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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간도서

심영의 소설집, <그날들>

by 푸른사상 2024. 8. 2.

 

분류--문학(소설)

 

그날들

 

심영의 지음|푸른사상 소설선 59|140×210×12mm|208쪽

17,000원|ISBN 979-11-308-2164-1 03810 | 2024.8.10

 

 

■ 도서 소개

 

누군가는 잊기를 바라지만

누군가에게는 잊히지 않는 그날의 기억

 

심영의 소설가의 소설집 『그날들』이 <푸른사상 소설선 59>로 출간되었다. 현대사의 비극을 그린 다섯 편의 단편소설과 함께 고려 몽골 침략기의 삼별초 항쟁을 조망한 중편소설이 수록되었다. 작가는 시대의 파란을 온몸으로 감당해야 했던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을 소설로 끌어안으며 그날을 기억하는 것을 넘어 오늘의 역사로 되살리고 있다.

 

 

■ 작가 소개

 

심영의

소설가 겸 평론가, 인문학자. 전남대학교 국문과에서 현대문학을 전공하고 「5·18민중항쟁 소설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2020년 『광남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이 당선되었으며, 2023년 제2회 광주 박선홍 학술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사랑의 흔적』 『오늘의 기분』, 평론집 『소설적 상상력과 젠더 정치학』 『5·18, 그리고 아포리아』 등을 펴냈다. 2014년 아르코 창작기금과 2019년 서울문화재단 예술가 기금을 받았다. 조선대학교 교양학부 초빙교수를 지냈으며, 오랫동안 전남대학교 인문대학 등 대학 안팎에서 인문학을 강의했다.

 

 

■ 목차

 

꽃도 십자가도 없는

누가 남아 노래를 부를까

얼룩을 지우는 일

그 희미한 시간 너머로

방어할 수 없는 부재(不在)

그 밤의 붉은 꽃

 

작가의 말

 

 

■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소설집에 수록한 여섯 편의 소설 중 다섯 편은 우리 현대사의 비극을 조망하고 있는 작품들입니다. 맨 마지막에 수록한 중편소설 「그 밤의 붉은 꽃」은 고려 몽골 침략기의 삼별초 항쟁을 소재로 한 것이니 이 소설집에 실린 중·단편 모두 우리 역사의 가장 고통스러운 사건을 다루고 있지요. 소설집 제호를 『그날들』로 정한 까닭은 누군가는 잊기를 바라지만 누군가에게는 잊히지 않는 비극적 사건을 재구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방어할 수 없는 부재」는 등단작이고 「그 희미한 시간 너머로」는 제1회 5·18문학상 수상 작품이면서 2012년에 발간한 제1회 5·18문학총서에 수록된 소설이어서 제게는 매우 특별합니다. 두 소설 다 5·18 이후의 다소 비루한 우리 모습을 성찰하는 작품이지요. 「누가 남아 노래를 부를까」는 제1회 부마항쟁기념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것이어서 제게는 그 의미 역시 작지 않지요. 본래 제목이 「새로운 시작」이었는데, 소설집에 수록하면서 제목을 바꿨습니다. 「꽃도 십자가도 없는」, 「누가 남아 노래를 부를까」 두 작품은 모두 부마항쟁 관련 소설이고, 「얼룩을 지우는 일」은 1948년 여순 사건을 조망하는 작품입니다.

앞에서 소개했듯이 중편소설 「그 밤의 붉은 꽃」은 고려 몽골 침략기의 삼별초 항쟁을 소재로 했으나 내 관심은 명분이 어떠하든 전란 속에서 그것을 감당해야 했던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에 놓여 있습니다. 오래전 제주 여행 때 삼별초 항쟁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의 초등학생이 쓴 시를 읽다가 문득 의문이 들었거든요. 역사적 항쟁인 것은 틀림없지만, 삼별초군이 들이닥친 진도와 제주 사람들에게는 느닷 없는 재앙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요. 가슴에 오래 머물렀던 의문을 담은 장편소설을 썼으나 세상에 내놓을 기회를 얻지 못해 중편으로 줄여 소설집에 싣게 되었습니다.

