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자연·역사…뜨거운 서정의 숨결
백수인 제2시집 ‘더글러스 퍼 널빤지에게’ 출간
조선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한 뒤 고향인 장흥 소재 거처에 머물며 창작을 벌여왔던 백수인 시인(67)이 두번째 시집 ‘더글러스 퍼 널빤지에게’를 푸른사상 시선 147번째권으로 펴냈다. 고향 집이 자리 잡은 전남 장흥에서부터 두만강 건너까지 시인의 시선은 무한하게 펼쳐져 나간다.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 이야기는 물론, 자연과 역사를 노래하는 시편들에서 뜨거운 서정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표제로 쓰인 더글러스 퍼는 일반 주택 현장에서 사용되는 목재로, 새로운 거처를 마련하며 몸과 생각, 시간을 한꺼번에 누일 개념으로 치환해 구사한 듯 보인다. 널빤지는 판판하고 넓게 편 나뭇조각을 말한다. 자신의 삶에서 비바람을 막아주고, 안과 밖의 경계를 구분짓는 가림막같은 의미일 터다. 어쩌면 대학교수라고 하는 사회 리더로서 살아온 그에게 삶의 외풍은 미미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시인의 길로 나선 그에게 시적 외풍은 작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상처와 외로움으로 그의 심지에 남는 듯하다.
‘가슴에 사무친 멍울/그 멍울 위에 덧씌운 또 하나의 멍울이다//삶의 고갯마루 오를 때 내뱉는 한숨/그 한숨 위에 겹치는 한숨 덩이다//겨우 아물었던 상처가 덧나서 곪아 터진 아픔/그 세월 견뎌낸 흉터다’(‘옹이’ 일부)라거나 ‘세상의 외로움 여기 다 모였네/외로운 사람끼리 등 기대고/작은 마을 이루고 있지만//…중략…//이 투명한 영혼들/한 점 바람결에도/어디로 날아갈지 몰라/은하의 어느 고독한 별나라에 사뿐히 앉을까 몰라’(‘민들레 홀씨’ 일부)라고 노래한다.
이어 ‘감나무 마른 가지 같은 아버지의 한 생애를 양지바른 산 중턱에 묻어두고 터벅터벅 돌아왔다’(‘아버지의 방’ 일부)라고 아버지를 회상한 시인은 ‘아버지의 가지산’과 ‘아버지의 일기장’ 연작, ‘아버지의 손목시계’ 등 사부곡의 감상을 느낄 수 있는 시편과 울란바토르를 비롯해 광동대협곡, 터키, 몽골 설원 등의 해외 여정의 감상을 담은 시편 및 통일을 염원하는 그리운 금강산과 두만강, 5·18을 상기시키는 오월의 분수대 등도 눈에 들어온다.
광남일보, "가족·자연·역사…뜨거운 서정의 숨결 백수인 제2시집 ‘더글러스 퍼 널빤지에게’ 출간", 고선주 기자, 2021.9.29
링크 : http://www.gwangnam.co.kr/read.php3?aid=163290667239760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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