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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울산저널] 조동일, 이은숙 <한국문화, 한눈에 보인다>

by 푸른사상 2017. 11. 16.

 

 

 

<백태명의 고전 성독> 살아도 학문으로 살고, 죽어도 학문에서 죽으니

 

이제 <순자> ‘권학편이 끝이 났다. ‘권학편의 분량은 <순자> 전체의 대략 50분의 1 정도이다. 그런데도 끝까지 읽기가 벅차다. 다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명쾌하지 않다. 지행합일을 중요시하는 동아시아 학문 전통 때문일 것이다. 다시 읽고 또 읽으며 실천하면서 내면화할 때 그 주장의 실체가 드러나리라.

 

권학편의 끝에 학문의 순수함과 온전함을 강조했다. 순수함은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이 일치해야 한다는 뜻이다. 온전함은 경전을 암송하고 사색하여 뜻을 깊이 알고 스승의 가르침에서 실천의 근거를 찾아 마음을 바르게 하고 어떤 외부의 압력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아 학문을 완성하는 것이다. 순수하고 온전한 학문은 마음과 행동에 빈틈이 없는 경지로 이끌 것이다.

 

다음부터는 책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조동일, 이은숙 공저로 푸른사상사에서 나온 <한국문화, 한눈에 보인다>이다. 한국을 알고자 하는 외국인에게 한국을 소개하는 책인데, 우리가 먼저 읽어 대비하면 좋겠다. 문화란 다양해서 우리도 우리 문화에 대해 해박하지 못한 면이 많다. 스승인 조동일은 비교문학을 하고, 제자인 이은숙은 외국인들을 가르쳐온 경험을 살려 우리 문화의 쟁점들을 거의 다루었다. 그 중 몇 대목인 전쟁과 평화, 문명권 참여, 책봉체제, 법률관, 학구열, 선악관 등을 7언 한시로 요약 정리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덧붙여 오늘날 온전한 학문을 한 군자의 본보기로 조동일 교수에 대한 탐구가 절실하다고 본다.

 

百發失一(백발실일): 화살 백발을 쏘아 하나라도 실패하면

不足謂善射(부족위선사): 족히 좋은 궁수가 아니라고 한다.

千里蹞步不至(천리규보부지): 천리 길을 수레를 모는데 반걸음이라도 미치지 못하면

不足謂善御(부족위선어): 족히 훌륭한 수레몰이꾼이라 할 수 없다.

倫類不通(윤류불통)하고: 사회의 윤리에 통하지 못하고

仁義不一(인의불일)이면: 인의가 한결 같지 않으면

不足謂善學(부족위선학)이라: 족히 좋은 학자라 할 수 없다.

學也者(학야자): 학문이라는 것은

固學一之也(고학일지야): 진실로 학행이 일치해야 한다.

一出焉(일출언)하고: 한 번은 배운 대로 실행했다가

一入焉(일입언)이면: 한 번은 쑥 들어 가버리는 불일치는

涂巷之人也(도항지인야): 길거리의 보통사람들이고

其善者少(기선자소)하고: 그 착한 것은 적고

不善者多(불선자다): 착하지 않는 것이 많으면

桀紂盜跖也(걸주도척야): 천하에 악행을 저지른 걸주와 도척의 무리이다.

全之盡之然後學者也(전지진지연후학자야): 학문을 온전하게 하고 끝까지 닦은 연후에 학자가 될 수 있으니

君子知夫不全不粹之不足以為美也(군자지부부전불수지부족이위미야): 군자는 학문을 온전하고 순수하게 하지 않으면 족히 아름다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故誦數以貫之(고송삭이관지)하고: 경전을 자주 암송하여 그 글귀를 꿰고

思索以通之(사색이통지)하여: 경전의 내용을 사색하여 그 뜻을 관통하여

為其人以處之(위기인이처지)하고: 훌륭한 스승을 본받도록 처신하고

除其害者以持養之(제기해자이지양지): 그 학문을 해치는 것을 제거하여 자기를 기르고 지켜야 한다.

使目非是無欲見也(사목비시무욕견야)하고: 눈으로 하여금 옳지 않은 것은 보지 않게 하고

使耳非是無欲聞也(사이비시무욕문야)하며: 귀로 하여금 옳지 않은 것은 듣지 않게 하며

使口非是無欲言也(사구비시무욕언야)하며: 입으로 하여금 옳지 않은 것은 말하지 않게 하며

使心非是無欲慮也(사심비시무욕려야)하여: 마음으로 하여금 옳지 않은 것은 생각하지 않게 하여

及至其致好之也(급지기치호지야): 그 학문의 지극히 높은 경지에 이르러

目好之五色(목호지오색)하고: 눈은 오색보다 학문을 더 좋게 보고

耳好之五聲(이호지오성)하며: 귀는 오성보다 학문을 더 좋게 듣고

口好之五味(구호지오미)하며: 입은 오미보다 학문을 더 좋게 맛있게 여기고

心利之有天下(심이지유천하)니라: 마음은 천하를 소유한 것보다 학문을 더 이롭게 여긴다.

是故權利不能傾也(시고권리불능경야): 이런 까닭으로 정치적 권세와 경제적 이익이 학자의 마음을 기울게 하지 못하고

群衆不能移也(군중불능이야): 군중의 압박이 학자의 양심을 흔들지 못하고

天下不能蕩也(천하불능탕야): 천하도 능히 학자의 지조를 꺾지 못한다.

生乎由是(생호유시): 살아도 학문에서 살고

死乎由是(사호유시): 죽어도 학문에서 죽으니

夫是之謂德操(부시지위덕조): 무릇 이를 일러 절개와 지조를 갖춘 덕이라 한다.

德操然後能定(덕조연후능정)하고: 덕성을 갖춘 연후에 능히 마음이 안정되고

能定然後能應(능정연후능응)하고: 마음이 안정된 뒤에 세상에 적응할 수 있고

能定能應(능정능응)하면: 능히 마음이 안정 되고 생활이 적응이 되면

夫是之謂成人(부시지위성인)이라: 무릇 이를 일러 완성된 인간이라 한다.

天見其明(천견기명)하고: 하늘이 그 사람의 신명을 드러내고

地見其光(지견기광)하니: 땅이 그 사람의 광명을 드러내니

君子貴其全也(군자귀기전야)니라: 군자는 학문의 온전함을 귀하게 여긴다.

 

- [울산저널]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강독반 201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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