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대학교에서 '2013 올해의 문제소설'로 독서 토론회를 열었다고 합니다. 그 중 한 학생의 글이 [안얀대 신문]에 실려서 일부분을 발췌해서 올립니다.
우리와 똑같은 '폭식 광대'
- 2013 올해의 문제 소설 중 '권리의 「폭식 광대」
"그야말로 뭔가에 광분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원색적이고 악질적인 흥밋거리는 없었다.
팬들은 '토할 때까지 먹어라! 죽을 때까지 토해라!',
'빵이 없으면 고기를!'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열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미칠 대상이 필요했다."
- 본문 중에서
「폭식광대」는 이렇듯 '쇼'에 열광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과장적이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하지만 그런
동시에 냉혹한 사회 현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작품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폭식 광대'로 불리는 주인공은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을
먹어치우는 것으로 유명해지지만, 유명세를 얻는 것도 잠시, 처절하게 죽음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폭식 광대'에게 열광하던
사람들이 어느새 차갑게 돌변해 그를 공격하고 죽음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중적인 모습은 '쇼'에 광분하는 한편 '쇼'의
이면에 가려진 '사람'에게는 별 관심이 없는 우리 사회의 일면과도 몹시 닮아있다. 작품 속 '폭식 광대'가 끔찍한 방식으로
죽어가는 부분에서, "그는 외쳤다. …여기 사람이
있어요…… 사람이 여기에…….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기에는 지나치게 나지막하고 음울한 목청의 울부짖음이었다."는 대목이
바로 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은 저만치 미뤄둔 채 '쇼'에 빠진 대중은 오직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기를 원한다.
"사람들은 정형화된 답변을 원하고 있었다.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삶의 희망이 안겨질 수 있는 답변. 거기에 신파적인 내용이면 더
좋았다. 사람들의 질문에는 이미 스스로 듣고 싶어 하는 답이 들어 있었다." 이 부분에서처럼 우리는 '사람'과 '진정성' 대신
'쇼'와 '조작된 진정성'을 갈구하는 것이다. 그가 죽고 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세워진 '폭식 박물관'에서 판매하는, '폭식
광대'의 얼굴이 인쇄된 팬시 따위에서는 "나는 고독하다. 혀, 고래, 수프, 도둑과 실처럼……."이라던 폭식 광대의 울부짖음을
여전히 찾아볼 수 없다.
우리는 '쇼'를 폭식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텔레비전을 틀면 아무렇지도 않게 상한 음식을, 종이를, 철근을, 또 식용유를 먹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기괴한 '쇼'가 흘러나온다. 우리는 날마다 그러한 ' 쇼'들을 일말의 반성도 없이 소모적으로 폭식한다. 폭식의 이유가 어찌 되었든 간에 폭식의 행태는 무차별적이고 비논리적으로 드러난다. 상한 음식을 먹는다는 사람에게 직접 상한 음식을 가져다주고 먹게 한다거나, 화면에 비친 그를 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손가락질을 하는 것 등으로 말이다. 결국, 진정한 '폭식 광대'는 우리 자신인 것이다. 작품은 오로지 비상식을 요구하는 '쇼'의 이면에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대중에게 소비되고 대중에 의해 버려지는, 그러나 우리와 똑같은 '폭식 광대'들이.
-임가연(국문,3) 학우 글 일부분
'푸른사상 미디어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합뉴스] 재미동포 한혜영 새 시집…인간의 존재론 탐색(2013-06-12) (0) | 2013.06.12 |
---|---|
[세계일보] '詩의 뜨락' 아프리카 (2013.05.31) (0) | 2013.06.01 |
[제민일보] 슬픔, 그러나 '희망' 살아있어,김광렬 (2013년 05월 17일) (0) | 2013.05.21 |
[오피니언] 착한 자영업 / 정원도(대구일보, 2013.05.09) (0) | 2013.05.10 |
<신간> 노동과 예술-연합뉴스( 2013-05-09) (0) | 2013.05.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