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융합은 시대의 요청, 실험은 계속된다
저자가 말하다_『연결하는 미디어, 융합하는 예술들』 단국대학교 부설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엮음 | 푸른사상 | 319쪽
디지털 시대의 창의적 인재 양성 위한 예술통합교육 연구의 첫 결실을 내놓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디지털시대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가 야기한 이미지의 생산과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는 새로운 예술을 요청한다. 예술 형식은 ‘창안’보다는 기존의 형식의 혼종된 ‘재창조’나 ‘재맥락화’를 중시하는 포스트-미디엄(Rosalind Krauss), 포스트-프로덕션(Nicolas Bourriaud)의 시대를 열고 있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따라 대학 예술교육에서도 기능예술에서 장르, 매체 간 통합과 융합, 재매개화를 선도적으로 문제 삼아야 할 상황이다.
한국문화기술연구소는 2021년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연구소지원사업’에 선정돼 ‘1+3 예술통합교육의 교과과정 및 교수학습법’이라는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 연구는 시대 상황에 따라 대학 예술교육의 혁신 요구에 부응하는 예술가와 예술 매개자, 그리고 예술 향유자를 양성하고자 문학과 미술, 음악, 영화 등 문화예술 각 분야의 소통과 융합을 통해 탈경계적·통합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예술형식을 고찰하고, 문학과 미술, 음악과 기술이 연동하면서, 진화하고 있는 동시대 문화예술이 나아갈 길을 탐색하고 있다. 그 연구의 첫 결과물이 바로 이 『연결하는 미디어, 융합하는 예술들』이다.
제1장 ‘경계를 넘어-예술과 사회, 장르, 생태’의 첫 글은 사회가 문학을 향유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 할 수 있는 지역문학관에 관한 글이다. 이 연구의 연구책임자인 박덕규 단국대 교수(문예창작과)는 경기도 광명시의 기형도문학관의 건립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간 구성, 기획 의도, 향후 문학관이 나아갈 방향에 이르기까지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글을 실었다. 그다음은 오늘날 K-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 그림책에서 볼 수 있는 포스트모던 서사 전략에 대한 글(이은주)이다. 이 장의 마지막은 동시대 철학의 사유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이후 생태에 대한 관심이 시각예술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고찰하는 글(배혜정)이다. 이 3편은 이론 연구의 영역에서 융합이라는 시대적 요청을 문학과 시각예술이라는 장르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인류의 역사에서 중요한 예술의 기능은 인간의 삶을 기록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이를 통해 공동체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이다. 때로는 애도하고 때로는 기억하며 예술은 시대를 위로하고 미래를 제시해 왔다. 제2장 ‘기록하는 예술’은 이러한 예술에 대한 고찰을 담았다. 첫 번째 글은 포스트모더니즘적 이해 속에서 알레고리라는 개념과 동시대 아카이브 예술을 분석한다(홍지석). 두 번째 글은 K-문화의 큰 축인 필름 영역의 글로 영화 「미나리」의 주요 상징의 의미와 그 역할을 고찰했다(최수웅). 세 번째 글은 시대를 거슬러 일제 강점기 대구의 한 여학생이 쓴 일기(2007년 대구교육박물관 발굴자료)를 장소성(場所性)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살핀다(강민희). ‘기록하는 예술’의 마지막을 구성하는 글은 제주 거로마을에서 ‘문화공간 양’을 꾸리고 있는 기획자가 마을과 함께 호흡하면서 기록으로서의 예술활동을 펼쳐나 가는 방법과 문제의식을 담았다(김연주).
이 책의 마지막 제3장은 예술융합 교육의 현장에서의 논의와 실제를 보여준다. 첫 번째 글은 영국의 세계적인 미술관 테이트가 운영하고 있는 액세스 앤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분석해 동시대가 요구하는 뮤지엄과 아카이브의 교육적 기능을 돌아보고 팬데믹으로 가속화된 디지털 아카이브를 점검한다(지가은). 두 번째 글은 역시 팬데믹으로 디지털화가 더욱 가속화된 유튜브 시스템에 길든 세대를 대상으로 어떻게 읽기를 가르칠 것인가의 문제를 다룬다(임수경). K-문화의 전 세계적 영향 속에서 중심이 되는 예술 장르는 아무래도 대중음악이라 할 수 있을 것인 바 이러한 맥락에서 대중음악 전공학과와 지원자가 폭증하고 있는 우리 시대의 보컬 교육을 진단한 글(황은지)과 대중가요의 작사 교육을 통한 정서적 효과에 대해 실증적으로 연구한 글(김희선, 원희욱)로 뒤를 이었다.
예술의 융합이란 시대의 요청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디지털 시대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교육법이 될 수 있다. 어느 시대이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더 나은 삶을 위한 도전과 실험은 계속돼야 한다. 우리는 예술융합을 통해 그러한 도전과 실험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이 연구서가 예술융합의 길을 모색하는 많은 학자·학생·대중에게 하나의 방향 제시가 되길 바란다.
이은주(단국대 부설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교수)
교수신문, "예술융합은 시대의 요청, 실험은 계속된다", 이은주 교수, 2023.7.7
링크 : https://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106911
'푸른사상 미디어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스쿠프], <푸른사상 2023 여름호(44호)> (0) | 2023.07.17 |
---|---|
[충청매일] 신준수, <어린이 마음 약방> (0) | 2023.07.13 |
[울산저널] 임윤, <지워진 길> (0) | 2023.07.10 |
[브레이크뉴스] 함진원,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 (2) | 2023.05.26 |
[뉴스사천] 김은정, <일인분이 일인분에게> (0) | 2023.05.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