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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간도서

로버트 버턴, <멜랑콜리의 해부>

by 푸른사상 2024. 4. 25.

 

분류-- 인문

 

멜랑콜리의 해부

 

로버트 버턴 지음|이창국 옮김|145×210×19mm|320쪽

27,000원|ISBN 979-11-308-2140-5 03180 | 2024.4.25

 

 

■ 도서 소개

 

당신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그리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모든 이들을 위한 지혜로운 처방

 

의학에세이의 고전, 로버트 버턴의 『멜랑콜리의 해부』가 재출간된다. 20여 년 전 『우울증의 해부』란 제목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첫선을 보인 이 책은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한 지혜로운 처방을 내린다. 이 책은 우울증뿐만 아니라 인간의 모든 비정상적인 심리 상태를 포괄하는 ‘멜랑콜리’의 원인과 증상, 치료법까지, 저자 특유의 해박한 지식과 인문 교양을 바탕으로 유쾌하게 풀어낸다.

 

 

■ 저자 소개

 

로버트 버턴 (Robert Burton, 1577~1640)

1593년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하고 1599년 옥스퍼드대학 크라이스트처치칼리지(Christ Church College)에 연구조교(scholar)로 임용된 이후 이 가난하지만 한가로운 자리를 죽을 때까지 지켰다. 일생 동안 여행도, 결혼도 하지 않았고, 어떤 세속적인 ‘성공’을 추구하지도 않았으며, 달성하지도 못했다. 오직 옥스퍼드대학이 제공하는 학문적 분위기와, 당대 세계 최고 수준의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었던 희귀한 장서들 속에 파묻혀 지극히 단조로우면서도 행복한(?) 일생을 보냈다. 그러나 그는 게으름을 피운 것이 아니라 부지런히 희랍과 로마의 고전을 읽고 연구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문학상의 한 장르를 개척하였다. 결과 개인 로버트 버턴에게는 물론, 후세 독자들에게 변함없는 즐거움과 교훈을 주는 『멜랑콜리의 해부』라는 방대한 불멸의 저서를 남겼다.

 

 

■ 옮긴이 소개

 

이창국

1940년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소재 빌라노마대학에서 영문학석사, 서강대학교에서 영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앙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중앙대 명예교수이다. 저서로 문학평론집 『문학비평 이야기』, 수필집 『다시 한번 강가에 서다』 『그때는 아무도 호각을 불지 않았다』, 영국에서 출판된 영문 수필집 Ideas & Ideals, 번역서 『롱펠로 시선』 『테니슨시선』, 영역서 『한국전래동화집』 등이 있다.

 

 

■ 목차

 

■ 개정 번역판을 내며

■ 초판의 역자 서문

 

서장 데모크리토스의 아들이 독자에게

데모크리토스는 누구인가? / 나는 누구인가? / 내가 데모크리토스의 아들임을 자칭하고 나선 이유 / 우울증의 치료와 글쓰기 / 글쓰기의 허망함에 대하여 / 내 글의 특징에 대하여 / 인간은 누구나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다 / 데모크리토스와 히포크라테스의 대화 / 인간의 광기에 대하여 / 인간 사회의 불의와 허위, 부정부패에 대하여 / 내가 그리는 유토피아 / 독자들이여, 나의 어리석음과 허영심을 용서해주기를

 

제1부 인간의 우수성, 타락, 비극:각종 질병의 원인에 대하여

인간의 우수성, 타락, 비극, 질병 / 질병의 정의와 종류 / 습관이나 체질에서 오는 우울증 / 신체와 해부학 / 신체, 체액, 기의 구분 / 우울증의 정의, 종류, 그리고 차이 / 우울증과 노화 / 우울증과 부모의 책임 / 운동, 고독, 그리고 게으름과 우울증 / 학자와 문인들과 우울증 / 우울증의 직접 원인과 증상 / 우울증의 예후 진단

 

