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문학(시), 영미시
사랑의 철학
퍼시 비시 셸리 지음|정정호 옮김|세계문학전집 12|146×210×18mm|296쪽
24,800원|ISBN 979-11-308-2002-6 03840 | 2022.12.26.
■ 도서 소개
생명과 사랑의 시인이자 열정적인 사회개혁가, 셸리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낭만주의 시인 퍼시 비시 셸리(P. B. Shelley)의 작품 선집 『사랑의 철학』(정정호 옮김)이 푸른사상사의 <세계문학전집 12>로 출간되었다. 모순과 불의에 맞서 싸우며 사회 변혁을 부르짖었던 열정적인 사회개혁자이자 사랑과 화합을 노래한 서정시인 셸리의 사상과 정신을 그의 서거 200년을 기념하여 다시 불러낸다.
■ 저자 소개
퍼시 비시 셸리(Percy Bysshe Shelley, 1792~1822)
19세기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잉글랜드 서식스주 필드플레이스에서 태어났다. 이튼칼리지를 거쳐 1810년 옥스퍼드대학에 입학, 이듬해 「무신론의 필요성」을 써서 출판한 일로 퇴학 처분을 받는다. 이 무렵 16세 소녀 해리엇 웨스트브룩과 결혼한다. 1812년 1월 정치사상가 윌리엄 고드윈을 만나며 그의 사상에 깊은 영향을 받는다. 당대의 문인들과 사귀며 지적으로 성장하고, 급진적 정치운동에 투신한다. 첫 장편 철학시 『매브 여왕』을 비롯해 사회개혁적인 산문들을 발표한다. 1814년 여름 고드윈의 총명한 딸 메리와 사랑에 빠져 함께 유럽을 여행한다. 1816년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바이런과 만나 우정을 쌓는다. 그해 11월 해리엇이 자살한 뒤에 메리와 재혼한다. 1818년 3월 고국을 떠나 이탈리아를 돌아다니며 장편 시극 『해방된 프로메테우스』 『첸치가의 비극』, 단편시 「종달새에게」 「서풍에 부치는 노래」, 시론 『시의 옹호』 등의 중요한 작품들을 써낸다. 1822년 7월 폭풍우에 배가 전복되는 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 옮긴이 소개
정정호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 및 같은 대학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밀워키)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국영어영문학학회장, 국제비교문학회(ICLA)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대표 저서로 『영미문학비평론』 『비교세계문학론』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현대문학이론』 『기묘한 이야기』 등이 있다. 현재 문학비평가,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국제PEN 한국본부 번역원장이다.
■ 목차
▪책머리에 : 셸리 서거 200주년을 맞아
제1부 시
초기 시
소네트:지식을 가득 담은 풍선에게 / 시련(詩聯)들-1814년 4월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고드윈에게 / 무상 / 워즈워스에게 / 알라스터, 또는 고독의 정령 / 초감각적인 미에 대한 찬가 / 몽블랑 / 보나파르트[나폴레옹]의 몰락에 관한 한 공화주의자의 감정 / 스페인인들이 자유를 얻기 전 1819년 10월에 쓴 송가 / 1820년 / 콘스탄시아에게
1817년에 쓴 시편들
단편:감옥에서 풀려난 친구에게 / 단편:고독 속에 오가는 상념들 / 오지먼디어스
1818년에 쓴 시편들
빛바랜 향제비꽃에 대해 / 나폴리 근처에서 실의에 빠져 쓴 시련 / 소네트:“채색된 베일은 걷어내지 마라” / 단편:바이런에게 / 줄리앙과 마달로:하나의 대화
1819년에 쓴 시편들
캐슬리 통치기에 쓴 시행 / 영국의 민중에게 보내는 노래 / 시드머스와 캐슬리에게 / 1819년의 영국 / 하늘에 부치는 송가 / 서풍에 부치는 노래 / 권유 / 인도 소녀의 노래 / 메리 셸리에게 / 사랑의 철학 / 해방된 프로메테우스 / 무질서의 가면 무도회
