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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간도서

김윤정 평론집, <세계의 주름과 생성의 시학>

by 푸른사상 2024. 12. 3.

 

분류-- 문학비평, 문학평론

 

세계의 주름과 생성의 시학

 

김윤정 지음|푸른사상 평론선 43|153×224×18mm|368쪽

29,500원|ISBN 979-11-308-2189-4 03800 | 2024.11.29

 

 

■ 도서 소개

 

따뜻한 인간학과 문화의 생성을 이끄는 시론

 

문학평론가 김윤정(강릉원주대 국문과) 교수의 『세계의 주름과 생성의 시학』이 푸른사상 평론선 43으로 출간되었다. 인공지능 시대의 시 쓰기의 고유성, 과잉된 감각적 정보 너머에서 만나는 시적 진리, 도구적 이성의 폭력성에 관한 윤리적 성찰 등을 담고 있다. 김선오, 원성은, 김유태, 조온유, 신달자, 정채원, 정혜영, 안경원, 안태현, 최규환, 고경자, 강릉 지역의 여성시 등을 통해 소통의 담론도 제시하고 있다.

 

 

■ 저자 소개

 

김윤정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문학평론가로 활동 중이며, UC Berkeley(버클리대학교)에서 방문학자로 머물면서 연구를 수행했다. 현재 강릉원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는 『김기림과 그의 세계』 『한국 모더니즘 문학의 지형도』 『언어의 진화를 향한 꿈』 『한국 현대시와 구원의 담론』 『문학비평과 시대정신』 『불확정성의 시학』 『기억을 위한 기록의 비평』 『한국 현대시 사상 연구』 『위상시학』 『21세기 한국시의 표정』이 있다.

 

 

■ 목차

 

■ 책머리에

 

제1부 시의 외연의 넓이

인공지능 시대의 시 쓰기의 고유성

현대시의 두 갈래의 흐름과 AI 시대 시의 미래

강릉 지역 여성시의 어제와 오늘

 

제2부 시의 생성의 현장

과잉된 감각적 정보 너머에서 만나는 시적 진리

도구적 이성의 폭력성에 관한 윤리적 성찰

다시 본질로, 삶의 겟세마네 동산에서

주름 접힌 세계, 그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시학

미와 진리를 꿈꾸는 순수의식의 현상들

삶의 불확실성과 ‘그 무엇’을 향한 형이상학적 인식들

감각 수용의 센터로서의 신체와 시적 사유의 양상들

 

제3부 시의 정신의 조명

말할 수 있음과 없음의 사이에서 생성되는 사물들―김선오론, 『나이트 사커』를 중심으로

심연의 자아의 고백 형식―원성은론, 『새의 이름은 영원히 모른 채』를 중심으로

아포칼립스 시대의 경화되는 말의 ‘혀’―김유태론, 『그 일 말고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를 중심으로

완성을 위한 배후 그 내면의 심층 지대―조온윤론, 『햇볕 쬐기』를 중심으로

 

제4부 시의 소통의 담론

세계의 수평적 확장과 “간절함”에 의해 고양된 생의 의지―신달자의 『간절함』

생활 세계의 ‘너머’를 위한 ‘지금·여기’의 몸부림―정채원의 『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

스밈과 번짐, 그 영원성의 미학―정혜영의 『이혼을 결심하는 저녁에는』

인드라망의 회로를 거쳐 “바다”로 나아가는 길―안경원의 『바람에 쓸리는 물방울은 바다로 간다』

삶의 균형 잡기를 위한 추(錘)의 언어―안태현의 『최근에도 나는 사람이다』

어둠에 대한 사랑, 그 찬란한 기록의 시―최규환의 『동백사설』

빈 지대를 향한 욕망의 무한 운동―고경자의 『사랑의 또 다른 이름』

 

■ 발표지 목록

■ 찾아보기

 

 

■ 책머리에 중에서

 

지난 평론집 이후 4년 만의 발간이다. 비평을 할수록 작품과의 인연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작품과의 만남은 우연으로 시작되지만 작품을 대하면서는 두 실존의 충돌이 빚어진다. 시에 새겨진 작가 의식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이 비평의 임무라는 생각에 시 속의 마디들을 헤집기에 분주하다. 모든 개체는 독자적으로 존립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 자체로 무한하고 다면적인 차원을 이룬다. 그러한 만큼 그들은 삶의 관계에서 헤아릴 수 없는 복잡성과 다차원을 내포한다. 단독자로서의 개체는 독립적인 자아를 말하는 대신 촘촘한 삶의 그물망 한가운데의 얽힘을 지시할 뿐이다. 그 얽힘은 의식의 엉김과 삶의 혼돈을 예기한다.

그러나 자아의 이러함은 시의 생성 조건이기도 하다. 그에게 부과되는 의식의 엉김 가운데에서 그는 시의 말을 토해내기 시작한다. 내면과 관계의 복잡한 그물망은 그를 침묵하게 할지언정 시의 말을 멈추게 하지 않는다. 시의 말은 끝없이 흘러나와 온 바다에 스미는 소금처럼 세계의 농도를 더하는 계기다. 그것이 자아가 묶인 생의 그물망을 근원으로 한다는 점에서 시의 말은 자아를 얽어매는 그물망의 복잡성을 해소하려는 몸부림에도 해당한다. 이는 시의 말이 압박감과 간절함의 정동으로 발생함을 나타낸다.

