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연극사, 한국근대연극사, 연극이론
21세기에 돌아보는
한국 연극운동사
유민영 지음|푸른사상 학술총서 57|160×232×38 mm(하드커버)|672쪽
55,000원|ISBN 979-11-308-1893-1 93680 | 2022.2.25
■ 도서 소개
개항 이후 현대까지 한국 연극 발전의 자취
유민영 교수(단국대학교 명예교수)의 『21세기에 돌아보는 한국 연극운동사』가 푸른사상사의 <학술총서 57>로 출간되었다. 근대 초기에 전개된 신극 운동부터 21세기 뮤지컬 전성시대까지의 연극사를 체계적이면서도 생동감 있는 문체로 정리했다.
■ 저자 소개
유민영
경기도 용인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및 같은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오스트리아 빈대학교 연극학과에서 수학하였다. 연극평론가이며 문학박사. 한양대학교 국문학과 교수와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학장, 방송위원회 위원, 예술의전당 이사장,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장 및 석좌교수를 역임하였다. 현재 단국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연극산고』(1978) 『한국현대희곡사』(1982) 『한국연극의 미학』(1982) 『전통극과 현대극』(1984) 『한국연극의 위상』(1991) 『한국근대연극사』(1996) 『한국근대극장변천사』(1998) 『20세기 후반의 연극문화』(2000) 『격동사회의 문화비평』(2000) 『문화공간 개혁과 예술발전』(2004) 『한국인물연극사』(전 2권, 2006) 『한국연극의 사적성찰과 지향』(2010) 『한국근대연극사 신론』(전 2권, 2011) 『인생과 연극의 흔적』(2012) 『한국연극의 아버지 동랑 유치진-유치진 평전』(2015) 『한국연극의 거인 이해랑』(2016) 『무대 위 세상 무대 밖 세상』(2016) 『예술경영으로 본 극장사론』(2017) 『풍성한 문화예술계의 명암』(2019) 『사의 찬미와 함께 난파하다-윤심덕과 김우진』(2021) 등이 있다.
■ 목차
■ 책머리에
■ 프롤로그
제1부 근대 초기의 전통 공연예술
제1장 개화기의 극장문화와 공연예술
제2장 전통의 명맥을 잇기 위한 노력들
제3장 부흥하는 전통 공연예술
제4장 여성국극의 성공과 쇠락
제5장 창극, 한국을 대표하는 무대예술
제2부 신파극부터 악극까지
제1장 신파극을 앞세운 일본 연극의 침투
제2장 한국 신파극 초창기의 이모저모
제3장 한국 관중이 일본 신파극을 수용하기까지
제4장 명멸하는 스타들
제5장 신무용가 배구자의 연극 전용 극장 설립
제6장 동양극장의 눈부셨던 전성기
제7장 악극의 흥망성쇠
제3부 민족의 자각과 민중극의 태동
제1장 선구적 연극인과 학생들의 민족극운동
제2장 낭만을 꿈꿨던 토월회의 좌절
제3장 김우진의 절망과 연극계의 비극
제4장 프롤레타리아 연극의 탄생
제4부 엄혹한 시대, 혼돈의 연극계
제1장 연극운동의 이정표를 세운 극예술연구회
제2장 일제 말기와 해방공간 연극의 모순
제3장 좌우익의 갈등과 결별
제4장 북한 연극, 해방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제5장 국립극장의 역사적 출범
제5부 한국전쟁 전후의 연극운동
제1장 한국전쟁의 발발과 연극의 붕괴
제2장 피난 시대에 맞은 신협의 전성기
제3장 1950년대, 연극의 위축
제6부 연극의 재건과 대중화
제1장 연극 중흥을 꿈꾼 유치진의 드라마센터
제2장 동인제 극단의 새로운 물결
제3장 실험극의 탄생과 연극계의 활기
제4장 정부의 통제 강화와 명동 시대의 종언
제5장 연극의 대중화인가 저질화인가
제7부 급변하는 사회, 한국 연극의 비상
제1장 추송웅이 일으킨 모노드라마 붐
제2장 내부로부터의 반성과 해외 교류
제3장 1980년대의 연극계 상황
제4장 민주화로 인한 변화와 서울국제연극제
제5장 격동의 시대 마당극의 역할
제6장 이해랑의 타계와 신극운동의 마감
제7장 세기말 연극계의 혼란
제8장 뮤지컬 시대의 화려한 전개
■ 에필로그
■ 참고문헌
■ 찾아보기
■ ‘책머리에’ 중에서
한평생 연극사를 공부하면서 그에 관한 학술 저서를 여러 권 펴냈지만 언제나 독자는 한정되어 있었다. 솔직히 딱딱한 문장에다가 각주가 주렁주렁 달린 책에 일반 대중이 관심을 가질 리 만무했다. 사실 연극사 연구도 궁극적으로는 극예술의 부흥에 보탬이 되어야 할진대 상아탑의 담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때때로 들곤 했다. 더구나 대중의 정서 함양과 삶의 환희를 안겨주어야 하는 극예술에 대한 연구가 상아탑 안에만 머물러서는 제 역할을 다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다.
