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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간행도서

박설희 산문집, <틈이 있기에 숨결이 나부낀다>

by 푸른사상 2022. 12. 26.

 

분류--문학(산문)

 

틈이 있기에 숨결이 나부낀다

 

박설희 지음|푸른사상 산문선 47|145×210×15 mm|216쪽

16,500원|ISBN 979-11-308-2003-3 03810 | 2023.1.2

 

 

■ 도서 소개

 

세찬 바람에 맞서 바다 위에 떠 있는 꿋꿋한 갈매기처럼

 

박설희 시인의 첫 산문집 『틈이 있기에 숨결이 나부낀다』가 <푸른사상 산문선 47>로 출간되었다. 저자는 삶과 문학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며 그에 대한 생각들을 이 한 권의 산문집에 담아냈다. 세밀하고 감각적인 표현들이 문체의 힘을 주는 것에 더해, 냉각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소외된 사람들과 연대하는 마음이 바다 위에서 세찬 바람에 맞서고 있는 갈매기처럼 꿋꿋하고도 강인하다.

 

 

■ 작가 소개

 

박설희

강원도 속초에서 유년을 보내고 서울에서 청춘을 보냈다. 방화수류정과 화성에 반해 수원에 정착한 후 30년 가까이 살고 있다. 여행을 좋아하고 자연 속에서 가장 행복하다. 시집으로 『가슴을 재다』 『꽃은 바퀴다』 『쪽문으로 드나드는 구름』이 있고, 공동산문집으로 『우리는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 『먼 곳에서부터』 등이 있다.

 

 

■ 목차

 

▪작가의 말

 

1부 스스로 빛나기

충혈 / 신발 / 몸 한 채 짓고 허무는 일 / 근육론 / 스스로 빛나기 / 세상을 보는 방식 / 오늘도 항복하세요 / 소중한 일상이 그저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 마저절위(磨杵絶葦)와 상주사심(常住死心) / 변화의 속도와 책임 / 인생이 다 시지, 뭐 / 방 / 내 생애 첫 / 모든 사람이 예술가

 

2부 재앙의 언어, 치유의 언어

위험한 독서 / 숨결 / 잃어버린 골목을 찾아서 / 재앙의 언어, 치유의 언어 / 밥 딜런과 블랙리스트 / 우리에게 ‘민족’이란 무엇일까 / 시간의 향기 / 괴물 또는 프랑켄슈타인 / 예술가의 재산 목록 1호 / 4월, 섬의 잔혹사 / 이곳에 살기 위하여 / 끝나지 않은 귀향길 / 이야기는 자란다 / 적폐와 입장 / 관계 맺음의 방식

 

3부 삶이 더 부족하다

현실에 적합한 단어가 부족하다 / 상상공화국 / 우리가 사랑할 때 / 나무를 심는 사람 / 종합선물세트 같은 / 세대의 변화, 소비되는 시 / 절대자유를 추구했던 시인의 초상과 그의 아내 / 저마다의 체위로 이물감을 삭이는 방식 / 시가 부족한 게 아니라 삶이 더 부족하다 / 벙글어지는 틈 / 감정의 확산을 꿈꾸다 / 레이크우드에서 보내는 편지 / 아득한 그리움은 꽃으로 피어나고

 

 

■ '작가의 말' 중에서

 

“안녕하세요? 저는 열 살이에요. 라디오를 듣는 엄마를 따라 자주 듣다 보니 ‘사연’이라는 낱말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오늘은 저도 ‘사연’을 보내요.”

자주 듣는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다. 내가 ‘사연’이라는 단어의 뜻을 처음 알게 된 게 언제였을까? 운명, 고독, 인연, 욕망 등 지금은 너무 익숙하게 상투적으로 쓰고 있는 낱말들도 처음 만났을 때에는 무척 낯설면서도 매혹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언어에 대한 설렘이 있었기에 글 쓰는 업을 갖게 된 게 아닌가.

시대가 바뀌면 언어 환경도 바뀐다. 열 살 어린이의 ‘사연’처럼 요즘 내가 새로 알게 된 낱말은 무엇인지, 어떤 단어 앞에서 전율했는지 곰곰 되새겨본다. (중략)

‘사연’은 대개 상처와 연결돼 있다. 개인사로 인한 것이든 사회나 국가 차원의 사건으로 인한 것이든 상처들은 쉬 낫지 않고 공감과 연대를 부른다. 사연들이 나를 선택하고 나는 그것들을 받아 적는다.

 

 

■ 추천의 글

 

박설희 시인은 첫 산문집 『틈이 있기에 숨결이 나부낀다』에서 바다 위에 떠 있는 갈매기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갈매기는 공중에 가만히 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세차게 부는 바람에 떠밀리지 않으려고 온몸의 힘을 다한다. 시인은 갈매기의 그 숨결을 들으며 자신의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시인은 자본주의 사회의 변화 속도가 경악할 정도로 빨라 인간 소외를 실감한다. 따라서 공동의 주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과 동네 미용사와 지적장애아를 둔 어머니 등을 품는다. 김수영 시인과 김현경 여사를 비롯해 김남주 시인, 박광숙 소설가, 권정생 아동문학가, 안은미 무용가 등을 만난다. 앨빈 토플러의 『미래의 충격』, 박지원의 『열하일기』, 최진이의 『국경을 세 번 건넌 여자』 등을 읽기도 하고, 세월호 참사, 평화의 소녀상, 잃어버린 골목 등을 찾기도 한다. 민족은 무엇인가,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어떤 시인이 되고 싶은가 등도 고민한다.

