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문학(시)
웃음과 울음 사이
윤재훈 지음|푸른사상 시선 188|128×205×8mm|144쪽|12,000원
ISBN 979-11-308-2144-3 03810 | 2024.5.17
■ 시집 소개
시라는 언어를 통해 노래하는 삶의 깊이와 자유
윤재훈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웃음과 울음 사이』가 <푸른사상 시선 188>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강과 산, 물과 바람, 자연 속에서 추구하는 인간 가치와 생명의 충일함을 노래한다. 사람은 착한 본성을 지니고 있다는 인식으로 삶을 긍정하고 이웃을 품는 시인의 마음은 봄 햇살처럼 따스하다.
■ 시인 소개
윤재훈
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해양문학상, 시흥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문학박사로 홍익대 등에서 강의했으며, 한국문화원연합회 논문공모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연극배우, 환경보호 실천가, 무료 봉사자, 도보 여행가, 자전거 여행가로 활동하며 5년여 세계 오지 도보 순례, 한강 1,300리, 섬진강 530리, 폐사지 등 도보 여행, 80일 동안 자전거 전국 일주를 한 바 있다. 2016년 평화, 환경, 휴머니즘 국제 영상제에서 <초인종 속 딱새의 순산, 그 50일의 기록>으로 환경부장관 대상을 받았고, 2020년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국제 칼렌다 사진전에 참여했다. 『투데이 신문』 『이모작뉴스』 『ESG코리아뉴스』 칼럼니스트로서 글을 쓰고 있다.
■ 목차
제1부
흰 소를 찾아서 / 나비 박제 / 산방(山房)의 방석 하나 / 추석 무렵 / 신기리 / 만다라 / 낯설은 짐 하나 / 적멸의 문 / 만약 당신이 내게 물으신다면 / 이승의 저녁 무렵 / 운진항 봄날 / 화양면행(行) / 고려청자 / 인사동에서 / 호우총(壺衧塚)
제2부
텅 빈 충만 / 핵비가 내린다 / 2미터 거리의, 코로나 시대 / 휘발되는 그녀 / 겨울 산 / 전곡리 폐가 / 붕어빵 어머니 / 지하철에서 / 단애(斷崖) / 죄(罪) / 임피역 / 무명(無明) / 도살장을 지키는 개 / 잠자리
제3부
오동도 동백꽃 / 먼 산 바래서서 / 바다마을 사람들 / 둥근 사랑 / 웃음과 울음 사이 / 이, 경이(驚異)! / 말의 보탑 / 양은솥 하나 / 철도 중단점에서 / 나, 여기 있어요! / 부용천 꽃샘바람 / 우유 한 잔 / 쓰레기도 못 되는 책 / 궁궐 앞 고사목
제4부
어느 무명 시집을 위하여 / 비글 / 권태 / 솟대 / 비둘기 / 아랄해의 절규 / “59,800원” / 전람회 소경(小景) / 사막의 배 / 장마 / 기도를 한다 / 푸른 늑대를 찾아서 / 단칸 셋방
발문 : 목화솜 같은 시_ 김란기
작품 해설 : 성선(性善)의 시학_ 맹문재
■ '시인의 말' 중에서
이순을 훌쩍 넘기고, 첫 시집을 낸다. 미욱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전주일보』 신춘문예에 등단하고도 20여 년이 넘어버렸다. 그러나 수십 년 습작하면서도 작은 자존심으로, 자비 출판은 하기 싫었다. 경제적 여유도 없었다.
더구나 한번 서가에 꽂히면 그곳에서 먼지나 쌓이며 존재의 가치도 없어져버리는, 이 국토에서 푸르게 일렁거리는 나무 몇 그루만 베어내는, 그런 책을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여기에는 이 나라에서의 시와 시인들의 위상도 불안스럽게 놓여 있다. 무작정 시를 붙잡고 아무런 경제적 대가도 따르지 않는 시가 좋아서 쓰는, 순정한 이 땅의 시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작은 바람이 있다면, 이 시집이 누군가의 가슴속으로 들어가, 작은 위안이나 정서의 울림이라도 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할 뿐이다.
■ 추천의 글
「흰 소를 찾아서」라는 시에서 보듯이 그의 시 속에는 ‘진리’라는 도(道)가 숨어 있고, 「나비 박제」라는 시에서는 ‘사라짐의 미학’이 있다. 「산방(山房)의 방석 하나」에서는 구도(求道)의 궁행(躬行)을 통한 기다림을 본다. 이렇듯 그의 시는 한 편 한 편 펼쳐갈수록 진선미의 대궐 속에서 벌어지는 생명의 충일한 향연을 맛보며, 미세한 떨림의 격조 있는 향음(響音)을 듣는다. 가난과 그리움의 시어로 죽음과 죽임이 난무하는 황폐해진 넓은 바다에서 ‘생명’이라는 고기를 연신 낚아댄다. 아주 작고 가는 희망이라는 낚싯대로.
― 이명권(코리안아쉬람 대표·비교종교학박사)
남들보다 한 뼘 더 높은 그이의 시평선(視平線)에 잡히는 세계가 궁금하였다. 간짓대 위에 앉은 선승, 끊어진 남북 철로, 사막을 지나는 배가 보이고…. 더 깊은 생명의 아픔, 더 먼 우주의 빛을 그이는 고비샅샅 살펴오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 丁明(시인)
윤재훈 시인의 『웃음과 울음 사이』는 시라는 언어를 통해 삶의 깊이와 자유를 표현하고 있다. 신이 만든 자연과 인간이 만든 언어는 시라는 언어를 통해 하나가 된다. 윤재훈 시인의 『웃음과 울음 사이』는 자연과 인간의 삶을 가장 폭넓고 깊이 있게 표현하는 시집이다.
