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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간행도서

신동원, <다시 첫사랑을 노래하다>

by 푸른사상 2019. 3. 19.






다시 첫사랑을 노래하다 

 

신동원 지음|푸른사상 시선 99128×205×10 mm|148|9,000

ISBN 979-11-308-1415-5 03810 | 2019.3.20.


■ 도서 소개


푸른빛 가득한 자유를 꿈꾸며


신동원 시인의 두번째 시집 다시 첫사랑을 노래하다 <푸른사상 시선 99>로 출간되었다. 시대와 삶을 아픔을 노래한 시 60여 편, 시인은 어두운 역사 속에 등불과 별빛이 되어준 존재들에 감사를 표한다. 여전히 춥고 쓸쓸한 세상이지만 겨울이 지나 봄이 오듯 민들레꽃 노랗게 피어나는 봄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 목차


■ 시인의 말

 

1

 / 꽃과 밥과 칼 / 목련꽃 지는 아침에 / 다시 꽃처럼 웃는 그날까지 / 부디 그대 살아남으라 / 씁쓸한 호두과자의 추억 / 겨울 / 고료 / 시를 읽으며 / 봄이 온다 / 평양냉면 / 판문점선언 / 도보다리,  / 하늘의 별이 내려온 듯 / 광장의 봄 / 오는구나

 

2

선운사 /  / 지리산 가는 길 /  / 미황사에서 / 황색 가을 / 겨울과 봄 사이 / 시인학교에서 / 바람 불어도 꽃은 피더라 / 춘삼월, 눈 내리다 / 여자 / 어느 가을, /  / 겨울과 봄 사이 / 다시 첫사랑을 노래하다

 

3

나의 시 / 춘래불사춘 1 / 춘래불사춘 2 / 그해 여름 / 날개 / 낙타를 위하여 /  /  /  / 봄날 / 변비 / 우기 / 장마전선 / . . .  / 투병기 1 / 투병기 2 / 서울 흐림, 가끔 비…… 그리고 안개 짙음

 

4

봄을 도둑맞다 / 1 / 그날 이후 / 그가 나를 보고 있다 / 꽃이 진다 / 무의미의 날들이 가고 있다 / 강변역 카페 타임에서 / 첫눈 / 물푸레 같은 영혼이 지다 / 첫눈이 내리니 / 전쟁 같은 겨울이 / 김규동 선생님 영전에 / 헌화를 하며 / 누군가 저 빗속에서 울고 있나 보다 / 4월 저녁에

 

■  작품 해설단재(丹齋)의 시학 - 맹문재


■ 저자 소개


신동원

1986 민의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오늘은 슬픈 시를 쓰고 싶다, 동인지 80년대 1, 2 등이 있다. 한국작가회의 간사, 여성분과위원회 간사 등을 맡았으며, ‘80년대 동인 활동을 했다.

 

■ 시인의 말

 

얼마 전 오래된 소파를 바꿨다.

 10년을 함께한 소파를 떠나보내자니 아쉬우면서도 시원

섭섭한 마음이다.

 

실로 오랜만에

두 번째 시집을 엮는 느낌도 같다.

 

오랫동안 함께한 시들을 세상 속으로 떠나보내자니 조금은

홀가분하면서도

오랜 숙제를 마친 듯한 마음이다.

 

어두운 세월 늘 곁에 함께한 시는 삶을 견디는 희망이자 힘

이었다.

위로이자 친구였다.

 

이제 모두가 꿈꾸던 세상이 되고

다시 작품집을 선보이게 되니 두렵고 설레는 기분이다.

 

이런 기회를 준 푸른사상사와 지인들에게 감사드리며

다시 첫사랑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노래하련다.


■ 추천의 글

 

그의 시는 처음에는 마른 바람소리가 나는 듯했는데 이내 시가 되지 못한 울음 소리들로 몰려왔다가 백만 개의 촛불이 빛났던 아름다운 역사와 통일로 가는 길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그러한 길 위에서 시가 오지 않는 시간이나 시를 쓰고 있는 동안에도 시인은 온몸이 젖도록 울었을 것이다. 세상을 향한 울분과 분노, 눈물과 슬픔은 시편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데꽃과 밥과 칼」「」「날개 등의 시편에서 잘 드러나 있다. 남도 해남 땅끝마을에 가면 아름다운 절집 미황사가 있다. 세상의 부조리와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곡비처럼 울다가 세상을 떠난 젊은 시인의 혼이 머물고 있는 곳이다. 그 물푸레나무 같은 푸른 영혼에 바친 그의 시편들은 서럽고 답답하고 불온한 세상에 대한 죽비이자, 소지(燒紙)의 시이기도 하다. 신동원의 시는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진정성이 있어서 붉은 꽃 스러진 지리산 물가의 그늘처럼 아름답고, 앞으로 그의 시가 심연으로부터 뚫고 나와 샘물처럼 쏟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겨울 눈밭의 얼음새 꽃을 보듯 시를 읽는 내 마음이 기쁘다.

