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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대경일보] 강성위, <한시로 만나는 한국 현대시>

by 푸른사상 2022. 4. 26.

 

漢詩의 편견 부수다

신간소개- ‘한시로 만나는 한국 현대시’

다양한 시인 작품 64편 수록
색다른 방식으로 한시 해석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작품을 한시(漢詩)로 옮겨 시를 이해하는 색다른 관점을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한시(漢詩)로 만나는 한국 현대시'가 최근 출간됐다.

한문학자이며 한시인이기도 한 강성위 씨가 지은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 4부까지는 김소월, 윤동주로부터 오늘날 활동하고 있는 정호승, 안도현 등의 현역 시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인들의 작품 총 64편을 수록하였다. 우리말로 된 시를 한시로 옮겼다. 주석을 달아 시어와 구절을 이해하게 하고, 한역시를 다시 한글로 직역해 그 의미를 곱씹어보게 했다.

저자의 깊이 있는 해설이 담긴 한역 노트까지 곁들인 이 책은 한국시를 읽고 감상하는데 있어 이제까지 없었던 전혀 새로운 뜻깊은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5부에는 저자의 자작시와 자작 한시가 실려 있다.

한국 현대시를 한시로 옮기는 일은 두 언어 사이의 표현방식 차이 때문에 섣불리 다가갈 수 없는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한시를 창작하고 번역해온 저자의 경험, 그리고 한시와 현대시 양자에 대한 깊은 이해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좋은 소설을 보면 영화인들은 영화로 만들고 싶고, 만화가들은 만화로 그리고 싶어지듯, 저자는 좋은 시를 보면 한시로 만들고 싶어진다는 그 마음에서 이 작업을 시도했다고 한다.

한시는 엄격한 정형시(定型詩)에 가깝지만, 형식의 묵수(墨守)가 아니라 그 함축성으로 인해 자유시에서 구현된 ‘자유’를 정형적인 틀 안에 들일 수 있을 정도로 매력과 탄력이 있다. 저자는 한시의 묘미를 이런 데서도 찾는다. 즉, 한시에 관한 것들을 공부라고 생각하면 재미가 없고 숙제라고 생각하면 짜증이 나겠지만, 놀이라고 생각하면 다른 것과 비교하기 어려운 재미가 분명 그 안에 있다고 본 것이다.

조선시대 중엽 무렵부터 한글로 된 시조(時調)를 한시로 옮겼고, 근대엔 한시를 시조로 옮기기도 했었다. 이제 한국 현대시를 한시로 번역하여 소개한 이 책을 통해, 시 한 편을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을 이해하는 폭과 깊이를 더할 수 있게 되었다. 원전(原典)과 재구성물을 상호 비교해보며 감상하는 것 또한 쏠쏠한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고루하고 어렵다는 편견으로 대중에게 낯설게만 느껴졌던 한시를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즐거움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소득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이색적이고 의미있는 이 책의 출간으로 한시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사람들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고, 근ㆍ현대에 이르는 한국 시인들의 주옥같은 시가 한시로 번역, 소개되면서 한국 현대시가 중국 등 동양문화권으로 전파할 수 있는 ‘한국시의 글로벌화’를 추구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평에서 김언종 명예교수(고려대 한문학과)는 “부도창상구변공(賦到滄桑句便工)이 허언이 아님을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이 책이 우리 현대시를 중국에도 널리 알리는 공전(空前)의 창거(創擧)”라고 했다.

이영주 명예교수(서울대 중문학과)는 “한시와 현대시에 두루 깊은 이해로 한시를 현대화하고 대중화하기 위해 새롭고 야심차게 시도한 것”이라 했다.
맹문재 교수(안양대학교 국문학과)는 “한국 현대시를 한시(漢詩)로 옮긴 작업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학계나 시단에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강성위 시인은 시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고, 학문이 깊으며, 이 세계를 끌어안는 자세가 진지하고도 넓다”고 평했다.

한문학자이며 시인이기도 한 강 저자는 한시 창작과 번역을 지도하는 작은 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대학 출강과 생활한시를 창작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30권이 넘는 저서와 역서를 비롯 창작 한시집으로 ‘술다리(酒橋)’ ‘감비약 처방전’ 등이 있다. 현재 월간 '우리詩'와 한경닷컴 'The Pen'에 '한시공장(漢詩工房)'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연재 중이다.

 

대경일보, "漢詩의 편견 부수다", 이부용 기자, 2022.4.19

링크 : http://www.dk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362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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