1820년에 쓴 시편들
미모사 / 구름 / 종달새에게 / -에게:“상냥한 처녀여, 나는 당신의 입맞춤이 무섭다오” / 아레투사 / 아폴로의 노래 / 판의 노래 / 두 정령:‘하나의 우화’ 중에서 / 자유 / 세계의 방랑자들
1821년에 쓴 시편들
밤에게 / 시간 / -에게:“음악은 부드러운 음성이 사라져도” / 노래:“오실 듯 오실 듯 그대 오시지 않는군요” / 오늘 미소 짓는 꽃은 / 소네트:정치적 위대성 / 탄식 / -에게:“한 단어가 너무도 자주 남용되어서” / -에게:“정열의 황홀감이 흘러간 후” / 내일 / 에피사이키디언 / 아도나이스 / 헬라스:합창곡
1822년에 쓴 시편들
시행들:“등이 산산이 부서지면” / 제인에게:초대 / 제인에게:회상 / 기타와 함께, 제인에게 / 제인에게:“총명한 별들이 반짝거리네” / 애가 / 레리치만에서 쓴 시행
제2부 시론
시의 옹호
▪작품 해설 모음
▪역자 후기 : 초월과 혁명의 대화적 상상력
▪작가 연보
■ 책머리에 중에서
2022년은 서양문학에서 대표적인 낭만주의 서정시인 P. B. 셸리(Percy Bysshe Shelley, 1792~1822)가 서거한 지 200주년이 되는 해이다. 200년 만에 다시 셸리를 소환하는 것은 단순히 그의 놀라운 서정시가 그리워서만은 아니다. 20세기 전반기 신비평(New Criticism)이 지배하였던 영미에서 그의 시는 환영받지 못했다. 그의 사상과 시 세계는 형식주의 비평의 프레임에 맞지 않았다. 그러나 비전적이고 개혁주의적인 그의 사상과 시 세계는 20세기 후반기부터 영미 문단과 학계에서 크게 재평가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중략)
21세기 초 현재의 세계는 “이미 언제나”처럼 바람직스러운 방향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셸리가 살던 19세기 초 유럽에서처럼 천민자본주의와 식민제국주의가 판을 치고 있고 각종 크고 작은 전쟁 그리고 지역, 민족, 국가 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도 진행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 전 세계가 속수무책으로 있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무엇보다도 지구라는 자연 속에 살아야 하는 인간들이 생태 환경에 끼치는 해악은 그 한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탄소 과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 지진, 가뭄, 태풍, 홍수, 산불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소위 지질학적으로 인간이 지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게 되는 인간세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우울하고 황량한 시대에 200년 전 산업화와 자본주의가 급속히 발흥하던 19세기 초 유럽에서 젊은 시인 셸리는 인류를 강조하였다.
새천년이 시작되어 벌써 20년 이상 지난 오늘 우리는 다시 이상주의 사회개혁 사상가 셸리를 불러내야 한다. 또한 개인적으로도 셸리를 나의 “말년의 양식”으로 삼고 싶다. 나이 들면서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 지혜로운 삶의 방식이겠지만 나는 거부하고 싶다. 나는 계속 모든 문물 상황 속에서 그저 조화와 화평만을 이루기보다 소극적이나마 저항하면서 “위험하게” 살고 싶다. 여기에서 셸리는 현실과 역사와 미래를 위한 비전을 주는 예언가로서 나의 흔들리지 않는 안내자가 되리라.
■ ‘역자 후기’ 중에서
셸리가 파악하는 시의 본질은 사랑이다. 여기서 사랑은 시를 통한 공감적인 상상력(Sympathetic imagination) ― 셸리에게 창조적 상상력과 비전적 상상력은 중요한 두 개의 상상력의 개념이다 ― 의 촉발로 인하여 타자(the Other)에 대한 감정 전이를 통한 이해와 사랑의 성취를 꿈꾼다.