 나종영(시인)

 

신동원 시인이 첫 시집 발간 이후 오랜 시간을 지나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여성해방을 부르짖던 고정희 시인이 돌연 타계한 후 어느 날 한국 문단에서 사라진 그 신동원이기에 너무나 반가웠다. 오랜 침묵의 뒤끝에 그가 발견한 세상은 더 단순 명료하고 단단해진 느낌이다. 천둥번개가 사납게 그 가슴을 치고 갔을 험한 세월, 시인은 세상을 향해 처절하게 외친다. “부디 그대 살아남으라,/살아서 다시 노래할 때까지라고. 지난 시대와 삶의 아픔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시인의 시들을 보며 평범한 일상이 그리웠던 지난 시절을 떠올려본다. 한 시대의 아픔을 그렇게 호명한 신동원의 이 시집은 내 가슴에 부서지는 노을 한 자락처럼 눈부신 쓰라림으로, 우리 마음을 서럽게 갈무리하고 있다.

 이승철(시인, 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총장)

 

신동원의 시는 섬진강 댓잎에 살을 베인 것처럼 아픈 게 아니라 쓰라리다. 그러면서도 아픈 내 이마를 가만가만 짚어주는 손길 같다. “꽃 같은 아름다운 세상 밥 같은 따뜻한 세상이 올 것을 믿으며, “기꺼이 칼을 들고 싸우는 시인이고자 하지만, 세상은 쉽게 베이지 않는다. 상처가 깊어진다. 시의 속살이 섬세하게 떨린다. 문득 잠시 멈춰 뒤돌아보는 시의 눈빛이 아련하다. 그러나 가던 길 바꾸지 않고 아득히 걷는다. 영혼을 탁본하는 길이다. 시집을 닫아도 시인의 댓잎에 스치는 바람의 여운이 서럽다. 저민다.

 이산하(시인)


■ 작품 해설

 

신동원 시인이 추구하는 민주와 자유와 평화의 세계는 단재가 민족 해방으로 이루고자 한 공간이자 시간이다. 단재는 상해 임시정부가 외교론과 준비론에 치중하며 독립운동을 추구하는 것에 반대해 직접적이고 전면적인 투쟁론을 내세웠다. 비밀 결사대인 동방청년당을 조직했고, 군자금을 모았으며, 임시정부의 기관지인 독립신문에 맞서 신대한을 창간한 뒤 많은 논설을 통해 무력투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조선의 생존권을 박탈해간 일제는 강도이기 때문에 일체의 타협을 거부하고 민중이 직접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단재의 투쟁론은 준비론이나 외교론에 비해 논리적이지 않고 감정에 치우친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단재는 그와 같은 우려를 분명히 인식했다. 조국 현실을 감정적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직시하고 헌신적으로 투쟁해야만 독립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그리하여 민족의 주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피를 흘려야 한다고 판단하고 두려워하거나 주저하지 않고 칼을 들었다.

(중략)

3·1운동이 일제의 야만적인 진압으로 말미암아 조국의 광복을 이루지 못했지만 민중이 민족 운동의 주체임을 확인시켜주었다. 단재는 그 상황을 수용해 아나키즘을 독립운동의 방안으로 선택하고 확산시켜나갔다. 1923년 의열단의 요청으로 조선혁명선언을 기초한 것이 그 여실한 면이다. 단재는 선언문에서 일제의 박해를 규탄하는 것을 넘어 자유와 평등과 평화의 세상을 이루기 위해 조선 민중이 일제의 요인들을 암살하는 것은 물론 폭력적으로 대항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일제는 제국주의 국가들이 침략전쟁에서 내세운 사회진화론을 토대로 조선을 식민지화했다. 사회진화론은 인간 사회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경쟁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적자생존(適者生存)은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강자와 약자 간의 경쟁을 통해 인류의 역사는 발전한다는 것이다. 일제는 이와 같은 논리를 적용해 조선에 대한 침략 전쟁과 식민지 정책을 합리화했다. 단재는 적자생존, 약육강식 등을 당연시하는 일제의 사회진화론에 맞서 아나키즘을 수용했다. ()의 진화에서 중요한 요소는 사회진화론에서 주장하는 경쟁이 아니라 협동이라고 보고 상호부조를 내세운 것이다. 인간 세계에서 상호부조란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것이라고 파악하고 자발적인 결사체를 중시했다. 그리하여 상호부조를 근거로 일제에 맞서는 폭력을 추구했다. 일체의 독립운동이 봉쇄당했던 상황에 맞서 자유와 평등과 평화의 세계를 마련하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민중들과 함께 투쟁한 것이다.

