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책을 읽으면 왜 뇌가 좋아질까? 또 성격도 좋아질까?』
[독서신문]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의 도서관이었다. 하버드대학 졸업장보다 더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다”라고 말한 이는 독서광으로 잘 알려진 빌 게이츠다. 페이스북 창립자인 마크 저커버그도 독서의 중요성을 말한다. “책은 오늘날 어떤 미디어가 하는 것보다도 더 주제를 깊이 탐구하고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디지털 문명을 이끌고 있는 이 두 사람의 독서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대체로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정보를 검색하고 수집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이 정보들은 대부분 단편적이고 분편적인, 이른바 토막 지식이다. 한결같이 경박하고 얄팍하다. <6쪽>
이러한 경박한 정보는 인간성마저 피폐하게 만들까 우려된다. 인터넷이 인간의 정신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옥스퍼드대학 신경과학자 수진 그린필드는 “인터넷이 촉진시키는 정신의 변화는 뇌를 유아적인 양식으로 작용하도록 비틀고 우리 모두를 자폐적이 되도록 압박하는 세계를 창출함으로써, 인류에 대한 그 가공할 위험성은 종에 대한 위협인 기후 변화와 비교할 만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7쪽>
국문학 교수가 뇌신경과학 섭렵, 독서효과 입증
아이가 책 읽을 때 뇌의 여러 부분이
상호작용하며 진화, 결국 머리 좋아져
어려서는 부모 함께 그림책 읽으면 좋아
소설 즐겨 읽는 사람, 사회문제 대응 잘해
독서의 중요성을 말하는 책은 많다. 그러나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뇌인지 신경과학 이론으로 독서효과를 증명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책을 읽으면 왜 뇌가 좋아질까? 성격도 좋아질까? 라는 물음에 답한 사람은 뇌과학자가 아니라 대학에서 문학과 독서이론 등을 강의한 ‘전형적인 문과형 선비’ 한상무 강원대학교 명예교수다. 한 명예교수는 최근 10년간 칩거하다시피 하며 뇌신경과학 연구 성과를 파헤치면서 독서하는 뇌의 활동성을 밝혔다. 그 역작이 바로 『책을 읽으면 왜 뇌가 좋아질까? 또 성격도 좋아질까?』이다.
3부로 나눠 뇌에 관한 일반적 지식을 소개하고, 독서하는 뇌의 작용과 독서 체험의 원리 등을 알려주면서 특히 아이의 출생부터 독서 출발기까지, 이른바 독서를 준비하는 시기 동안 아이의 뇌 발달과 언어 발달 과정을 집중 소개하고 있다.
독서의 효용성을 설명한 예를 보자. 베스트셀러 『책 읽는 뇌』의 저자 매리언 울프 교수는 “많이 읽어야 성공한다”고 말했다. “책을 읽는 아이는 눈에 들어오는 시각 정보를 양쪽 후두엽, 언어 이해에 필수적인 측두엽, 기억력, 사고력 등 인간의 고등 행동을 관장하는 좌뇌의 전두엽 부위들이 점점 빠른 속도로 상호작용하는 법을 배운다”며 “원래 서로 다른 일을 하도록 설계된 뇌의 여러 부분이 같이 진화해 결국 독서로 머리가 좋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9쪽>
그러면 독서에도 조기교육이 필요한가?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문을 나타내면서 독서의 일상적 습관화는 대체로 초등학교 시절까지 형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한다. 그렇다고 독서가 어린 시절에만 강조되어야 하는 학습행위는 결코 아니다. 특히 디지털 치매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독서는 청년기에도 매우 중요하다.
독서의 습관화에 앞서 유아·아동기에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행동은 아이의 뇌 발달을 촉진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그림책을 부모가 아이와 함께 읽으면 아이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아이의 문해력(글을 읽고 쓰고 터득하는 능력, literacy)과 뇌발달을 촉진한다고 한다. 그림은 문자 텍스트나 구어 표현을 능가해 기억하기 쉽고 중요한 정보가 잘 저장될 수 있고 잘 인출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즉, 유아·아동기에 부모가 아이와 함께 읽을 책으로는 그림이 곁들여진 그림책이 적합하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80쪽>
신경영상술로 실증적 연구에 치중한 신경과학자 스타니슬라스 드앤은 "인간이 읽기를 학습할 때는 뇌의 방대한 신경회로가 변형되고 신경회로의 변화에 따라 인간은 시각을 통해 구어 체계로 접근하는 능력을 얻는데, 이는 읽기 습득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한다.
읽기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의 경우 독서학습은 그들의 삶에서 매우 중요하고 획기적인 사건이다. 인지신경과학이 그 이유를 보여준다. 문맹자의 뇌에 비해 문해자의 뇌는 거대한 변화를 겪는데, 초기에는 대부분 뇌의 시각 영역과 음운론적 영역이 상호 연결돼 발달하면서 뇌는 문해력을 습득해 독서능력을 갖추기 시작한다. 뇌는 큰 변화를 맞으며 ‘의미’라는 독서의 핵심적이고 방대한 영역으로 발전적으로 이행하는 데 초석이 된다. <102, 103쪽>
실험에 따르면 허구적 소설의 독자들은 논픽션 독자들보다 사회적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준다고 한다. 논픽션 독자들은 정보 제공에 중점을 둔 관념적 문제에 능숙한 반면, 소설 독자들은 공감의 체험과 이해를 통해 사회적 능력이 향상되고 직면한 사회문제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232쪽>
신경뇌과학이라면 전문 용어가 나오고 매우 어려운 개념이 등장할 것 같지만 친절한 용어 설명 등이 책 읽는 속도를 떨어지지 않게 한다. 젊은 엄마들이나 청년들이 많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인문형 선비’의 뇌과학 이론 터득이 놀랍고 독서문화 진흥을 위한 노 교수의 집념이 경이롭다. 한 명예교수의 뇌 백색질(독서능력과 매우 밀접한 관계)이 어떻게 변화했나 궁금하다. 노 교수의 노고의 땀이 백색질에 빼곡할 것 같다. / 엄정권 기자
- [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2017.09.13. tastod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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