셸리는 옥스퍼드대학 재학시 『무신론의 필요성』을 저술하여 퇴학당한 바 있는 무신론자였지만, 여기서 말하는 지고의 인간적 가치를 지닌 사랑은 교회라는 인간이 세운 제도와 기관에 의해 오용되고 부패하지 않는 순수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정신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사랑의 본질은 융화와 화합인 것이다. 셸리는 ‘힘’―니체적이건 마르크스적이건 푸코적이건 그람시적이건 간에―을 가진 자들의 탐욕과 분배의 거부를 저주했고, 공감적 상상력을 발동시켜 마음을 비우고 위대한 사랑의 화합을 꿈꾸었던 철인이었다. 그는 오히려 그의 첫 번째 장시 「알라스터」에서 보여주듯이 복합한 비전(multiple vision)을 가진 건강한 회의주의자였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특히 셸리의 장시에 대한 J. S. 밀의 오해가 불가피하게 된 것이리라. (중략)
셸리의 시와 사상은 치열하게 ― 항상 막연하고 추상적인 면에서만이 아닌 ― 헤겔적인 배타적 변증법이 아닌 노자나 장자적인 포용적 변증법을 실행하였다. 아니면 미하일 바흐친(Mikhail Bakhtin)식의 대화적인 상상력(Dialogic Imagination)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기에 「종달새에게」 「서풍에 부치는 노래」 「구름」 등의 여러 가지 우주적인 심상, 즉 과학과 문학(기술학과 신비학)의 융합을 꿈꾼 셸리를 이해하는 데는 고통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리라.
셸리의 시에 나타나는 음악성, 직접성, 속도, 순수성, 그리고 드러나는 구체성과 물질성, 역사성이 어우러진 그의 체계를 이해하려는 진지하고도 치열한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중략)
옮긴이는 이 책에서 셸리의 시를 골고루 소개하려고 애썼다. 초기 시에서 후기 시까지 그의 시의 특성을 골고루 ― 서정시, 서경시, 연애시, 송가에서 자연시, 소네트, 철학시, 정치시, 극시까지 ― 드러내어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으나 그의 유명한 장편 시극들에도 절창이 많으나 지면 관계상 거의 싣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우리가 많이 다루지 않는 경향이 있는 현실 참여적인 정치시도 다수 포함시켰다. 이와 아울러 19세기 서구 낭만주의 시대 최고의 문학이론인 『시의 옹호』를 실었다. 셸리의 시와 시론을 함께 읽는다면 그의 사상과 시를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 출판사 리뷰
2022년은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낭만주의 시인 퍼시 비시 셸리(P. B. Shelley)가 서거한 지 2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사회적 모순과 불의에 맞서 싸워온 열정적 사회개혁자이자 위대한 사랑의 화합을 꿈꾸며 서정의 노래를 불렀던 셸리의 시를 『사랑의 철학』으로 불러낸다. 이 책에서는 셸리의 초기시부터 후기시에 이르는 서정시와 연애시, 자연시, 철학시, 정치시, 극시 등을 정정호 교수가 번역하였다. 19세기 서구 낭만주의 시대 문학이론의 정수인 그의 시론 『시의 옹호』도 주목할 만하다.
위선적 도덕주의, 물질주의가 팽배했던 19세기 초부터 20세기 신비평에 이르기까지 셸리의 시는 널리 읽히지는 않았다. 권위와 압제를 향한 셸리의 반항 정신이 사회 규범과 관습에 대한 저항으로 평가되었던 것이다.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산업혁명이 초래한 물질문명으로 점철되었던 시대를 살아오며 셸리는 인도주의와 세계시민주의 사상을 주장하며 인류애를 강조하였다.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영미 문단과 학계에서 셸리의 시가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가장 낭만적이면서도 가장 정치적인 시인이었던 셸리의 시를 통해 갈등과 분열로 지친 오늘날에도 새로운 비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작품 속으로
서풍에 부치는 노래
1
오, 거센 서풍이여, 그대 가을의 숨결이여,
눈에 보이지 않는 그대로부터 죽은 잎사귀들은
쫓겨다니네. 마치 마술사로부터 도망치는 유령들과도 같이.
