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문학(시), 청소년문학
열일곱 살 아란야
김은정 지음|청소년시집 5|134×214×13 mm(하드커버)|144쪽|12,000원
ISBN 979-11-308-1766-8 43810 | 2021.2.1
■ 도서 소개
시와 함께 성장하는 열일곱 살 청춘들의 함성
김은정 시인의 청소년시집 『열일곱 살 아란야』가 푸른사상사의 <청소년시집 5>로 출간되었다. 성장통을 겪고 있는 열일곱 살 푸르디푸른 아이들을 향한 시인의 애정이 담긴 시집이다.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이 지은 작품들을 액자식으로 구성하여 청소년들의 내면을 한층 깊게 들여다보았으며, 교실과 교정 풍경이 담긴 사진을 곁들여 생동감을 더했다.
■ 시인 소개
김은정
경남 사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하였다. 1996년 『현대시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국립경상대학교 사범대학 사회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연암 박지원의 풍자 문학에 나타난 정치적 상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국립경상대학교에서 강의하였다. 시집으로 『너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일인분이 일인분에게』, 학술서로 『연암 박지원의 풍자정치학』 『상징의 교육적 활용-미란다와 크레덴다』가 있다. (E-mail:bornkej@naver.com)
■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생애 최초의 시
활활 청춘 / 잉크 / 선문답하는 교실 / 디오게네스를 생각하는 아침 / 감사합니다! / 생애 최초의 시 / 족적 찬가 / 스스로를 응원하는 시간 / 졸음 수업
제2부 마음속으로 대차게 장대높이뛰기
울타리를 넘어가는 소년 / 키 컸으면! / 배움의 소년 / 봄날 / 무아를 알아 가는 시간 / 이삭 거두기 / 한가위 풍경화 / 민생
제3부 맨발의 청춘이 연주하는 우주 피아노
찬란한 순간 / 꿈꾸는 풍등 / 성장통의 시간 / 선물 / 할아버지의 마술 / 방파제 소년 / 천리안 체험 / 금족령 / 소년의 바다
제4부 울창한 마법의 숲을 지닌 등대
어버이 은혜 / 냉대 기후와 한대 기후 구별법 / 효자천하지대본 / 무대 / 고매한 목적 / 비 오는 날의 꿈 / 살아남은 자의 칩 / 노래가 보슬보슬 / 급류 / 달의 제자 / 5월 15일, 선생님께
■ 작품 해설:별들의 선사, 그 진경 심상의 시_김은정
■ 시인의 말
하늘은
스스로 높이는 자를
높입니다.
■ 작품 세계
학교는 공식적인 사회화 기관입니다. 그리하여 이 공교육 기관에서 해야 할 일, 해내야 할 일의 항목은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물론 관료 조직이므로 목적 전치 현상과 소외 현상도 팽배합니다. 통탄할 일이지만, 아마 이 부분은 국가가 학교를 만들어 관리하고 경영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발생한 문제점일 것입니다. 지적하느냐, 모르는 척하느냐, 복종하느냐 등등의 취향에 따라 다르게 통계가 나올 뿐이지요. 이 속에서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인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도 생각이 있긴 하지만, 주체로 혹은 객체로 들락날락하면서 복잡한 인정 투쟁에 참여하여 승자가 되거나 패자가 되거나 하는 중입니다. 자의든 타의든 현대 사회의 통과 의례 같은 학업을 생략하고 시민성을 배양한 성인으로서의 국민, 주권자가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함께하는 스트레스 또한 이중성을 갖습니다. 성장의 원동력이거나 포기와 퇴행의 계기가 됩니다. 이즈음은 신체도 몸살감기, 정신도 몸살감기를 앓습니다. 이런 증세를 이겨 내면 아픈 만큼 성숙해지지만 이겨 내지 못하면 낙인과 더불어 낙오자가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중략)
시와 함께하는 삶은 건강합니다. 시와 함께 성장하는 소년은 강건합니다. 시가 아니라도 자신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은 있습니다. 시가 아니라도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살피는 여유는 있습니다. 하지만 시는 시를 만난 이에게 은유와 상징의 세계를 머금고 살 수 있는 차원을 터득하게 합니다. 자기 자신을 바로 보고 자기 자신을 응원하는 법을 스스로 알아내게 합니다. 자기 자신을 자기 자신의 스승으로 삼도록 하면서 자기 자신의 심연에 닿게 합니다. 시는 시를 쓰는 이를 높이면서 비밀을 속삭입니다. ‘천 년을 보고 살아라!’ 합니다.
