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공연예술, 한국무용
춤추는 럭비공 : 춤꾼 안은미, 춤의 정거장
전형재 지음|푸른사상 예술총서 23|153×224×21 mm|368쪽
27,000원|ISBN 979-11-308-1718-7 93680 | 2020.11.20
■ 도서 소개
한국 현대무용의 새로운 패러다임, 안은미의 모든 것
공연예술 연구자인 전형재의 『춤추는 럭비공 : 춤꾼 안은미, 춤의 정거장』이 <푸른사상 예술총서 23>으로 출간되었다. 저자는 독창적 아이디어와 창조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춤 세계를 구축해 우리나라 무용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현대무용가 안은미의 ‘춤작가’로서의 특성과 의미를 섬세하게 고찰했다.
■ 저자 소개
전형재
경기대학교에서 공연예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서일대와 경인여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극단 ‘고래’의 단원으로 27년째 연극을 하면서 60여 편의 연극에 출연했으며, 몇 편의 희곡을 쓰고 공연하였다. “재현은 모방이 아니라 사건의 새로운 제시”라는 아르토(Antonin Artaud)의 말을 공연으로 실천하고 있다. (E-mail:actorjun@hanmail.net)
■ 목차
■ 책머리에
제1부 서론
제1장 왜 안은미의 춤이어야 하는가?
제2장 한국의 ‘춤작가’ 연구 어디까지 왔나?
제2부 안은미의 춤 세계
제1장 춤꾼 안은미의 시작
제2장 안은미 춤의 정거장
1. 춤을 찾아서 <사막에서 온 편지>
2.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 <하늘 고추>
3. 미니멀한 움직임과 물화된 육체성 <Let’s go>
4. 너희가 막춤을 알아-커뮤니티 댄스
제3부 안은미 춤의 수행적 특성
제1장 수행성의 개념과 수행적 공연의 주요 전략
1. 신체적 공동 현존이란?
2. 공연에서의 물질성-몸성/육체성
3. 미학적 경험-지각의 급변과 의미의 창발
제2장 안은미 춤의 특징적 사례들
1. 춤의 B급 마이너리티
2. 몸과 영상이 만나는 춤
3. 춤에서의 언어 사용과 자기 이야기하기
4. 아방가르드와 키치의 경계
5. 가슴을 풀어헤친 <新춘향>
6. 춤의 야단법석-커뮤니티 댄스 프로젝트
제4부 결론
결론 ‘춤꾼’이자 ‘춤작가’ 안은미
■ 안은미의 주요 작품 목록
■ 참고문헌
■ 찾아보기
■ 출판사 리뷰
독창적 아이디어와 창조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춤 세계를 구축하며 우리나라 무용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현대무용가 안은미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저자는 1986년 <씨알>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무용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안은미의 춤을 시기적으로 분류하여 연구한 결과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현대무용의 품위를 훼손했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무용계의 기존 관행과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자신만의 견고한 작가정신을 지켜온 안은미의 춤작가적 경향은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한국 현대무용을 주도하고 있는 안은미를 연구함으로써 작가론 연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 무용계의 현실도 지적한다.
1부에서는 한국 무용계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며 ‘춤작가’의 개념을 논의한다. 2부에서는 안은미 춤과 내용에 변화가 있었던 시기에 따라 그의 행보를 4개의 정거장으로 나누어 면밀히 고찰했다. 대학 졸업 후 다양한 매체에 자신의 춤을 선보였던 첫 번째 정거장, 시립예술단체의 예술감독으로 있으며 각종 공연과 행사를 치른 두 번째 정거장,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을 사임하고 전통적 소재를 패러디하여 춤의 확장을 병행하던 세 번째 정거장, 2010년 ‘안은미컴퍼니’를 설립하여 커뮤니티 댄스에 집중한 시기로 분류할 수 있다.