노랗고, 검고, 창백하고, 열병 걸린 듯 붉은,
염병으로 고생하는 무리들 :오 그대,
그들이 어두운 겨울 침상으로 휘몰아치네.
날개 달린 씨앗들을. 그곳에서 그들은 낮게 묻혀
무덤 속의 시체들처럼 싸늘하게 누워 있네. 마침내
그대 누이인 청명한 봄이 꿈꾸는 듯한 대지 위에
나팔을 불어댈 그날까지. 그리고 생동하는 색깔과 향내로
들과 산을 가득히 채울 그날까지.
(양떼처럼 대기 속에서 먹고 크도록 향기로운 꽃봉오리를 몰아내며)
사방으로 움직이는 그대 거친 정령이여.
파괴자인 동시에 보존자여. 내 말을 들어다오, 오, 들어다오!
2
험한 하늘의 동요 속으로 그대가 흘러갈 때면
방만한 구름들이 하늘과 대양의 엉클어진 가지에서 흔들려 떨어진
대지 위의 시들어 가는 잎사귀들과도 같이 흩어지네.
(후략)
종달새에게
그대여, 반갑도다. 명랑한 정령이여!
그대는 결코 새는 아니었으리라.
하늘에서 아니 하늘 가까이에서
그대는 가득 찬 가슴에서 즉흥적인 기술로
풍성한 노랫가락을 쏟아내는구나.
더 높은 그리고 한 층 더 높이
지상에서 그대는 솟구쳐 오르는구나,
마치 지는 태양의 빛을 받는 불그름인 양.
푸른 하늘을 그대는 날아오르는구나,
항상 노래하며 솟아오르고 언제나 솟아오르며 노래하며.
저무는 태양이 발하는
황금빛 노을 속에서
구름은 광채를 받아 반짝이는데
그대는 높이 떠서 달리는구나,
돌진을 막 시작한 육신을 떠난 영혼의 기쁨과도 같이.
(후략)
시인은 언어 예술가이다
시인의 언어는 본질적으로 비유적이다. 다시 말해 시적 언어는 이전에는 이해되지 않았던 사물의 관계를 표시한다. 또한 시적 언어는 사물의 관계를 표현하는 언어가 시간이 흐르면서 통합된 사고의 전체 그림 대신에 사고의 몇몇 부분이나 몇몇 부류를 나타내는 기호가 될 때까지 사물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영속시킨다. 그리고 만일 새로운 시인들이 나타나 그렇게 해체되어온 연상들을 새롭게 창조하지 못한다면 언어는 인간 소통의 고귀한 목적에 쓸모없는 죽은 것이 되고 만다. 이러한 유사성이나 관계는 “세계의 다양한 주제에 각인된 자연의 동일한 발자취”라고 베이컨 경3에 의해 멋지게 표현되었다. 그리고 베이컨 경은 다양한 주제들을 인식하는 능력을 모든 지식에 공통된 원리의 창고로 생각한다. 인류 사회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 모든 작가들은 필연적으로 시인이다. 왜냐하면 언어 자체가 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인이 되는 것은 진실한 것과 아름다운 것, 한마디로 선, 일차적으로 존재와 지각 사이, 이차적으로 지각과 표현 사이에 존재하는 선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 기원에 가까운 모든 최초의 언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집단을 이루는 시가의 혼돈의 상태이다. 풍성한 어휘 편찬과 문법상의 구분은 후대의 작업으로 단지 시 창작물의 목록이나 형태에 불과하다. (『시의 옹호』, 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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