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경 시인 첫 시집, ‘장생포에서’ 출간
가족과 이웃 사랑, 노동 인식, 역사의식, 정치 참여는 '사회학적 상상력'의 산물
[울산저널]이동고 기자= 황주경 시인의 시집 『장생포에서』가 <푸른사상 시선 118>에서 출간됐다. 이 시집에 나타난 가족과 이웃 사랑, 노동 인식, 역사의식, 정치 참여는 사회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개인과 전체의 상황 관계를 인식할 뿐만 아니라 현재 상황으로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시인은 전태일 열사의 분신을 비롯해 제주 4·3항쟁, 세월호 참사, 5·18광주민주화운동, 촛불혁명 등의 역사를 재인식하며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제시해주고 있다. 2019년 12월 30일 간행.
‘추천의 글’은 백무산 시인이 썼다.
황주경 시인의 시에는 언제나 자연 상태에서 ‘방목’되었던 성장기에 형성된 자연서정이 짙게 깔려 있다. 놀라운 것은, 그 시기에 형성된 무구한 세계의 원형이 긴 세월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훼손 없이 그대로 간직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화하거나 절대화하여 신화를 만들지도 않고, 상실과 회한의 회고적 비애로 엄살을 떨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현재적 삶에 주눅들지 않고 날것으로 병존시키고 있다. 현실의 부조리에 맞서 싸우고 도시적 삶의 곤고함과 고통을 마주하는 일이 일상인 시인의 내면에서 이처럼 투명한 세계가 간직되어 있다는 것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시인에게 있어서 현실은 영원히 타협 불가능한 파멸적 상황이다.
장 자크 루소가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 자유로웠으나 인간 사회의 도처에서 억압의 사슬에 얽매여 있다고 했던 것과 같이 시인의 길은 루소의 길과 닮아 있다. 이것은 변화의 힘들이 무엇을 ‘구축’하는 일보다 먼저 ‘회복’해야 하는 일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상이 종종 또 다른 야만을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경계다. 자칫 시인의 시들이 소시민적 삶의 정서에 기대어 있다고들 할 것이나, 그것은 본질이 아니다. 쇠를 이길 수 있는 풀의 부드러운 강인함이 황주경 시인의 시 정신이다
그의 작품 세계를 해설한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평론가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현재 상황이 사회 구조 및 환경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 이유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매우 복잡하고 전문화되어 있고 급변하기 때문에 한 개인이 이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를 간파할 만큼 지식와 정보를 갖출 시간적인 여유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맹문재 평론가는 밀즈(Charles Wright Mills)의 『사회학적 상상력』을 인용하면서 “밀즈는 사회학자들이 거대담론에 매달려 사회 현실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기에 “담론에 집중하기보다는 경험의 현실을 중시해야 한다고 보았다”고 말했다. 또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체를 살펴봐야 하듯이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분을 살펴봐야 했다고 밝혔다.
사회학적 상상력은 이와 같은 상황을 극복하고자 개인과 사회 및 역사의 관계를 인식하는 것이라며 사회학적 상상력은 “가장 개인과 관계가 없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생된 변화로부터 인간 자신의 가장 개인적인 특징까지의 범위 및 서로간의 관계들을 살펴볼 수 있는 능력”이라설명했다.
황주경 시인의 작품들에 나타난 가족과 이웃 사랑, 노동 인식, 역사의식, 정치 참여는 바로 이와 같은 사회학적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맹 교수는“우리 시단에는 시가 사회학적 상상력을 추구하는 것을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하지만 시인의 작품이 실존 상황이나 역사 상황을 담아내지 못했을 때 그 한계가 더욱 크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필요가 있다” 면서 “생명력이 강한 작품일수록 사회학적 상상력이 크다는 것은 진리에 가깝다.”고 했다.
맹문재 평론가는 “황주경 시인의 시는 사회학적 상상력을 추구해 자아와 세계 사이의 관계를 깊게 인식함으로써 보다 주체적이고 역사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라 평가했다.
다음은 황주경 시인의 말이다.
무릇 꽃이란 식물의 생식기.
종족 보존이라는
세상 만물의 지상과제를 위한 마지막 선물, 꽃.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은
피지 못한 꽃들이 무참하게 꺾이는 일.
반역과 광기의 시간……
바람이 연주하는 마두금에 맞춰 슬픈 조가를 부르며
가엾은 영혼을 위로하는 시인이란 이름의 사람들.
가장 먼저 울기 시작해서
가장 늦게까지 우는 시인이 되고 싶었던 나는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아직 다 울지 못했다.
■ 시인 소개
경북 영천 산골에서 태어나 청년기까지 방목되었다. 울산대학교 대학원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했다. 2005년 『문학21』 문학상, 2012년 『문학과 창작』 신인상을 받아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사는 동안 늘 노동·시민·문화패 언저리를 기웃거렸으며 현재 울산광역시 연설 보도기획 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다. (E-mail : tm00191@korea.kr)
울산저널, 황주경 시인 첫 시집, ‘장생포에서’ 출간, 이동고 기자, 2020.01.06
링크 : http://www.usjournal.kr/news/newsview.php?ncode=1065613045371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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