또한 이는 시의 말이 기원하는 근원이 곧 자아를 둘러싸고 있는 강한 에너지장(field)에 다름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 에너지장은 자아의 정체성이자 복잡성이고 자아의 실존 자체가 된다. 자아는 에너지장에 의해 자기만의 고유한 모나드(monade)를 이룬다. 물론 이러한 사실이 개체를 단절된 독립성의 그것으로 남겨두지 않음은 앞서 말한 대로다. 모나드로서의 자아는 그의 에너지장에 묶이고 갇힌 채 그와 연관된 또 다른 개체를 끌어당기고 밀어내고 한다. 시의 말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솟아나고 엉기고 폭발하고 뭉치기를 반복한다. 시의 말은 자아의 에너지장에 얽힌 채 자아와 운명을 같이한다. 따라서 침묵을 이기고 시의 말이 흘러나오는 일은 자아가 자기를 얽어매는 운명을 직시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에 따른 것이다.

 

 

■ 출판사 리뷰

 

한국 현대시의 지평을 탐색해온 김윤정 교수의 평론집이다. 시의 말은 자아의 에너지장에 얽힌 채 자아와 운명을 같이한다는 점에 주목한 저자는 이 책에서 시에 새겨진 작가 의식을 밝혀내고자 했다. 인공지능이 세계의 중대한 부분으로 등장한 오늘날, 생동과 생성의 현장으로서의 현대시의 흐름과 경향을 파악하고자 했다.

제1부에서는 인공지능이 생산하는 담론의 양상과 그것의 원리, 그리고 그에 대응하는 인간의 위상과 정체성에 대해 논의하였고, 현대시의 두 갈래의 흐름과 AI 시대 시의 미래, 강릉 지역 여성시를 고찰했다. 제2부에서는 시의 생성의 현장을 살폈다. 과잉된 감각 정보 너머에서 만나는 시적 진리, 도구적 이성의 폭력성에 관한 윤리적 성찰, 주름 접힌 세계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시학 등을 논의한다. 제3부에서는 김선오, 원성은, 김유태, 조온윤 시인의 시집을 텍스트로 삼아 시의 정신을 조명했다. 제4부에서는 신달자, 정채원, 정혜영, 안경원 시인 등의 시집을 통해 시의 소통 담론을 주목했다.

이 책에서는 시와 자아에 대한 사랑과 존중의 자세를 통해 시의 영토를 아름답고 풍성하게 만드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했다. 인공지능을 앞세운 거대한 산업의 지대 속에서, 문학은 따뜻한 인간학과 문화의 생성을 이끄는 요인이 되어줄 것이다.

 

 

■ 책 속으로

 

시의 갈래를 언급하면서 AI를 들먹이는 까닭은 AI까지 이어져오는 인식의 원리 때문이다. 그것은 앞서 언급한 대로 포스트모더니즘의 언어 철학과도 닿아 있다. 직접적인 경험과 무관한 채 오직 정보의 집적 속에서 탄생하는 AI는 랑그에 의한 랑그 내의 존재인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의도한 주체의 해체 이후에 AI가 탄생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또한 인간이 감행한 주체 해체의 빈 공간은 인공의 주체가 자리할 여지를 안고 있다. 롤랑 바르트가 말한 저자의 죽음은 포스트모더니즘에서의 주체 해체로, 나아가 AI시대의 주체의 소멸로 이어지는 것이다. (26쪽)

 

신을 향한 초월적 표상이 무의미한 세계에서 인간의 구원은 어떻게 가능할까? 인간의 외부에서 인간을 부정하게 하는 초점자로서의 신이 동일성 철학을 대변하는 것이었다면, 들뢰즈는 이를 거부하고 세계 내의 내재적 사건에 주목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의 실상은 동일자 대신 무수한 차이들과 그들의 반복으로 구성되며 그러한 차이의 반복들이야말로 그 지대를 사건의 지점이자 특이성의 장소로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세계 속에서 완전무결하게 일치하는 사태가 발생할 리 없는 대신 모든 사건들은 반복될 수 있으되 차별화되어 반복한다는 사실은 세계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자 다양성에 대한 옹호라 할 수 있다. 이를 세계의 주름(pli)이라 일컬었던 들뢰즈는 무한한 반복, 더 정확하게는 무한한 차별적 반복이 발생하는 주름의 지대야말로 사건이 잉태되는 생명의 장소이자 초월적 신의 자리와 구별되는 세계의 내재성의 지점이라 말하였다. 그곳은 인간의 세계이자 사태가 생기하는 생성의 자리이며 생명의 지대다. 들뢰즈는 신이 부재하는 시대에 그러한 생성과 생명의 장소야말로 인간 스스로의 구원이 가능해지는 지대라 하였다. (114쪽)

 

말은 대상에 대해 언표함으로써 그것을 드러내고 규정하고 존재하게 한다. 이는 철학적 관념이기 이전에 일상적 사실이다. 말이 행해짐으로써 대상은 비로소 세계 내에서 존재성을 부여받는다. 말에 의해 명명되었을 때 대상은 세계 내에서 외현하는 실체이자 사회적 현상이 된다. 말이 구현됨으로써 대상은 스스로 있게 되며 존재로서 입증된다. 그런 점에서 존재에게 말은 모든 것이다. 말은 존재와 분리되지 않는 존재의 또 다른 현현이다. 말과 존재는 동일한 실체의 양면이며, 존재가 말을 벗어나 있을 수 있는 부분은 사실상 없다. 모든 대상은 말의 촘촘한 그물망과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대상은 말을 중심으로 하여 존재론적이고 사회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에 포함되지 않는 것들은 모두 존재하지 않는 것, 존재 밖의 것이다. 말의 그물망에 포함되지 않는 사물들은 모두 부재이자 무의미다. (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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