신동원 시인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자본주의에 맞서 촛불 연대를 추구하고 남북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통일의 노래를 부르는 것은 단재의 민중 투쟁을 계승한 면으로 볼 수 있다. “독립하게 독립하게/어서어서 독립하게//자유하게 자유하게/어서어서 자유하게”(독립자유의 노래)라는 단재의 노래를 기꺼이 칼을 들고 싸우는 시인이”(꽃과 밥과 칼) 되어 잇는 것이다. 결국 시인은 민중과 함께 민주와 자유와 평화의 세계를 이루어가고 있는 것이다.

 

 맹문재(문학평론가, 안양대 교수) 해설 중에서


■ 시집 속으로

 

꽃과 밥과 칼

 

한동안 시를 잊었다

그리고 칼 같은 말들만 쏟아냈다

 

꽃같이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었는데

밥같이 따뜻한 시를 쓰고 싶었는데

눈앞의 불의와 거짓과 싸우기엔

시는 너무 약했다

 

그래서 칼을 들고 싸웠다

험악하고 분노 어린 말들을 쏟아냈다

그것이 저들의 가슴에 꽂히는 비수가 되길 바라며

 

그리고 날카로운 칼로 도려낸 썩고 병든 자리에

다시 희망이 싹트고

꽃 같은 아름다운 세상이

밥 같은 따뜻한 세상이 올 것을 믿으며

나는 기꺼이 칼을 들고 싸우는 시인이고자 한다.

 

 

하늘의 별이 내려온 듯

 

하늘의 별이 내려온 듯

아름다운 백만 촛불

 

정의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촛불

이 나라의 미래와 어두움을 밝히는 촛불

국민 하나하나의 마음과 꿈과 소망이 모여

빛나는 촛불이 되었다

 

백만 개의 별이 되었다

 

백만 개의 별보다 아름다운

백만 개의 촛불이 빛났던

이날을 역사는 아름다운 민주주의로 기억할 것이다

 

작은 촛불이 모여

정의와 진실을 바로 세운 날

 

아름다운 혁명으로 기록할 것이다.

 

 

다시 첫사랑을 노래하다

 

추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푸른빛 가득하던 그 봄날

벤치 위에 떨어져 쌓이던

라일락 꽃잎처럼

추억은 아름다웠지만

목마른 젊은 시절

첫사랑 같은 자유를 알게 된 뒤

거리에서 광장에서 깃발 아래서

자유를 노래할 때

머리 위 별빛처럼 빛났지만

 

그 거리를 떠나

그렇게 잠시 너의 이름을 잊고 살았지만

낯설고 텅 빈 이 거리

진눈깨비 내리는 겨울

추억은 내게 다가와

따뜻한 손을 내민다

사루비아 붉게 물들이던 하늘도

성난 바람처럼 출렁이던 물결도

오늘 한 점 푸른빛으로

내 기억 속에 머무는데

이제 자유는 추억 속에서만 숨쉬는가

 

그 푸른 날개의 기억들

아직도 그 시절을 꿈꾸건만

삶은 마른 꽃향기 적시는

어둡고 메마른 그림자뿐인가

그러나 추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잊히지도 않는다

푸른빛을 잃지 않는 종이처럼

다만 먼지 낀 시간들이 그 빛을 바래게 할 뿐

 

오늘 나는

먼지 켜켜이 앉은 그리움을 깨우고 싶다

아직도 펄럭이는 깃발과

눈 시리도록 푸른 5월 하늘

가슴 떨리던 입맞춤을

이 첫사랑의 거리에서 기억하고 싶다

때론 추억은 견디기 힘든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된다

때론 자유는 어둠을 밝히는

희망의 노래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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