따라서 나는 이 책을 집필하면서 우선적으로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을 취했는데, 그 첫째가 건조하고 딱딱한 문장을 대중이 이해하기 편하도록 쉽고 부드러운 이야기식으로 바꿨으며, 두 번째로는 각주를 간소화하여 내주(內註)로 처리했다. 그리하여 내가 마치 조선시대의 전기수(傳奇叟)처럼 대학 연구실을 나와 장터나 길섶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우리 연극이 얼마나 어려운 세상을 뚫고 여기까지 와 있는지를 조곤조곤 이야기하듯이 썼다. 이야기 구성도 이면사를 끌어올려 표면사와 교직(交織)하여 입체화함으로써 독자에게 생동하는 역사로 다가가도록 했다.
그리고 연극사에 굳이 ‘운동’이란 용어를 붙인 배경에 대하여 설명해야겠다. 다 알다시피 우리나라 근대사는 임진란 때 이상으로 빈곤, 피압박, 동족상잔, 혁명 등 고난의 과정을 겪은 격동의 역사였다. 그런 질곡의 역사를 헤쳐 온 우리 연극은 자연스럽게 생존을 위한 거친 투쟁을 벌여야 했다. 이처럼 우리 연극은 인생의 아름다움과 슬픔을 노래하고 삶의 본질을 탐구하며 영혼의 구원을 찾을 여유 없이 오로지 거대한 불행과 마주하여 자기방어를 위한 저항의 고달픈 도정이었다. 바로 그 점에서 우리 연극사를 일반적인 예술사가 아닌 생존을 위한 저항운동사라고 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20여 년 전, 거칠게나마 우리나라의 연극운동사를 정리한 바 있다. 그것을 2020년 말 일본의 전통 깊은 출판사 후쿄샤[風響社]에서 의외로 자청하여 번역 출판하기도 했다(여기서 의외라는 표현을 쓴 것은 1905년 을사늑약 이후 1945년 해방 때까지 40여 년 동안 그들이 우리 연극을 모질게 탄압해온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을 당사국의 유명 출판사에서 관심을 가지고 번역해준 데 따른 것이다). 그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연극계는 변화와 발전을 위한 몸부림을 계속했고, 21세기 들어서며 한국의 문화 환경은 놀라울 정도로 변화했다. 세기가 바뀐 지도 20년이 훌쩍 지나간 오늘날, 달라진 현대의 연극계를 조망하며 나는 한국 연극운동사를 다시 정리할 필요를 느꼈다.
■ 출판사 리뷰
우리나라 근현대 연극 발전의 궤적을 따라간 『21세기에 돌아보는 한국 연극운동사』는 개항 이후 현대까지의 한국 연극사를 정리한 책이다. 개화기 이후 전개된 신극 운동부터 21세기 뮤지컬 전성시대까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온 한국 연극의 자취를 그리며 오늘날의 현대 연극계를 조망한다. 연극계 선구자들의 생생한 증언과 자료 사진을 곁들였고,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식 서술로 연극사를 입체적이고 풍부하게 풀어나간다.
외세 침략과 국권 상실, 전쟁 등으로 굴곡진 시대를 거치며 전개된 한국 근대극은 예술 그 자체로서 존재하기보다는 시민 의식을 변화시키고 사회 변혁을 추동하는, 그야말로 ‘운동’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해왔다. 연출가도 연극비평가도 없었던 20세기 초반, 신문명과 신문화의 물결 속에서 연극은 문화의 한 형태로 존재하기보다 오락물로서 기능했다. 최초의 관립극장인 협률사 등이 세워지고, 야외에서 옥내로 무대를 옮겨감으로써 무대예술의 판도가 뒤바뀌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판소리나 재담, 무용 등이 번창했으나, 전통극을 그대로 전수하거나 창극을 변형시키는 것에 그쳤고, 일본의 저질 신파극을 비판 없이 수용했다.