제2부 우울증의 치료법

사이비 치료법을 배격하라 / 초자연적인 치료법에 관하여 / 의사, 의술, 그리고 환자 / 환자의 태도에 관하여 / 의술에 관하여 / 식사 조절 요법에 관하여 / 식사의 분량에 관하여 / 전지요양에 관하여 / 운동과 건강에 관하여 / 학문의 즐거움과 독서에 대하여 / 잠의 중요성에 대하여 / 마음의 동요를 잠재우고 평온을 찾기 위한 방법에 대하여 / 마음의 동요를 잠재우는 방법과 친구의 중요성 / 여러 가지 불만을 잠재우는 방법 / 거절, 욕, 불의, 모욕, 경멸, 억울함에 대하여 / 다시 우울증으로 돌아와서

 

제3부 사랑의 우울증과 종교적 우울증

서론 / 사랑의 기원, 목적, 정의, 구분에 대하여 / 우울증의 원인이 되는 사랑, 그 힘과 영향력의 범위 / 인간 위에 군림하는 폭군, 사랑에 대하여 광적인 사랑의 원인들에 관하여 / 사랑의 우울증을 일으키는 원인들 / 사랑의 유혹에서 인공물의 역할에 대하여 / 사랑의 감정을 일으키는 유혹에 관하여 / 우울증으로서의 사랑의 증상 / 사랑의 우울증에 대한 예후적 진단 / 일과 식사 조절, 운동과 약을 통한 사랑의 우울증 치료 / 사랑의 우울증 초기 퇴치 방법 / 과도한 성욕의 문제점과 그 병폐, 그리고 치유법에 관하여 / 사랑의 우울증 치료의 최후방법에 관하여 / 종교적 우울증에 관하여 / 절망에 관하여 / 절망을 가져오는 여러 가지 원인들에 관하여 / 절망의 여러 가지 증상들 / 절망이 가져오는 것 / 절망의 치료법

 

■ 추천의 글

■ 찾아보기

 

 

■ ‘개정 번역판을 내며’ 중에서

 

내가 오래전에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에 끌려 그 일부분을 발췌,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번역 출간한 로버트 버턴의 The Anatomy of Melancholy를 개정 출간하게 되어 무척이나 기쁘다. 처음 초판이 나온 것이 2004년이니 정확하게 그간 20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다. 내가 공들여 번역한 이 책이 그간 생명이 끊어지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사실이 번역자로서는 신기할 뿐이다. 은근히 기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역시 좋은 책은 세월이 흘러도 쉽게 죽지 않는가 보다.

개정판에서는 내용 면에서는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초판에서 발견된 오자와 탈자를 바로잡았고, 시대의 흐름에 맞춰 책의 제목과 표지 디자인을 새롭게 바꾸었다.

원제의 “Melancholy”를 구판에서는 “우울증”이라고 번역하였는데 이번에 “멜랑콜리”로 바꾸게 되었다. 제목을 변경하기까지에는 다소 망설임이 있었으나, 독자들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는 오히려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버턴이 이 책에서 보여주는 “멜랑콜리”는 단순히 우리가 현재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정신질환의 일종인 “우울증”보다는 인간의 모든 정신적, 심리적, 심지어 사회적 문제점을 광범위하게 포괄적으로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 ‘초판의 역자 서문’ 중에서

 

『우울증의 해부(The Anatomy of Melancholy)』는 지금부터 약 400여 년 전 영국의 한 괴짜 학자 로버트 버턴이 쓴 괴상한 글이다. 그 내용 가운데는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 가볍게 웃어넘길 부분, 말도 안 되는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그러나 전체적으로 대단히 흥미롭고, 진실되며, 유익하다. 모든 가치 있는 고전 작품이 그러하듯 이 책도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여 새롭고 현대적이며, 또한 우리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 책은 그 제목이 시사하는 대로라면 ‘우울증’이라는 일종의 정신적 질환의 원인과 증상, 종류, 그리고 그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는 일종의 의학서다. 그러나 역자가 이 책에서 ‘우울증’으로 번역한 ‘멜랑콜리’는 그 범위가 훨씬 확대되어,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우울증을 포함하여 우리 인간의 모든 비정상적인 심리상태-초월함, 두려움, 시기심, 사랑, 신앙심, 의심-등 모든 정신적 질환을 포함한다. 이 ‘멜랑콜리’라는 이름의 병은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지적 또는 정신적인 일에 종사하는 당시의 지식인들(시인, 목사, 학자 등)에게는 으레 따라다니는 아주 흔한, 친근한, 사치스러운, 그리고 사랑받는(?) 일종의 고질병인 동시에 하나의 사치스러운 유행병과도 같은 것으로서, 이 멜랑콜리에 대한 언급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비롯하여 당대의 많은 문인들의 작품에서 자주 발견된다. (중략)