― 윤재은(국민대학교 교수·건축가)
■ ‘발문’ 중에서
오지와 사막을 걷고 타던 그이가 목화솜 같은 시를 썼다. 오지는 단순히 걷고 타는 것이 아니고 미지를 탐험하는 것이 아니던가. 사막을 걷는 것은 막연의 허허(虛虛)를 헤엄치는 것이다. 아랍의 골목을 헤매는 것은 원초의 시대로 가는 여행이고 아시아의 오지를 헤매는 것은 미지의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던 그이가 먼 산에 연초록빛이 들어차자 이참에는 꼭 세상에 내놓겠다며 20년을 벼르던 시집을 꾸몄다. (중략)
그이의 시를 읊조리자면, 강과 산을 노래하고 물과 바람을 노래한다. 더러 시대를 질타하기도 하지만 독하게 탓하지는 않는다. 흐름을 거스를 생각은 아니다. 다만 촌로처럼 안타까움을 남도 아리랑처럼 읊을 뿐이다.
한여름 밭고랑 잡초를 뽑아낼 때 부르던 우리네 노래처럼, 삼산천변 서마지기 논배미에서 피라도 뽑을 때처럼, 논둑에 뜸부기가 울 듯이 그저 울 뿐이다.
― 김란기(홍익대 건축학 박사·문화재전문위원)
■ 작품 세계
윤재훈 시인은 자신의 항심(恒心)을 심화 및 확대하는 시 세계를 추구하고 있다. 시인이 인식하는 항심이란 사람은 착한 본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으로 맹자의 성선설을 토대로 삼는다. 맹자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다른 사람의 불행을 가엾고 애처롭게 여기는 마음,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 남에게 사양할 줄 아는 마음,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참으로 이른바 본성이란 선한 것이다. 만약 무릇 사람이 불선을 행한다면 이는 본성 바탕의 죄는 아닌 것이다. 슬퍼하고 불쌍해한다는 마음 그것은 사람에게 다 있고, 부끄럽고 싫어한다는 마음 그것은 사람에게 다 있으며, 공손하고 공경한다는 마음 그것은 사람에게 다 있고, 옳다 하고 그르다 한다는 마음 그것은 사람에게 다 있다. 슬퍼하고 불쌍해한다는 마음이 인이고, 부끄럽고 싫어한다는 마음이 의이며, 공손하고 공경한다는 마음이 예이고, 옳다 하고 그르다 한다는 마음이 지이다. 인과 의와 예와 지는 밖으로부터 나를 녹인 것이 아닌 것이고, 내가 본래부터 그것을 지닌 것임을 생각해내지 않은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말한다. ‘구하면 곧 그것을 얻고 버리면 곧 그것을 잃는다.”
맹자는 사람이 악을 행하지 않고 본성을 유지하거나 진전시키려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항산(恒産)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항산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재산이나 생업이다. 항산이 있어야 항심을 잃지 않게 되어 경제가 안정되고 사람들 간에 다툼이 없고, 항산이 없으면 항심을 가질 수 없어 생계에 얽매여 타락하고 범죄가 될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맹자는 항산을 왕도정치를 이루는 근본이라고 역설했다.
윤재훈 시인의 시 세계에는 맹자의 사상이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다. 인의예지의 마음이 작품 세계에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시인은 사람의 성(性)은 선(善)하다고 인식한다. 그리하여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을 작품들에서 구체화한다.
―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해설 중에서
■ 시집 속으로
흰 소를 찾아서
바람이 눈앞에서
어른거리나 싶더니
솔방울 하나
툭, 하고
소 등으로 떨어졌다
깜짝 놀란 소
길길이 뛰더니,
산문으로 들어가
십우도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겨울 산
딱, 딱, 딱,
겨울 산을 깨우는
딱따구리 한 마리
햇빛도 들어오지 않은
후미진 건물 사이
비닐 대충 얽어놓고
깡통 속 촛불 하나에
온몸을 녹이는 할머니
몇 년째 오지 않는
아들이라도 생각하는 걸까
할머니 지나온 세월이
비닐 속에서 어른거리는데
더욱 몸을 오그리는 할머니
굽은 허리는 더욱 굽어지고
고치라도 되고 싶은 것일까
옹송거리는 그 모습이
한없이 작아진다
웃음과 울음 사이
“웃”이라는 글자를 가만히 보면
아이가 동산 위에 반듯하게 서
웃고 있다
금방이라도 어깨춤이 튀어나올 듯
두 손을 가지런히 올리고
깔깔거리고 있다
그 웃음소리에
꽃들이 사방에서
지천으로 터진다
“울”이란 글자를 가만히 보니
아이가 무릎을 포개고
울고 있다
엄마라도 어디 갔는지
설움이 북받쳐
어깨까지 들썩인다
받침 하나일 뿐인데
세상은 온전히 그 자리에 있는데
천지간(天地間)에 이렇게
흔들리는 내 마음
울음과 웃음 사이
세상 이야기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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