3·1운동 이후 자각한 청년 학생들이 종합예술로서의 연극 중요성을 인식하고, 연극을 사회운동의 중심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김우진, 박승희, 유치진 등의 선구적 인물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유학 생활을 거쳐 새로운 형태의 연극과 연극이론을 소개하고 실험함으로써 연극 진흥을 위해 고뇌했다. 비록 현실에 벽에 부딪쳐 좌절되기도 했지만, 그들이 내린 근대극의 뿌리가 연극 중흥에 이바지했다.
최초의 연극 전용 극장이었던 동양극장을 둘러싸고 한 시대를 풍미하던 인기 스타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되고, 이념 대립과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공연을 멈추지 않으며 연극 현대화를 위해 노력했던 연극인들의 노력은 존경스럽기만 하다. 마당극, 일인극, 번역극, 뮤지컬 등 다양한 연극 형식을 추구하며 끊임없이 발전해온 우리 연극은 이제 글로벌 시대를 맞이했다. 유민영 교수는 21세기에 이르러 눈부시게 달라진 현대 연극을 조망하며 무대예술이 담당해야 할 사회적 기능에 대해서도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 책 속으로
동양극장은 연극 공연장으로서 그때로서는 최고의 규모와 시설이었다. 은행 돈을 알선한 흥행사 와케지마가 많은 지분을 가졌지만 홍순언이 사장으로 앉고 최독견을 지배인으로 하여 운영진을 갖췄다. 1935년 11월의 역사적인 개관 공연은 배구자소녀가극단이 도맡았는데, 레퍼토리는 악극단답게 만극(漫劇) <멍텅구리 2세>, 촌극 <월급날>, 무용극 <급수차> 등과 소년관현악의 연주·독창·합창과 <아리랑> 등 무용으로 화려하게 펼쳐졌다. 완전히 배구자 취향으로 엮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 외로 관객이 많지 않았다. 그런 공연이 관객을 오랫동안 붙들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자 동양극장은 최독견을 내세워 즉각 극단 조직에 들어갔다. (176쪽)
동학운동 이후 움트기 시작한 민중의 광범위한 지각은 1919년 3·1운동으로 그 절정에 이르렀다. 따라서 민중의 근대의식은 문화예술 쪽에서 민감하게 나타났고 언론과 문예의 신기운은 그 하나의 단적인 예라 하겠다. 잡지 『창조』를 중심으로 한 문학동인지가 서울·대구·평양을 중심으로 생겨날 때 『조선일보』 『동아일보』 양대 민족신문이 창간됨으로써 문예운동은 박차를 가할 수가 있었다. 이렇게 각 분야에 나타난 신기운은 연극계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기성 연극인들은 반성과 함께 새 시대의 준비를 서둘렀고, 기성 연극의 낡음에 식상한 신진 연극 지망생들은 서양 근대극의 직수입을 서투르나마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 바로 1920년대 초의 연극계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반성하면서 새 채비를 하는 구태와 아마추어적인 새싹이 연극계를 서서히 양분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초창기로부터 연극을 해온 사람들도 일본식 신파극에 물든 연극인과 3·1운동 이후에 등장했으면서도 보수적인 현철(玄哲), 김정진(金井鎭)과 같은 기성 연극인으로 다시 나뉘었다는 사실이다. (201쪽)
4천여 점의 민속극 관련 자료와 구미·일본 연극 및 영화 자료는 연극 영화인들뿐만 아니라 지식인들에게 흥미와 감명을 주는 한편 연극에 대한 인식도 높여주었다. 이것을 계기로 해서 정인섭(鄭寅燮)이 지도교수였던 연희전문학교 학생회는 극예술 강연회를 대대적으로 열기도 했다. 그만큼 지식인들 중에서는 본격 근대극운동이 일어나야 한다는 역사적 인식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지식인들의 역사 인식은 해외문학파 문인들의 르네상스 철학과 쉽게 접목될 수가 있었다. 이는 곧 1920년대 후반에 도쿄에서 외국문학을 공부하고 있던 청년들 중 아일랜드의 문예부흥 운동에 자극받고 외국 문예를 통한 한국 문예의 발전을 꾀한 해외문학파가 앞장서서 연극단체를 꾸미는 주체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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