이 책에서 저자의 태도는 때로는 아주 과학적이고 때로는 아주 미신적이며, 때로는 의학적인가 하면 때로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때로 진지하고 때로는 코믹하며, 때로는 회의적이고 때로는 천진난만하며, 종교를 비난하는 말도 서슴없이 사용하기도 하지만 근본은 아주 종교적이다. 책의 구성은 자주 주제를 벗어나 지엽적으로 흐르지만 그래도 짜임새가 있으며, 내용은 객관적인 사물에 대한 관찰과 버턴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이 잘 혼합되어 있다. 책의 제목과는 달리 실제에서 이 책은 문학적인 상상력과 표현으로 가득 찬 하나의 문학작품이다. ‘우울증’은 그가 세상만사를 내다보는 창이다.

 

 

■ 추천의 글

 

우울한 시대인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는 모두 어떤 의미에서 우울증 환자들이다. 『멜랑콜리의 해부』는 겉보기에는 의학서이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학문과 노력의 비효율성에 대한 열정적인 비판이며 풍자이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인간의 모든 종류의 정신질환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일종의 인간 문명에 대한 비판적 사유이다. 이 점이 바로 17세기 초에 쓰여진 이 책이 21세기 초에도 우리에게 의미를 가지는 이유이다. 21세기 인간문명은 인간의 자만과 탐욕과 전지구적으로 끊이지 않은 민족 간 전쟁들, 종족 간 갈등, 종교전쟁, 빈부 갈등은 물론 기후 변화, 생태계 파괴 등으로 거의 종말론적 상황에 이르렀다. 시작된 지 오래된 인류의 우울증은 언제 끝날 것인가?

서구 문학 특히 영문학에서는 걸작으로 꼽히는 버턴의 놀라운 책 『멜랑콜리의 해부』는 한국 영문학자로는 수필가이며 번역문학가인 이창국 교수가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 소개하였다. 전부가 아니라 일부만 소개하였지만 핵심적인 부분을 모두 다루고 있다. 다양한 인용으로 점철된 만연체의 글을 번역하기도 퍽이나 까다롭다. 이 교수의 한국어 번역은 영어 원문의 만연체로 쓰여진 난삽함에 비해 매우 유려하다. 버턴의 책이 쉽고 자연스러운 한국어 문체로 재탄생되었다. 이 방대한 책의 내용의 핵심은 찌르는 옮긴이의 해설이 탁월하며 역자가 책 뒤에 달아놓은 친절하고 편리한 주석도 큰 도움이 된다. 역자인 이 교수의 바람대로 “언젠가 힘세고 끈질긴 사람”이 나타나 재미있는 이 책 전부를 한국어로 번역해 출간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 정정호 (문학비평가, 중앙대 명예교수)

 

 

■ 출판사 리뷰

 

17세기 영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는 로버트 버턴의 『멜랑콜리의 해부(The Anatomy of Melancholy)』는 1621년 초판이 출간된 이후, 판을 거듭하며 여러 차례에 걸쳐 수정 보완된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나 밀턴이 활약하던 영국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인본주의적 기독교인 중 한 사람인 로버트 버턴은 옥스퍼드대학 졸업 후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 고서적들을 읽고 연구하며 지금까지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문학상의 한 장르를 개척하였다.

