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본성과 삶의 근원 들여다보기
한영희 첫 번째 시집 ‘풀이라서 다행이다’ 출간
전남 영암 출생 한영희 시인의 첫 번째 시집 ‘풀이라서 다행이다’가 푸른사상 시선 149번째 권으로 출간됐다.
시인은 삶의 언저리에 있는 작은 존재들이 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듣는다. 광주의 오월을 살아온 사람들의 아픔과 상처도 기꺼이 품는다. 시인의 따스한 시선과 깊은 세계 인식은 생의 근원과 삶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머묾으로 간직했던 사유를 나아감의 화두로 제시하는 동시에 대체로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사물들을 조응한다. 작고 낮은 곳의 사물과 그들이 뱉는 목소리에 기꺼이 마음을 내어주기까지 시인이 디딘 삶의 영역은 평면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풀이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 시인이 보여준 시편들은 삶의 언저리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일상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시인은 그것들을 통해 그만의 깊이를 구축한다. 앞서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이라고 언급했던데는 쉽게 달아오르지 않으면서 차분한 관찰로 사물의 본성과 삶의 근원에 가닿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의 시편들은 대개 가벼운듯 보이면서 단단한 시적 결기들을 이루고 있다.
‘절뚝거리며 걷는 남자/그가 가까이 왔을 때/등 뒤로 따라오는 슬픈 눈을 보았다’(‘햇볕이 들어온 날’)라거나 ‘뒷짐 지고 지나던 바람이 휘파람 같은 봄을 떨어뜨리고 간다’(‘말랑말랑한 감정’), 그리고 ‘조등처럼/먼지는/소리없이 흘러간다//문틈을 스쳐지나고/예민한 시간은 빈자리를 채우기에 여념이 없다/뿌옇게 부풀어 오르는 새벽 어스름/머뭇거리던 시간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한다’(‘먼지의 시간’)고 노래한다.
시인은 작가의 말을 통해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살아도 하나가 빠지면 텅 빈 계절 같은 여기 나는 그들과 함께 오늘을 채우고 있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고 간단한 소감을 언급했다.
임재정 시인은 표사를 통해 “시인의 시는 시상과 문장 사이에 뒤틀림이 없다. 이는 언어가 현상을 끄덕이거나 삼투되는 동안의 기다림을 시인이 한 발 물러나 견디고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상시의 그가 보여주는 직선적이고 도전적인 삶의 자세와 배치되지만, 반면에 그를 아는 이들이 이번 시집을 읽으며 느낄 깊이와 새로움을 상상하게 된다”고 평했다.
이번 시집에는 제4부로 구성, 일상 틈틈이 창작해온 52편의 시가 실렸다.
한영희 시인은 2014년 농촌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18년 투데이신문 직장인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했다. 현재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광남일보, "사물의 본성과 삶의 근원 들여다보기", 고선주 기자, 2021.10.6
링크 : http://www.gwangnam.co.kr/read.php3?aid=1633512715398118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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