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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간도서

서용좌 산문집, <스물셋, 아무렇더라도 나를 사랑해준 사람>

by 푸른사상 2024. 10. 14.

 

분류--문학(산문)

 

스물셋, 아무렇더라도 나를 사랑해준 사람

 

서용좌 지음|푸른사상 산문선 56|128×188×12mm|208쪽

17,500원|ISBN 979-11-308-2177-1 03810 | 2024.10.9

 

 

■ 도서 소개

 

일상에서 그려내는 다채로운 생각의 무늬들

 

서용좌 작가의 산문집 『스물셋, 아무렇더라도 나를 사랑해준 사람』이 푸른사상 산문선 56으로 출간되었다. 수필의 나이 스물셋에 이르기까지 매년 써온 글을 묶은 이 책은 저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살아 숨 쉰다.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크고 작은 무늬를 그려내는 저자의 상념과 단상들이 펼쳐진다.

 

 

■ 작가 소개

 

서용좌

2002년 『소설시대』에 단편 「태양은」 발표로 등단했다. 장편소설로 『열하나 조각그림』 『표현형』 『흐릿한 하늘의 해』 『숨』 『날마다 시작』, 연작소설로 『희미한 인(생)』, 소설집으로 『반대말·비슷한말』이 있고, 학술서로 『도이칠란트·도이치문학』 『창작과 사실. 양심으로서의 문학에 대한 고찰 1983~2009』 등이, 번역서로 『강 풍경을 마주한 여인들』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 카프카의 편지 1900~1924』 등이 있다. 이화문학상(2004), 광주문학상(2014), PEN문학상(2017), 박용철문학상(2023) 등을 수상했다. 전남대학교 독일언어문학과 명예교수이다.

 

 

■ 목차

 

▪작가의 말 : 느슨한 또는 된 말들, 묽은 아니면 진한 글들

 

새내기_ 지각생

두 살배기_ 천재와의 만남

세 살_ 오프라인

네 살_ 내 딸의 어머니

다섯 살_ 내적 자유

여섯 살_ 구멍 난 옷

일곱 살_ 눈이 있었던 것

여덟 살_ 평행선

아홉 살_ 온 바닷물을 다 켜야 맛인가요

열 살_ 아무렇더라도 나를 사랑해준 사람

열한 살_ 말

열두 살_ 동문서답

열세 살_ 더불어 살기

열네 살_ 자유를 증오한다

열다섯 살_ 민중의 노래

열여섯 살_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

열일곱 살_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열여덟 살_ 내가 만일

열아홉 살_ 겨울 바닷가, 북해

스무 살_ 사피엔스의 언어

스물한 살_ 빙하가 녹았다

스물두 살_ 말의 시작, 글의 시작

스물세 살_ ……침묵

 

 

■ ‘작가의 말’ 중에서

 

지금으로서는 이만큼 썼으므로 이만큼 썼노라고, 누구라도 필위 잘 쓸 수는 없노라고, 정직하면 되리라는 어설픈 변명으로 소설들을 더구나 감히 산문집을 내놓습니다. 어쩌면 무지가 용맹이 아니라, 부족을 인내한다는 의미에서 겸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산문집과 같은 시간에 세상을 맞닥뜨릴 장편소설 『날마다 시작』도 마찬가지 마음으로 떠나보냅니다. 언제나처럼 미술을 전공한 둘째가 그려주는 표지에 숨어, 느슨한 또는 된 말들, 묽은 아니면 진한 글들이 숨 쉬고 있기를 바라면서, 저는 숨을 죽입니다.

사족, 아니 본론입니다. 더 어설픈 이 산문집은 무슨 마음으로 무슨 권리로 내놓는가 부끄럽습니다. 소설가라고 불리기 시작하자 한국소설가협회를 시작으로 한국문인협회며 국제PEN한국본부 등 문학단체들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그러는 것이 상례인 줄 알았습니다. 몇 안 되는 그들 중 이대동창문인회에서는 회원들 등단 장르를 막론하고 매년 수필을 한 편씩 모았습니다. 수필을 쓴 경력이 전혀 없이도 수필이라고 하는 글을 쓰도록, 회원의 의무라고 하시는 선배들의 격려(?) 또한 엄중했습니다. 그렇게 수필 나이 스물셋에 모인 글들을 내놓습니다. 왜냐고 물으면 답을 얼버무릴밖에요. 속내는 발화되지 못하기도 합니다.

