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 신간도서

서용좌 장편소설, <날마다 시작>

by 푸른사상 2024. 10. 14.

 

분류--문학(소설)

 

날마다 시작

 

서용좌 지음|푸른사상 소설선 62|140×205×19mm|336쪽

18,500원|ISBN 979-11-308-2176-4 03810 | 2024.10.9

 

 

■ 도서 소개

 

날마다 시작하는 인생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

 

서용좌 작가의 장편소설 『날마다 시작』이 푸른사상 소설선 62로 출간되었다. 요양보호사로 살아가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 소설은 방문요양 서비스를 받는 환자와 보호자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다. 일상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내고 인간의 존재를 성찰하는 모습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 작가 소개

 

서용좌

2002년 『소설시대』에 단편 「태양은」 발표로 등단했다. 장편소설로 『열하나 조각그림』 『표현형』 『흐릿한 하늘의 해』 『숨』 『날마다 시작』, 연작소설로 『희미한 인(생)』, 소설집으로 『반대말·비슷한말』이 있고, 학술서로 『도이칠란트·도이치문학』 『창작과 사실. 양심으로서의 문학에 대한 고찰 1983~2009』 등이, 번역서로 『강 풍경을 마주한 여인들』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 카프카의 편지 1900~1924』 등이 있다. 이화문학상(2004), 광주문학상(2014), PEN문학상(2017), 박용철문학상(2023) 등을 수상했다. 전남대학교 독일언어문학과 명예교수이다.

 

 

■ 목차

 

 창작 노트

 

날마다 시작

오늘

봄, 사순 시기

낮꿈

침묵과 침묵 사이

먼지

놀이터

새순

페르소나

시간

이별

생존반응

 

 

■ ‘창작 노트’ 중에서

 

비는 겨울에도 또 봄이 되어도 내내 내립니다. 우리는 늘 내리는 비를 맞고 삽니다. 비는 핑계입니다. 핑계까지 소용없습니다. 그냥 글을 씁니다. 비가 내리는 날에도, 갠 날에도 그냥 글을 씁니다. 누군가의 입을 빌려 글을 씁니다. 순간들에 집중하여, 어쩌면 영원으로 들어갈까 싶은 순간들에.

날마다 시작하고 날마다 미완성인 인생, 영원히 미완성인 인생에는 플롯이 없다. -그런 마음으로 쓰는 글이다 보니 소설에서 플롯을 기피하게 되고, 발단에서 결말에 이르는 구조를 외면하게 되어 소설쓰기의 공식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는 사이 내 손을 떠난 글들에 부끄러움은 더해만 갑니다. 쓰지 않을 수 없는 강박일까요, 아예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부족함을 잘 알지만, 고민을 해도 달리 더 어쩔 수도 없기에, 부족한 대로 글을 내보냅니다. 더 잘 할 수 없음을 고백하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겸손일까 합니다.

 

 

■ 추천의 글

 

코로나에 지질려 지내는 중에 ‘코로나소설’에 질려 지냈습니다. 선생님 소설은 어허, 이건 다른데 하면서 눈을 크게 뜨고 밑줄 치면서 읽었습니다. 제가 질렸다는 건 이유가 있습니다. 소설가들이 남과 똑같아진다면 그건 치명적이지요. 저는 똑같은 상황에서 다른 시각으로, 다른 언어로, 다른 발상으로 사태를 파지하는 게 소설가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환자, 보호자, 요양사(이들 명칭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일상 속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추구하는 방법이 다른 작가들의 ‘코로나소설’과는 유를 달리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명품에 속합니다. 사태의 표피만 훑고 지나가지 못하는 도도한 작가의식이 아니면 건져내기 어려운 작품, 사물을 포함한 존재의 의미, 먼지도 존재라는 생각, 참담한 현실, 왜곡되는 언어 그런 사색의 항목을 엮어넣어 소설로 빚어낸 솜씨가 매력적입니다.

―우한용(소설가,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명예교수)

 

 

■ 출판사 리뷰

 

요양보호사를 직업으로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 장편소설은 방문요양 서비스를 받는 환자와 보호자 사이의 이야기이다. 자신과 주변인의 삶에서 드러나는 사소한 사건들과 이야기를 통해 그 속에 감추어진 삶의 의미를 찾아내고 인간의 존재를 끊임없이 성찰한다.