3부에서는 안은미 춤의 수행적 특성을 통해 그의 공연에 나타나는 예술적 특징과 연출전략을 살펴보았다. 그는 실험적이고 도발적인 공연을 통해서 자신만의 춤 세계를 확장하여 대중과의 소통을 이루어낸다. 아울러 정형주의와 엄숙주의로 점철된 한국 현대무용의 경계를 지우고, 대중들에게 친숙한 소재와 방식을 통해 현대무용의 표현 범위를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 책머리에 중에서
극장 안은 이미, 자동차 안에서 별 기교도 없이 엉성하게 촬영된 듯한 자연 풍경들이 쉼 없이 돌아가고 루틴과도 같은 오프닝 멘트도 없이 한 여자가 그 영상을 배경으로 겅중거리며 걸어 나왔다. 공연의 시작이었다. 붉은 저고리에 노란 치마 한복, 파마 가발을 쓴 안은미.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했다. 이어서 안은미컴퍼니의 전문무용수들이 시골 오일장에서나 볼 수 있는 촌스러운 주름치마에 꽃무늬 스웨터를 입고 어지럽게 움직였다. 뛰다가 구르고, 기는 듯 흐느적거리다 꿈틀대고, 경련이 인 듯 사지를 떨고. 이게 춤인가 싶었다.
다음 20분 정도는 미리 촬영된 할머니들의 춤 영상이다. 장소 불문, 이유 불문, 그냥 흔든다. 이름하여 막춤. 그 흔한 뽕짝 메들리도 없이 극장 안은 말없이 춤 영상만 돌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극장 안은 어느새 관객들의 웃음소리로 채워졌다. 그 춤을 보고도 어찌 웃음이 나오지 않으랴. 나도 웃었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부터다. 공연에 관한 꼬투리라도 잡아보려던 독기어린 눈은 흐물거리며 무장해제 되었다. 이것은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춤의 울타리를 넘어선 것들이었다. 그러면서 기억의 저장고, 심연의 바닥을 차고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알 수 없는 기억의 똬리가 나의 신경세포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중략)
안은미는 초창기 공연(데뷔)부터 현재까지 놀라운 창작 능력을 보여주며 비교적 다작(多作)을 해온 ‘춤작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안은미 춤의 시기적 분류를 통해 40여 개의 작품을 주요 논의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논의의 시간적 범위를 따진다면 안은미가 춤을 시작한 1986년부터 이 책의 연구 시점인 2017년까지이다.
■ 책 속으로
작가(作家)의 언어적 의미가 집을 짓는 사람이라면, 춤작가는 춤으로 자신의 집을 짓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춤작가는 독창적 아이디어와 창조력으로 자신의 농축된 춤 세계를 지어야 한다. 여기에는 기존의 안무 기법에서 벗어난 자신만의 개성을 갖춘 창작 춤 아이디어가 필요하며 그에 따른 작가적 인식과 통찰력이 요구된다. 그럴 때 춤작가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고 단순히 춤의 형태를 디자인하는 안무가와도 차별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설명만으로 ‘춤작가’를 이해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으며 본격적인 춤작가론을 위해서도 무용계의 공통된 의견 수렴과 논의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로 이 책에서 논의되는 ‘춤작가’란 용어는 논의의 대상인 안은미의 공연과 그가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는 춤의 ‘실험정신’, ‘창작의 고유성’에 대한 작가적 상황을 반영한 용어이다. (20쪽)
지금까지 안은미가 보여준 춤 세계는 그를 ‘춤작가’로 부르는 데 주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안은미의 춤은 초창기부터 열광적인 팬을 끌어모으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에선, 극단적인 혹평 속에 미친 짓으로 폄하되거나 지독한 나르시시즘으로 평가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의 젊은 시절 춤에 대한 파격적 실험과 도전이 한국 현대무용의 표현영역 확장에 기여했음은 틀림없어 보인다. 따라서 그의 춤은 이제 하나의 가치와 철학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때로는 그 이해가 안은미의 춤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더는 파격이나 도발적 움직임으로 전해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그의 춤은 항상 예술적 경향과 대중의 기호를 서너 걸음 앞에서 안내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후 안은미 춤의 흐름이 또 어떻게 변화할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안은미가 우리에게 보여줄 춤에 대한 즐거운 상상과 기대를 더욱 높여주는 이유라고 할 것이다. (338~3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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