버턴은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의 아들’을 자처하며 독자들의 호기심을 일으키는 수많은 정보와 깊은 지식을 지닌 작가이다. 그는 당대 학자들을 비롯한 지식인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증상 중의 하나인 우울증을 우리 몸속에 있는 네 가지 체액 가운데 하나인 담즙이 어떠한 이유로 검게 변하여 생성되는 ‘검은 담즙’, 즉 멜랑콜리의 과다생성에서 비롯되는 일종의 질병으로 간주했다. 병의 진단부터 병의 여러 종류와 증상, 그 치료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허영심, 게으름, 환상과 불면, 사랑 등 인간을 괴롭히는 모든 병적 현상을 논했고, 나아가 자신이 그리는 이상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철학적이고 심리학적인 정보와 사상들을 수많은 고전에서 인용하여 유익하고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전달한다.

사람들과의 소통이 더욱 어려워진 21세기, 현대인들은 모두 어떤 의미에서 우울증 환자들이기도 하다. 인간의 모든 종류의 정신질환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멜랑콜리, 즉 우울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한 지혜로운 처방을 내린다. 이 책은 세기를 뛰어넘어 오늘날에도 변함없는 교훈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 책 속으로

 

정도의 차이는 있다고 하겠으나 어리석은 자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약간 머리가 이상해진 사람들이다. 그리고 바보치고 이 우울증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자유스러운 사람은 없다. 그들의 습관과 기질에서 이 우울증의 증상을 엿볼 수 있다. 플루타르코스가 말하였듯이, “나쁜 성질은 고치지 않으면 결국 습관으로 굳어지며, 나쁜 습관은 결국 병이 되고 만다.” 이 문제에 대하여 철학자 키케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어리석음은 하나의 질병이다. 하나의 정신적인 질병이다.” 그렇다면 병이란 무엇인가? 정신과 육체가 조화를 이루지 못한 상태가 병이라면, 병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욕심, 정욕, 분노, 질투심, 불만, 공포심, 슬픔 등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있는가? 이런 병으로 고통받고 있지 않는 사람이 이 세상에 과연 몇이나 되는가? 없다. 누구나 하나같이 정신병자다. 광증이 있다. 다시 말해서 하나같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43~44쪽)

 

일종의 준비 단계로서 이 정도 우리 인간의 몸과 마음을 해부하였으니 나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내가 앞서 제안한 우울증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고자 한다. 우선 이 우울증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관하여 명쾌한 정의를 내리고 그 명칭과 차이점을 논하고자 한다. 우선 이 우울증(melancholy)은 그리스어 ‘melancholia’에서 왔는데, 이는 ‘검다’는 뜻의 ‘melania’와 앞서 설명한 ‘담즙(choler)’의 합성어이다. 즉 ‘검은색으로 변한 담즙’이란 뜻이다. 명칭은 그렇다 치고 이것이 과연 하나의 병인지, 아니면 병의 원인인지 또는 그 결과인지, 또는 그저 단순히 하나의 어떤 증상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것은 사실이나, 나는 여기서 단정 지어 말하지 않겠다. 우울증에도 그 종류와 증상, 그 정도의 심각성 등이 너무나 다양하여 간단히 정의 내리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12쪽)

 

우울증이 다른 원인에서 온 것이 아니고 할 일이 없어 너무 한가한 데서 왔다거나, 스스로 판단해보아도 자기가 너무 고독함에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사람은 혼자 산책을 즐기면서 자기만의 즐거운 상상 속에 빠지는 일을 피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는 것은 가슴속에 들어 있는 적이요, 소위 달콤한 우울증이라는 것으로서 허울만 좋은 친구 같은 것으로서 알고 보면 악마요, 향기로운 독약이며, 그 사람을 중증의 우울증으로 몰고 가 결국은 그 사람을 아예 망쳐놓는다. 그런 사람은 당장 어떤 일감을 찾아 떠나거나, 일을 시작하거나, 친구들과 어울려야만 한다. 이 사람이 나의 충고를 무시하고 계속 혼자 있기를 고집하고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며 혼자 달콤한 환상을 즐기면서 산책을 계속한다면, 촛불 주변을 날아다니는 나방이 결국은 촛불에 몸을 태워 죽게 되듯이, 이 사람도 몸과 마음을 모두 잃게 될 것이다. (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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