시인은 자신의 문학이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세상과 대결한다. 자본주의 속성에, 거짓 욕망에, 비겁함에 항복할 수 없다고 자신을 독려한다. 문학의 힘이 “현실에 발을 디딘 상상력에서 오며 타인의 고통에 눈감지 않고 뜨거운 가슴으로 반응하는 데서 온다”(「시가 부족한 게 아니라 삶이 더 부족하다」)라고 믿으며 바다 위의 갈매기처럼 맞서는 것이다.

―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 출판사 리뷰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사유하는 박설희 시인의 첫 산문집 『틈이 있기에 숨결이 나부낀다』에는 그녀의 삶의 궤적들이 촘촘하게 그려져 있다. 문학과 함께 인생을 살아내는 필자는 문학과 언어의 본질, 어떤 시인이 되고 싶은가, 민족이란 무엇인가 등 삶과 문학을 화두로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그에 대한 해답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개인사든 사회나 국가 차원의 일이든 각각의 사연들을 탐독하며, 거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입혀내는 것이다.

박설희는 이 책에서 “거친 호흡을 고르며 속도를 조절해가며 자신만의 고운 숨결을 찾아가는 길, 그것이 삶이라”고 말한다. 삶이란 험난하고 시끄러운 세상 속일지라도 자신의 숨결을 느끼고 제 속도를 찾아가는 여정인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가면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는 오늘날, 아버지를 비롯해 가족을 품어내고, 지적장애아를 둔 어머니들과 연대하고 공감하는 모습이 그러하다. 4월의 세월호 참사, 평화의 소녀상의 역사를 읽어내고, 과거와 전통을 간직한 골목에서 잃어버린 시간과 정체성을 찾아가기도 한다. 김수영 시인과 김현경 여사를 비롯해, 김남주 시인, 박광숙 소설가, 권정생 아동문학가, 안은미 무용가 등을 만나고, 앨빈 토플러의 『미래의 충격』, 박지원의 『열하일기』 등을 읽으며 예술과 여행의 본질을 사유하기도 한다.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큰 화두로 여겨지는 요즘, 우리 사회에는 살을 에는 듯한 매서운 겨울바람이 부는 듯하다. 저자는 2월의 궁평항 앞바다에서 세차게 부는 바람 사이에서 떠밀려 가지 않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해 공중에 떠 있는 갈매기를 발견한다. 자기만의 날갯짓을 연마하며 바람에 떠내려가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는 갈매기를 바라보며, 어떤 상황이 와도 쓰러지지 않는 강인한 영혼을 가진 모습을 떠올린다. 험난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무하는 시인의 마음은 웅숭깊기만 하다.

 

 

■ 작품 속으로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큰 화두로 여겨지는 요즘, 정신과 영혼의 고양을 위해 애쓰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시련이여, 오라. 내가 다 받아주겠다.’ 시련과 고통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갈 때마다 점점 강건해지는 정신의 소유자, 잘 먹고 잘 사는 세속적 목표가 아니라 어떤 상황이 와도 쓰러지지 않는 강인한 영혼이 되겠다든가 하는 목표를 가진 삶 말이다.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자신이 정해놓은 목표를 향해 침묵 속에 노력하는 모습을 한 마리 작은 갈매기를 통해 본 것이다.

바람과 추위에 밀려 내가 다시 발걸음을 옮길 때까지 갈매기는 날개를 꺾을 듯 몰아치는 바람 속에 한사코 버티며 세상의 바람은 다 와보라는 듯 여전히 바다를 향한 채 멈추어 있다. 부들부들 떨리는 몸으로 공중에 닻을 내린 듯.

(「충혈」, 14~15쪽)

 

골목들은 과거와 전통을 간직하기도 하고 미래로 열린 통로로 변화를 이끌기도 하며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웃 마을로 마실을 가려면 골목 하나 지날 때마다 통행 허가 절차가 까다로워 차라리 포기하고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기막힌 삶을 들으며 그래도 어렸을 적 가난했지만 피난처가 되어주었던 이웃집, 급하면 달려가 돈과 연탄과 반찬 등을 융통할 수 있었던 골목에서의 시간을 떠올려본다. 그 시간들이 내 삶의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잃어버린 골목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잃어버린 시간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잃어버린 골목을 찾아서」, 74쪽)

 

이 어려운 시대에 시를 쓴다. 이 위험한 시대에 시집을 낸다. 장한 일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단 한 번도 어려운 시대가 아닌 적이 있었던가. 위험한 시대가 아닌 적이 있었던가.

우리는 늘, 살아가는 일이 어렵고 위험하다고 느낀다. 조장된 것이든 본질적으로 함의하고 있는 것이든 고통과 불안의 힘으로 먹고산다. 그 힘으로 시를 쓴다. 시는 어둠 속에서 눈을 뜬다.

아니다. 시가 어둠 속에서 눈을 뜨다니. 그건 일부 시들에 대해서만 맞는 말이다. 밝음 속에서만 쓰이는 시들도 있다. 그건 시인들마다 시의 현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둡고 축축하고 냄새나는 곳에서 시가 다가오는가 하면 꽃이나 구름, 나무 등을 보면서 시상을 얻는 시인들도 많다. 일상에서, 노동을 하면서, 시국 현장에서 시를 쓰는 시인들도 있다. 각자가 선택한 시의 현장이다.

(「시가 부족한 게 아니라 삶이 더 부족하다」, 169~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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