■ 추천의 글
이것은 특이하다. 또 이것은 대단하다. 이것은 흔한 시집들의 오랜 구성을 무시한다. 어쩌다 1980년대 민중 문학 노선이 빌려온 집체 문예를 떠올리는가 하면 거기 또한 걸맞지 않다. 또 그 무렵 시도되었던 형태 파괴의 시들도 떠올려 준다. 시인 자신의 시와 시인이 가르치는 17세 앞뒤 청소년의 정규 수업에 내놓은 학생 시편이 임의로 배치되어 하나의 동굴 음향을 울려낸다. 전례 없는 종합이다. 여기에다 시인 자신의 작품과 작품론을 우직하게 아우르고 있다. 학생 시편에 대한 성인용 품평까지 덧붙인다. 시인의 모험적인 격자(格子) 시풍이 때로 파괴력을 행사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행간에는 드문드문 고고학적 도상(圖像)마저 곁들이는가 하면 칠판 낙서도 삽입한다. 또 있다. 학생들의 한시(漢詩)와 일본어 시간의 원어(原語) 하이쿠까지 등장하는데 그 수준이 일정한 가능성을 자랑한다. 여기에 시인의 가차 없는 경구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있다. 오후 수업에 조는 학생더러 “긍정으로 조아린 머리”라 한다. “여명 같은 싱싱 파동”, “직사각형의 이성”, “마름모꼴 감성”, “발자국마다 몽글몽글” 솟는 “온천”, “얼음 우물 박차고 나오는 경칩 기운”, “비로소 열쇠처럼 보이는 것”이라 한다. 아무튼, 이것은 시가 사유(私有)의 밀실에 있지 않고 공유(共有)의 교실에 있는 것을 호언장담한다.
― 고은(시인)
■ 시집 속으로
활활 청춘
천둥벌거숭이의 힘
그대로 훌륭하다.
싱싱한 빛 바퀴 바람 바퀴 위에
아름다운 소원을 쓴 운동장 얹으니
열혈 일깨우는 신성한 불씨의 근육
사자 목소리 수염으로 타오르며 시퍼렇다.
활활 청춘!
스스로를 응원하는 시간
나를 사랑하는 노래를 부르는 자는
누가 알아주든 말든 제 갈 길을 잃지 않는다.
삼천포고등학교 1학년 임도윤은
거울 속의 자신과 대화하는 법을 알고 있다.
常人依支忹 상인의지왕
汝來崎自冘 여래기자임
大海見懼勿 대해견구물
人生海主恁 인생해주임
항상 남을 의지하려 하지 마
너에게 닥친 어려움을 스스로 헤쳐나가야 해
망망대해를 보며 두려워하지 마
인생의 주인은 바로 너야 (임도윤 작, 「망망대해(茫茫大海)」)
내가 아니면 누가 나를 지키나
망망대해는 지금부터 가야 할 새로운 무대
이글이글 눈동자 속에서 꽃불로 흘러나와
대천 허공을 향해 열망의 불화살을 쏘는 편지
나의 존엄이 나의 승화에게!
천리안 체험
어둠 속에 혼자 있을 때
곁에 아무도 없다고 느낄 때
오직 자신이 자신만을 의지해야 할 때
비로소 열쇠처럼 보이는 것들
해가 제 갈 곳을 찾아 가 버리고
그 빈자리 노을이 지면
컴컴한 밤은 찾아온다.
달과 별도 함께
하늘 위에 떠 있는 저 달은 무엇일까
저 달은 세상을 밝게 비추는 달이다.
하늘 위에 떠 있는 저 별은 무엇일까
저 별은 길 잃은 사람에게 내미는 손길이다.
골목에 빛나는 저 빛은 무엇일까
저 빛은 길고양이가 배고픔에 시달린 눈빛이다.
(박정우 작, 「무엇일까」)
깜깜해야 빛나는 것들
캄캄해야 밝아지는 것들
그 틈새를 노리는 어린 하이에나의
늘씬한 뒷다리 줄무늬에 감기는 북두칠성 별빛
열일곱 살 박정우가
야영 수련 활동에 참여해
침침한 생활관 난간에서 바라본 세상
그 사냥터 무시무시한 적막강산 칼날 같은 능선
단기 출가, 집 떠나와 깨닫는다.
자기 자신이 자기 자신의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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