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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뉴스페이퍼] 유순예 <호박꽃 엄마>

by 푸른사상 2018. 7. 11.




자기애에서 사회로 뻗어나간 대상애”, 유순예 시집 호박꽃 엄마출판기념회 성료

 

 

유순예 시인의 이번 시집에서는 자신을 사랑하면서 부모님과 딸, 고향의 자연을 사랑하고, 나아가 세월호 참사로 인한 희생자들과 한광호 열사 등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존재까지 사랑하는 마음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 “호박꽃 엄마출판기념회에서 맹문재 시인

 

지난 5일 대방역 인근의 여성플라자 세미나 2실에서는 호박꽃 엄마의 출판기념회가 개최됐다. “호박꽃 엄마는 푸른사상을 통해 출간된 유순예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이날 시집의 해설을 쓴 맹문재 푸른사상 주간은, 유순예 시인의 시 세계를 대상애라고 정의했다. 자기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바탕으로 가족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며, 그것을 사회적인 범위로 확장시켰다는 것.

 

유순예 시인의 대상애는 일찍이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형성된 자기애를 근간으로 삼고 있다. 호박꽃 엄마는 유순예 시인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남은 어머니가 심은 호박꽃을 보고 쓴 시,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상징이다. “쉬잇, 도둑 들라!”라며 새끼를 치마폭에 감싸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덕분에, 유순예 시인은 자신에 대한 애정을 가졌으며 타인을 치마폭으로 감쌀 수 있게 됐다. 스스로도 호박꽃 엄마가 된 것이다.

 

유순예 시인의 대상애는 실제 경험이 반영된 시 치자꽃에서 가족적 차원으로 발현된다. 행사장에서 유 시인은 이 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며 낭독하던 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치자꽃30년 전에 낳았으나 아빠 되는 사람이 나 몰래 입양을 보내찾을 길이 요원했던 딸과의 만남을 다루고 있다. 시에서 화자는 서른두 살이 되어서야 모어를 배우게 된 너에게 찾아와줘서/바르게 자라줘서/고마워 꽃아!”라며 큰 사랑을 표한다. 자신을 향하던 사랑이, 가장 가까운 피붙이이며 각별한 사연을 가진 딸을 향하게 된 것이다.

 

이어 대상애는 세월호 참사라는 우리의 비극적인 역사와 만나 그 범위를 확장시킨다. 유순예 시인은 과거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당시 광화문 광장에 나가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시를 쓴 바 있다.

 

304명을 수장시킨 그 시간에 수장은 무엇을 했는지

변명 따윈 필요 없어

성형시술을 했든 딴짓거리를 했든 상관없어

수장이 위헌을 밥 먹듯이 했으면

녹을 먹는 사람들이

국사는 뒷전이고 뒷돈이나 받아 처먹었으면

우리가 든 촛불들은 유유히 번지고 번져서

너와 네 측근들을 모조리 불태워버릴 것이야

 

-탄핵촛불일부

 

탄핵촛불에서 유순예 시인은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304명을 언급하며,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변명 따윈 필요 없다고 단호한 분노를 보인다. 이는 유순예 시인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대상애의 시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유순예 시인에게 세월호 희생자와 30년 전 타의에 의해 헤어졌던 딸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관심을 갖고 바라봐야 할 애정의 대상이며, 치마폭으로 감싸고 싶은 새끼이다. 그렇기에 유 시인의 분노는 솔직하고 직접적이다.

 

유순예 시인의 대상애의 시각에서 볼 때, 세상의 모든 아픈 일들은 절대로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타인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으며, 때문에 이 사랑이 타인을 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출판기념회에 참여한 강민 시인은 광화문 촛불혁명 때 처음 알게 된 유순예 시인은, 그 추운 날씨에 매일같이 광장에 나와 작가회의 천막을 지켰다.”며 유 시인은 사회의 문제점을 외면하지 않고 온몸을 던져 시를 썼다.”고 이야기했다.

 

행사를 끝마칠 무렵, 맹문재 주간은 이렇듯 대상애로 나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시인들이 지향해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며 유순예 시인의 대상애에 대한 지향이 앞으로 더욱 큰 성과를 낼 수 있길 응원한다.”고 전했다.

 

이날 호박꽃 엄마출판기념회는 많은 문인들의 참여 속에서 끝을 맺었다. 유순예 시인의 자기애를 바탕으로 한 정감 어린 시선이, 시를 통해 우리의 삶 곳곳으로 번져나가길 기대해본다.

 

- 뉴스페이퍼, 육준수 기자, 2018.07.10.

링크: http://www.news-pap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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