 

 

■ 추천의 글

 

「누가 남아 노래를 부를까」(원제:새로운 시작)는 항쟁의 현장에서 한 걸음 물러서 있지만,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고, 각각의 인물에게 자기 몫의 시선과 목소리를 부여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제1회 부마항쟁기념문학상 심사평에서

 

「그 희미한 시간 너머로」는 26년이 지난 지금 항쟁 당사자들이 보여주는 이러저러한 변화와 부침을 아무런 과정이나 신비화 없이 담담하게 보여주려는 용기가 돋보였다. 이 작품은 아주 지혜롭고 안정된 문체로 현재의 오월이 처한 다소 게으르고 나태하고 비루하기도 한 상황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오월 정신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잃지 않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제1회 5·18 문학상 심사평 중에서, 김형중(문학평론가·조선대 교수)

 

「방어할 수 없는 부재」의 “이제 누가 있어 순수의 모닥불을 지필 것인가?” 하는 결말의 문장은 작금의 우리의 허위와 더러움을 추스르게 하는 한 줄기 정화수와 같다. 처음의 다짐에서 너무 멀리 온 것 같은 부정적인 현실에서 고뇌하는 이 소설의 인물은 알베르 카뮈 소설 『페스트』 속의 의사 리외를 떠올리게 한다.

―전남일보 신춘문예 심사평 중에서, 한승원(소설가)

 

 

■ 출판사 리뷰

 

누군가는 잊기를 바라지만 누군가에게는 잊히지 않는 비극적 사건들. 작가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그린 단편소설 다섯 편과 고려 몽골 침략기의 삼별초 항쟁을 조망한 중편소설 한 편으로 시대의 파란을 온몸으로 감당해야 했던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을 끌어안는다.

심영의 작가의 등단작인 「방어할 수 없는 부재」와 5·18문학상 수상 작품인 「그 희미한 시간 너머로」는 5·18민주화운동을 겪고 부정적인 현실에서 고뇌하는 인물들을 그린 작품이다. 「꽃도 십자가도 없는」과 부마항쟁기념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누가 남아 노래를 부를까」는 부마항쟁을, 「얼룩을 지우는 일」은 여순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항쟁의 현장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국가적 폭력으로부터 희생된 이들과 트라우마를 견디는 이들을 호명하고 있다. 중편소설 「그 밤의 붉은 꽃」은 고려 몽골 침략기의 삼별초 항쟁을 겪으며 고통받은 민중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민주주의를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이들의 헌신과 희생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그날의 진실과 가치를 왜곡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작가는 오랜 세월 고통과 절망을 감당해야 했던 이들이 겪었던 그날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면서 다시금 기억하는 것이다.

 

 

■ 작품 속으로

 

선배 언니가 그해 붙잡혀갔을 때 차가운 물이 가득한 욕조에 집어 던져지고 욕조 안에는 미꾸라지들이 서로 뒤엉켜 그 흉측한 것들이 언니의 몸속으로 기어들어 오려고 몸부림칠 때 소름 끼치도록 공포를 느꼈다는 것, 자신이 왜 그토록 미친 듯이 그날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니는지 너는 나를 이해해주어야 한다는 마지막 말이, 어쩌면 나를 일으켜 세우리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래 이제 시작이라고, 이제부터 다시 함께 시작할 수 있으리라고 나는 눈물을 닦았다.

(「누가 남아 노래를 부를까」, 60쪽)

 

상처는 세월이 흘러간다 해서 스스로 치유되지는 않겠지만, 누군가 고통으로 가득한 이의 말을 고요하게 들어주는 이가 있다면, 아주 더디게라도 아물 수도 있으리라고, 강미진은 생각했다. 온전하게 아물지는 않더라도 얼룩을 지울 수는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사흘장을 치르지 않고, 아무에게도 부고를 내지 않고 어머니를 화장한 후,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트라우마 센터로 출근했다.

(「얼룩을 지우는 일」, 82쪽)

 

“자네도 말이야, 너무 냉소적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좀 따뜻하고 넉넉하게 바꾸도록 노력해봐. 우리가 운명적으로 역사적 사건에 관련된 존재임에는 분명해. 하지만 언제나 어느 때나 그런 역사의식에 매여 살 수는 없잖아. 아까 누군가 말처럼 그날의 상처와 오늘의 영예가 소수의 누군가에게만 귀속되는 것도 아니고. 주어진 조건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애면글면하는 게 딱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자네는 예외라고 할 것 없고. 그렇지 않아? 우리는 모두 비루한 존재들이지. 그게 삶이기도 해.”

(「방어할 수 없는 부재(不在)」, 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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