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국난기의 사건과 인물로 보는 대구 이야기…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까지 대구의 몸부림
기자 출신 저자 지역신문 토대 서술
100년 전 코로나·삼성 초기史 등 소개
'대구의 별칭' 탐색작업으로 책 펴내
일제강점기~해방공간~6·25전쟁 시기 사건과 인물을 이야기하며 사실에 근거해 대구의 비사를 다뤘다. 대구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저자는 책을 쓰면서 과거에 보도된 영남일보를 비롯해 지역신문을 샅샅이 뒤졌다고 했다.
저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1945년 10월에 창간한 영남일보는 이듬해 남선경제신문으로 출발한 매일신문보다 역사가 오래되었고 영향력도 훨씬 컸다"면서 "나는 매일신문 공채 출신으로 6·25전쟁 이후 입사해 70년대까지 기자생활을 했지만 투철한 기자정신을 가진 영남일보 선배들을 무한히 존경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저자가 2006년 매일신문에 '정영진의 대구이야기'를 주제로 연재(총 50꼭지)한 것에다 새로 연구한 내용(제5부 7꼭지)을 추가했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돼 있으며 대체로 보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제1부는 '일제강점기 초기 대구 풍정과 인물'이다. 반일 경상도관찰사 이용익, 대구의 친일거두 박짝때기(박중양), 문화재수탈 거물 오쿠라, 독립운동가이자 정치인인 서상일, 광복회 사건과 장택상 가문, 무오년에 덮친 스페인 독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스페인독감과 관련해 "1918년 9월부터 1919년 1월 말까지 전국에서 742만명의 환자가 나와 14만여명이 사망했다. 당시 2천만 조선인구의 약 37%가 독감에 걸린 셈이다."(42쪽) 100년 전에도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번져 고통을 겪었다는 내용이다.
국채보상운동의 불을 지핀 서상돈에 관해선 긍정적으로 서술했다. 하지만 서상돈의 국채보상운동은 동기와 과정 그리고 아들 친일파 서병조에 이르기까지 비판적 시각이 있다.
제2부는 '항일과 굴종의 수난시대'다. 동족에 배반당한 장진홍 의사, 대구학생과 김성칠 사건, 일제하 대구 부자들, 대구의 두 친일 문인 등을 다뤘다. 김성칠과 장혁주는 같은 대구고보 출신이지만 전자는 철저한 반일, 후자는 뼛속까지 친일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장혁주와 김문집 두 친일 작가는 광복 후 일본으로 도피했다."(82쪽)
제3부는 '해방공간의 혼란과 좌절'이다. 좌우이념이 극에 달했던 시기로 10월항쟁 전후 대구지역사를 꼼꼼하게 다뤘다. 백기만과 백기호, 화가 김용준, 박정희와 김창룡 등의 관계에 관해 썼다. 1946년에 닥친 콜레라 전염병과 '대구6연대 반란사건'이 흥미롭다. 같은 맥락의 여순사건도 '반란사건'이었지만 진화위 등에 의해 현재 '여순사건'으로 명명된다.
제4부는 '분단과 전란에 찌든 시대상'을 이야기한다. 이호우와 이문구·최정희의 피란 시절, 보도연맹 강제가입, 전시에 설립된 상고예술학원, 영남일보 이목우 기자의 피란과 언론 일생 등이 눈길을 끈다.
제5부는 '혼돈 속에 자아 찾기 몸부림'으로 달성공원 상화 시비의 유래, 김수환 추기경의 언론인 시절, 야도에서 여도, 보수도시가 된 대구 등이 흥미롭다. 특히 최근 이건희 미술관 대구 유치와 관련해 대구에서 뿌리 내려 뻗어난 삼성 그룹에 관한 이야기가 재미있다.
저자는 "대구(大丘), 달구(達丘), 달구벌(達句伐)로 불리기도 했던 대구(大邱)의 지명 변천사만큼 대구를 상징해온 별칭도 많았다. 소수나마 일제하에 치열했던 항일도시, 긴 역사의 약령시 도시, 미 군정 하에 붙여졌던 폭동(항쟁)도시이며 조선의 모스크바란 비아냥부터 6·25 때의 군사도시, 피란도시, 사수도시, 1950년대 후반의 야당도시, 데모도시, 그 이후의 정치도시, 여당도시, 보수도시가 모두 그것…, 또 교육도시, 문화도시에 가끔은 인물도시, 미인도시로도 불렸고 특화산업에 빗대어 능금도시, 섬유도시로 지칭되기도 했다. 이 책을 엮은 뜻 역시 이 모든 '별칭 대구'에 대한 탐색 작업의 일환임을 알아줬으면 싶다"고 했다.
영남일보, "[신간] 국난기의 사건과 인물로 보는 대구 이야기…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까지 대구의 몸부림", 박진관 기자, 2021.6.4
링크 :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10603010000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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