흠결 많았을 젊은 날들을 걱정하면서 어쩌면 더 많은 흠결을 쌓아가고 있는 오늘입니다. 무심한 이 사람과 몸과 맘으로 닿아 있는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 출판사 리뷰

 

독문학 연구자이자 소설가인 서용좌가 수필 나이 스물셋에 이르기까지 매년 한 편씩 써온 글을 한 권으로 묶는다. 저자의 상념과 단상들이 펼쳐지는 이 책은 과거의 시간뿐만 아니라 현재 그리고 미래가 살아 숨 쉬고 있다.

저자는 입시 시험 감독을 맡았던 때, 울상으로 나타난 지각생을 보며 자신의 대학 입시 시절을 회상한다. 추운 겨울 입학시험을 보러 간 그녀는 시험장에 늦게 도착하게 되는데, 내치지 않고 받아준 교수님 덕분에 그녀는 무사히 시험을 치르게 된다. 교수님의 배려는 그녀가 교단에 서며 지각생과 결석생을 홀대하지 않게 된 계기가 된다. 전화보다는 이메일을, 이메일보다는 편지를 선호하는 그녀는 저물어가는 오프라인 시대의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자유의지에 대한 단상, 예술과 문학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단 한 톨의 노력을 하지 않아도, 아무렇더라도 나를 사랑해주었던 어머니가 타들어 가는 불꽃처럼 떠난 이후 그 공백을 실감하기도 한다.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크고 작은 무늬를 그려내는 서용좌가 가진 삶의 철학과 인간 존재에 대한 사색이 이 산문집에 오롯이 녹아들어 있다.

 

 

■ 작품 속으로

 

과거의 시간들이 기억으로서 현재에 존재하는 한, 현재의 시간에 자유의 공간이 줄어든다. 미래의 시간이 기대로서 현재에 존재하는 한, 그 또한 자유의 공간을 줄인다. 과거 때문에도 미래 때문에도 자유롭지 못한 인간 존재가 여기에 있다. 나의 내적 자유여-자판 위를 열에 들떠 떠도는 열 손가락들은 한 조각 자유를 토로해낼 수 있을 것인가? 여전히 이름 석 자의 피복 속에서 자유를 꾸며대고 있을까?

(「내적 자유」, 54~55쪽)

 

복숭아 껍질을 벗긴다. 아직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따 들인 것들이라 당도도 높고, 무엇보다 벗겨 드러난 속살에서 물기가 두둑두둑 듣는다. 두 개를 벗길 양이면 늘 어느 하나가 더 먹음직스럽다. 너무도 당연히 더 맛있어 보이는 쪽을 당신의 접시에 올려놓으면서 느낀다. 누군가에게 더 맛있어 보이는 것을 내밀면 그것이 사랑일 것. 나란한 두 베갯잇을 새로 갈아 끼우면서 풀기 더 고슬고슬한 쪽을 그리로 밀어놓으면 그것이 사랑일 것. 이 시시한 진부한 존중이 어우러져 나란히 서 있는 평행선.

(「평행선」, 85~86쪽)

 

갑자기, 너무나 늦게 깨닫는다, 얼마나 서운하셨을꼬. 인생이 뭘까. 인생관이 다른 딸을 두고 평생 얼마나 참담했을꼬. 단 한 톨의 노력을 하지 않아도, 아무렇더라도 나를 사랑해준 사람이 이제는 없다.

나 홀로. 이제 나 홀로다. 나는 또 얼마나 죽을힘을 다해야 할까. 아름다운 관계를 얻기 위해 얼마나 나를 죽이고 참아야 할까. 내 멋대로, 아무렇더라도 나를 사랑해준 사람, ‘엄마’가 이제는 없다. 49재를 지났으니 어딘가로 정말 떠나시고 없다. 머리에 꽂았던 하얀 리본이 타들어 가는 초라한 불꽃과 함께 영영 떠나버렸다.

(「아무렇더라도 나를 사랑해준 사람」, 101~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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