‘지은이’라는 다소 특이한 이름을 가진 주인공은 복지센터 소속으로 방문요양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새롭게 돌봄 서비스를 맡게 된 80대 할아버지를 찾아가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간 집은 보호자가 맞아주는데, 치매는 아니지만 웬만한 일들에 반응하지 않는 할아버지가 함께 살고 있다. 주인공은 매일 환자의 집에 방문하여 식사와 약을 챙기고, 말동무가 되어주고 산책과 병원 방문을 돕는다. 점심 무렵에 출근해서 함께 식사도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두 노인과 함께하는 게 일상이 된 주인공은 그들에게 힘이 되고, 의지된다고 느낄 때 보람을 느낀다. 세상은 코로나라는 역병이 온 나라를 삼켜 숱한 죽음들, 영원한 이별을 맞이한다.

사물을 포함한 존재의 의미, 먼지도 하나의 존재라는 생각, 참담한 현실, 왜곡되는 언어과 사색, 신앙에 관한 고찰이 이 책에서 진중하게 서술된다. 날마다 시작하고 날마다 미완성인 인생, 영원히 미완성인 인생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가 충만하게 다가온다.

 

 

■ 작품 속으로

 

젊었을 때니까 감동도 컸죠. 하지만 그건 옛날이야기라니까요, 지금은 완전히 변질되었죠. 사회적 희망보다는 개인의 욕망만 하늘을 찌르는 세상. 우르르 몰려가서 서열 정하고, 이긴 쪽은 우쭐하고 진 쪽은 주눅이 들고……. 이런 세상에서 낮꿈을 꿀 필요가 있나요?

그래도 삶의 목표라고 하는 것이 있어야.

물론 인간에게는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으로서 꿈이 있죠.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으로서의 꿈 말고요. 하지만 목표라고 하는 꿈요, 그러니까 남들보다 더 잘 사는 꿈요? 글쎄 그건 욕망이라니까요. 내 삶과 세상을 개혁하려는 의지가 담겼던 원래의 희망과는 전혀 다른. 암튼 낮꿈보다는 밤꿈이 꿈이죠. 자연스럽게 꿈을 꾸는 것이니까. (87쪽)

 

사람을, 약자를 먼지 취급하니까, 먼지만도 못한 없는 존재로 아니까. 해서, 먼지 같은 존재도 ‘없지 않은 존재’라고 항변하는 거요.

없지 않은 거면, 있는, 있는 존재네요.

예, 없는 존재들도 말을 하네요. 저자가 대중들한테 민주주의 강의를 하다가 ‘부자가 왜 나쁜가요?’ 물었더니, 어떤 할머니가 스스럼없이 그랬다네요. ‘나쁜 짓을 안 하몬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큰돈을 모은대.’ 누구라도 터무니없이 많이 돈을 모았다면, 아마도 남한테 해서는 안 될 나쁜 짓을 했을 것이라는 거죠. 그 할머니 생각으로.

네?

그런 큰돈이 나온 곳에서라면 다른 누군가는 필시 울고 있다는 말. 평생 살아보고 깨우친 이치가 그렇다는 거죠. (173~174쪽)

 

자유가 최고라는 시대에는 그 자유를 최고로 누리는 사람의 지능이 최고의 지능이다. 지능이 없으면 자유도 없다. 아니, 가난하면 자유 자체를 모른다 했던가. 아니, 뭐야! 그러니까 지능이 모자라면 자유를 모르게 되고, 자유를 모른다는 것은 가난하다는 말이다. 지능이 모자라서 가난하고, 가난해서 자유를 모르고. 그 말이 그 말이네. 진리네. 권력자가 하는 말은 진리다. 작은 행복이 무시당하는 느낌에 자존감까지 떨어지는 시간을 보낸다. 그저 죽어라 벌고 아끼며 저축하면서 살아온 나는 거대한 케일 밭에서 케일 잎 귀퉁이를 갉아먹는 벌레인가, 겨우. (311쪽)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