 

 

분류--문학(소설)

 

그래도, 바람

 

우한용 지음|푸른사상 소설선 65|153×205×20mm|416쪽

22,000원|ISBN 979-11-308-2200-6 03810 | 2024.12.26

 

 

■ 도서 소개

 

읽으려 하지 말고 상상과 느낌으로 접근하면

바람처럼 읽히는 다성적 소설의 독특한 매력

 

우한용 작가의 장편소설 『그래도, 바람』이 푸른사상 소설선 65로 출간되었다. 삶의 성찰과 소설의 본질에 대하여 답을 찾는 과정이 소설 창작 강의의 기록이란 서사로 전개된다. 소설이란 무엇인가, 좋은 소설은 어떤 것인가를 숙고하며 읽다 보면, 이 소설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서사적 욕망의 바람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 작가 소개

 

우한용 (필명 우공)

충남 아산 출생.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국어교육학과 교수, 국어국문학회 대표이사, 현대소설학회 회장, 한국작가교수회 회장,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장편소설 『생명의 노래 1, 2』 『시칠리아의 도마뱀』 『악어』 『심복사』 『소리 숲』 등, 소설집 『초연기-파초의 사랑』 『도도니의 참나무』 『사랑의 고고학』 『붉은 열매』 『아무도, 그가 살아 돌아오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수상한 나무』 『시인의 강』 『왕의 손님』 등, 시집 『청명시집』 『낙타의 길』 『검은 소』 『내 마음의 식민지』 『만화시초』 『나는, 나에게 시를 가르친다』 등, 픽션 에세이 『떠돌며 사랑하며』가 있다.

저서로 『한국근대작가연구』(공저) 『문학교육론』(공저) 『한국현대장편소설연구』 『한국현대소설구조연구』 『채만식소설 담론의 시학』 『문학교육과 문화론』 『창작교육론』 『한국 근대문학교육사 연구』 『소설장르의 역동학』 등을 간행했다.

 

 

■ 목차

 

■ 작가의 말

 

서장 : ‘여승’과 서술자

 

1 만우절 개강

2 체리의 계절

3 천마를 찾아서

4 자하문 저쪽

5 모기와 마복자

6 매를 날리며

7 신라 종이, 계림지

8 토포필리아

9 크로노스의 초상

10 산골 물소리

11 문화 뒤의 가면

12 계림지를 찾아서

13 변신의 계절

14 아카디아 환상

15 첫눈, 불길과 물길

 

종장 : 유령의 시간

 

■  미주

■  평설 : 소설이라는 바람(風)에 실린 서사화된 바람(願) _ 호창수

 

 

■ ‘작가의 말’ 중에서

 

경주의 <아카데미-Q>에 한 해 소설창작론 강의를 나갔다. ‘소설’에 몰두해서 지낸 소중한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왜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가, 소설이란 무엇인가, 소설 쓰기 가르치는 게 과연 가능한가. 좋은 소설은 무엇인가, 남들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가. 소설 창작 강의를 나가는 사람이 실제로 소설을 써서 수강생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어떤 교육 효과가 있는가. 그런 의문과 함께였다. 전에 절실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들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소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쪽으로 강의 방향을 잡았다. 고정관념을 넘어서야 소설 제대로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소설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의 껍질이 의외로 단단했다. 대개 문학개론 소설편에 나오는 내용들을 명제화하여 기억에 저장하고 있었다. 수강생들은 한편으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쪽에서는 내가 이야기하는 내용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내 나름으로 논리를 세우고 경험을 들어서 설명하면 선생 체면을 생각해서인지 대개는 수긍을 해주었다. 내가 오히려 편견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가 자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중략)

<아카데미-Q>에서 보낸 한 해의 기록, 그게 소설이 될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소설에 몰두해서 산, 내 시간의 밀도는 내 삶의 지워지지 않는 순금 부분이다. 장르의 통념을 떠난 ‘소망의 기록’이기 때문에 ‘그래도, 바람’이란 제목을 달았다. 소설을 생각하는 분들의 소망이 조금이나마 실감으로 그려진다면 다행이겠다.

 

 

■ 작품 세계

 

우한용 작가의 『그래도, 바람』은 소설을 공부하고 창작하는 독자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는 ‘문학론 강의’처럼 읽힌다. 어떤 개인의 핍진한 이야기와 진지한 소설 창작론 사이에서 작가가 선택한 방법은 철저히 ‘대화’로 회귀하는 것이다. 일찍이 바흐친(M. Bakhtin)은 소설을 두고서 ‘형식 창조적 이데올로기’의 속성을 지닌 양식으로 무수한 대화의 양상이자, 그 자체로 비종결의 장(場)이라 규정한 적이 있다. 그가 제시한 ‘대화적 서사’ 개념은 소설을 소통론적으로 규정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에게 굉장한 유혹으로 다가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듣는 이와 말하는 이 사이의 동시적 소통[對話] 행위로서 소설적 대화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규명하기란 매우 어려운 과업이다. 바흐친 자신 역시 도스토옙스키의 소설만을 대화적 서사로 제시하지만, 지금의 독자에게 산문(散文)적 담론인 소설의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번 작품 속 천강월의 강의와 남아진의 상상적 대답 역시 바흐친이 찾던 대화적 서사의 한 양상일지도 모른다. 다성(多聲)적 소설을 찾고자 한 번이라도 고심을 해봤던 독자라면 이번 소설을 통하여 작가 ‘우공’이 시도하고자 한 근본 뜻을 어림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중략)

