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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한라일보] 김종호 시집, <날개>

by 푸른사상 2017. 11. 3.

 

 

 

눈물나는 풍경, 그 숨소리와 향기

김종호 시인 새 시집 출간

 

'가을엔 가만히 귀를 열어/ 대지의 이야기를 들을 일입니다.// 숲은 결연히 침묵을 준비하고/ 길 떠나는 새들의 노래와/ 나무들의 붉은 눈시울과/ 사위는 잎들의 몸 비비는 소리와/ 벌레들의 등껍질 위로 내리는/ 아직 포근한 햇살과//사랑, 그 이유로/ 들판 너머 먼 끝으로/ 달려가는 소리, 소리들'('가을에'중에서).

이 가을, 슬픔을 잠시 내려놓고 바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라는 제주 애월의 김종호 시인이 시와 그림을 나란히 풀어놓는다. 다섯번째 시집 출간에 즈음해 첫 유화전을 연다.

새 시집 제목은 '날개'. 세월호의 아이들부터 제주4·3의 사연까지 스며있는 시집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시어는 슬픔이다. '나를 일어서게 하는 힘은/ 언제나 슬픔/ 슬픔이 아니면 무엇으로/ 사람이 아름다울 것이며/ 사람이 사람 될 것인가.'('슬픔을 방목한다'중에서)는 대목이 아니더라도 쓸쓸함, 외로움, 황량함, 흔들림 등과 어울려 얼굴을 내미는 그의 시편 속 슬픔은 꾸역꾸역 흘러가는 생을 반추하게 만든다. 푸른사상. 8800.

 

시 작업으로만 치면, 그는 2007년 등단한 늦깎이지만 그림은 다르다. 1970년 문교부가 시행한 중등미술실기교사 검정에 합격해 그 해부터 2002년까지 중등 미술교사를 지냈다. 그동안 제주미술협회 회원전에 10여차례 출품해왔지만 개인적은 연 적이 없었다. 팔순을 바라보는 지금, 개인전을 처음 펼친다.

 

이달 4일부터 8일까지 제주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이어지는 개인전엔 '애월포구', '고내해변', '돌담과 유채꽃', '밤바다' 등 제주 자연을 그려낸 유화 작품이 나온다. "자연의 숨소리를 듣고 싶고, 뿜어내는 그 향기를 맡고 싶고, 자연의 이야기를 말하고 싶을 뿐"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고향의 풍경이 그 안에 있다.

 

개전식은 4일 오후 5. 이때는 시집 출판 기념 북사인회도 이뤄진다. 문의 010-9838-1285.

 

- [한라일보] 진선희 기자 20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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