우공은 근래 끊임없는 서사적 변모를 꾀하였다. 소설의 몸을 바꾸는 시도에서도 소멸하지 않는 서사의 양태(『시인의 강』(2021))에 주목하였고, 읽음으로써 읽히는 것이 아닌 들음으로써 읽히는 소설 공간(『소리숲』(2022))을 마련하기도 했다. 한편, 전통의 맥 속에서 새로운 창조를 향한 시도(『왕의 손님』(2023))를 펼치기도 하였다. 이번 『그래도, 바람』은 소설 텍스트의 이중성에 대한 작가의 성찰을 매우 도전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소설가로서, 소설교육가로서 평생 고뇌하고 탐구한 그의 적나라한 기억을 가장 우공다운 소설 형식으로 제시하였다. 서사적 지속과 양식적 변화를 두루 갖춘 소설의 잡종성에 대한 물음, 즉 소설의 본질에 대하여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작가 우공은 ‘메타픽션의 메타화化’라는 새로운 방법론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독자는 『그래도, 바람』이라는 책에 실려 은은하게 퍼지는 서사적 욕망의 바람을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으리라. 텍스트가 만들어낸 소설적 바람을 읽으려 들지 말고 상상하며, 들으려 하지 말고 느껴보기를 권한다. 그러면, 그제야 이 소설이 바람처럼 읽힐 것이다.

― 호창수(서울대 강사, 문학평론가) 평설 중에서

 

 

■ 출판사 리뷰

 

『그래도, 바람』은 소설가이자 소설 교육자로서 평생 문학을 고뇌하고 탐구해온 우한용 작가의 소설 창작 강의 현장을 기록한 형식을 빌린 장편소설이다. 소설의 본질에 대하여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저자는 새로운 소설적 도전을 통해서 다양한 세계를 탐구하고 그 속에서 진실을 추구한다. 소설이란 무엇인지, 좋은 소설은 어떤 것인지 숙고하며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은은하게 퍼지는 서사적 욕망의 바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소설창작 강의 현장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소설창작론을 강의하는 ‘천강월’과 수강생들이 주고받는 문학에 대한 문답, 소설 쓰기, 합평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일종의 ‘문학론 강의’처럼 읽힌다. 작가는 이 소설 속에서 여러 인물의 세계관을 엮어내고 교차하여 다채로운 세계로 재구성하고 있다. 창작을 경험하는 ‘남아진’의 세계, 소설과 문학에 대해 분투하는 ‘천강월’의 세계, 「자하문기」 속의 ‘석자명’의 세계, ‘천마’를 찾아 헤매는 ‘계환수’의 세계 등등으로 나아가며, 소설 쓰기의 본질에 대해 얽히고설킨 해답을 찾아간다.

소설가로서, 이야기꾼으로서, 강의자로서, 인간으로서 끊임없이 다양한 물음을 자아내는 저자는 소설 쓰기를 통하여 삶을 성찰하고 서사의 힘을 규명하고자 한다. 읽으려 하지 말고 상상과 느낌으로 이 소설에 접근하고자 하면 그제야 바람처럼 읽힐 것이다.

 

 

■ 작품 속으로

 

“소설가는 이중적인 의미에서 비평가입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인생의 비평입니다. 그리고 소설가는 자신의 내면에 비평가를 세워두고 있어야 합니다. 소설을 통해 의미를 창출하는 한편, 자신의 작품을 비판적 시각에서 검토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구체성이 떨어지는 이야기였다.

나는 전에 읽은 어떤 글을 떠올렸다. ‘문학은 인생의 비평이다.’ 어떤 평론가가 자기 평론집에다가 인용한 F.R. 리비스의 말이었다. 1932년이던가… 거의 한 세기 전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었다. 소설에서 새로운 추구가 가능할까. 소설이 새롭다는 걸 전제한다면서…

“비평가들 밥 빌어먹겠네,” 누군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55~56쪽)

 

백석과 나타샤를 태우고 걸어가는 흰 당나귀 발자국마다, 맑은 바람이 다가와 소용돌이치다가 깨끗한 물이 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바람을 기다리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바람(風)을 기다리는 바람(소망), 두 바람은 동음이의어였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것은 팔 할이 바람이다’, 그 구절의 ‘바람’을 세속의 바람, 즉 세풍(世風) 혹은 외풍(外風)으로 읽는 것은 고식적 방법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바람, 위시(wish), 소망이 배반과 실망을 낳는 게 아닌가.

바람은 언덕으로만 불어 치올라간다. 바람은 언덕으로, 예배당 첨탑 끝으로만 불어 올라간다. 암 수술하는 그 불안과 고뇌의 시간을 서사로 풀어내는 것은 바람기, 그 말고 다른 말로 표현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존재의 내면이 바람으로, 소용돌이로 가득해서 존재가 휘돌아가는 이런 일은 가히 하나의 사건이었다. 그 사건을 견뎌낸 천강월은 생애에 가로놓인 거대한 강을 건넌 셈이었다. 병이 인간을 단련할 수 있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172쪽)

 

“우리는 독서를 간접체험이라 합니다. 경험과 체험을 갈라 쓰기도 하고, 바꾸어 쓰기도 합니다. 체험의 직접성과 간접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편이(便易)를 위한 것일 뿐입니다. 사는 과정이 모두 체험입니다. 아무튼, 잘못하다가는 내 별명이 ‘아무튼’ 되겠네, 아무튼 소설 읽기는, 한 인간의 성장에서 중요한 ‘사건’이 됩니다. 책을 사고 읽고 글 쓰고 하는 과정 자체가 체험(객관적 시간의 자기화)입니다. 소설은 언어적 삶을 다루지 않습니까. 소설가는 인간의 언어적 삶을 다루는 전문가입니다. (3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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