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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간행도서

송하선 시집, <몽유록>

by 푸른사상 2017. 8. 23.

 

송 하 선 시집

몽유록여든 무렵의 시편

 

140×205×14 mm(하드커버)13612,000979-11-308-1210-6 038102017.8.10

 

 

도서 소개

 

송하선 시인의 아홉 번째 시집 몽유록이 푸른사상사에서 출간되었다. 50여 년 동안 절대 서정의 아름다움을 찾아 헤맨 노시인의 일관된 시정은 여든 무렵의 시편을 모은 이번 시집에서 단순하고 소박하면서도 고아한 품격의 시심을 자신의 시문학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몽유록연작을 비롯하여 60여 편의 시는 때로 인간의 삶을 관조하고 때로 인간의 삶을 투시하면서도 영원을 지향하는 눈으로 인생과 자연을 노래하고 있다.

 

 

시인 소개

 

송 하 선 (宋河璇)

1938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전북대 및 고려대 교육대학원 등을 졸업했고, 중국문화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1현대문학에 작품을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했다. 1980년 우석대학교 교수로 부임하여 도서관장, 인문사회대학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우석대 명예교수이다.

시집으로 다시 長江처럼』 『겨울풀』 『안개 속에서』 『강을 건너는 법』 『가시고기 아비의 사랑』 『새떼들이 가고 있네』 『그대 가슴에 풍금처럼 울릴 수 있다면』 『아픔이 아픔에게, 저서로 詩人眞實』 『韓國 現代詩 理解』 『中國 思想根源(공역) 未堂 徐廷柱 硏究』 『한국 현대시 이해와 감상』 『시인과의 진정한 만남』 『한국 명시 해설』 『서정주 예술 언어』 『夕汀 詩 다시 읽기』 『시적 담론과 평설』 『송하선 문학 앨범』 『未堂 評傳』 『신석정 평전등이 있다.

전북문화상, 전북 대상(학술상), 풍남문학상, 한국비평문학상, 백자예술상, 목정문화상, 황조근정훈장 등을 수여받았다.

 

 

차례

 

서문

 

1부 소소한 행복

여든 무렵의 시편 / 저 늙은 소()/ 까치집 / 저 붉은 일몰의 순간처럼 / 산수(傘壽) / / 소소한 행복 / 몽유록 (1) / 몽유록 (2) / 몽유록 (3) / 몽유록 (4) / 몽유록 (5) / 몽유록 (6) / 안개꽃 /

 

2부 대나무처럼

달밤 / 달이 흐르는 강물처럼 / / 대나무처럼 / 독도별곡 / 머나먼 그 집 / 코딱지 풀꽃 / 양배추 꽃 / 부평초 / 흔들리는 꽃 (1) / 흔들리는 꽃 (2) / 흔들리는 꽃 (3) / 여름 한낮에 / ()와 노인 / 노년의 대응법

 

3부 학이 날으는 하늘

() / 이승을 건너는 법 / 이 바보야 / 추사의 <세한도>를 생각하며 / 무소유를 생각하며 / 늙어간다는 것은 / 학이 날으는 하늘 (1) / 학이 날으는 하늘 (2) / 곡즉전(曲卽全) / 남기고 싶은 유산 / 초승달 / 머나먼 강물처럼 / 길 잃은 양 떼 / 인연 / 정자나무

 

4부 목화꽃 여인

라일락 꽃 / 꿈인 듯 꿈결인 듯 / 주술을 하듯 / 죄업(罪業) / 덕진공원과 노부부 / 내 홀로 그댈 향해 / 모교의 교정에 서면 / 과수원과 늙은 소년 / 나목의 시 / 일본 동초옥 폭포를 보며 / 그걸 몰라 / 자화상 / 목화꽃 여인 / 저만치 거리를 두고 / 이름도 알 수 없는 풀꽃

 

발문여든 무렵 자유인이 영원을 노래하다전정구

 

 

작품 세계

 

고희(古稀)10여 년 넘기다 보면 지나온 삶이 꿈속을 거닌 듯 아련하다. 시집 제목이 몽유록(夢遊錄)인 까닭이다. 송하선 시인이 여든 무렵의 시편들을 엮어 시집을 발간한다. 한 몸 거천하기도 어려운 나이에 시를 쓰고 그것들을 모아 산수 기념 시집(傘壽記念詩集)’을 낸다는 일이 보통 사람으로 쉽지 않다.

우산이 되어줄 지혜도 없”(산수(傘壽))다고 시인 스스로 고백하고 있지만, 몽유록의 시편들을 관통하는 시심의 깊이나 그 속에 담긴 관조적인 삶의 자세를 헤아려볼 때 그렇지 않다. 그것은 겸양(謙讓)의 언사일 뿐이다. 릴케의 가을날을 읽으며 곱게 물들어가는 한 알의 과일처럼 흠결 없는 남은 생애/어떻게 곱게 늙어갈까’(여든 무렵의 시편)를 고민하는 대목이 그러한 예이다. 여든 무렵의 시편에서 노시인은 자신의 생을 아름답게 장식하려는 고아(高雅)천명(天命)의 몸짓을 보여준다.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시문학에 종사하는 것은 인생을 충실하게 살자는 데그 목표를 두어야 한다고 석정은 말했다. 생활 태도가 그 시인의 작품을 결정하는 바로미터이다. 생활에의 결의와 그 실천이 바탕이 된 시 정신의 근간은 신념에 있다. 그 신념은 지조로 통한다는 스승의 예술관(藝術觀)을 송하선은 시작(詩作)에서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실천해왔다. 절대 서정의 미를 찾아 순례한 기록들이 몽유록의 여기저기서 별빛처럼 반짝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난삽하지 않고 정갈한 서정미가 단순하고 소박한 그의 시에 넘쳐 난다. 그 속에 놀라운 삶의 지혜가 녹아 있다.

물욕을 경계하며 마음을 비우는 그 순간 텅 빈 시인의 마음에서 신성(神性)이 깃든 시 무당의 언어가 춤을 춘다. 석정과 미당이 못다 풀어 쓴 서정 미학이 자리 잡은 몽유록, 다양한 삶의 실경(實景)을 음미하고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에게 제공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시인으로 교육자로 멍에를 짊어지고 공적 인생을 마감하는 소회를 송하선 문학앨범(푸른사상사, 2004)에서 시인 스스로 피력했다. 멍에를 짊어진 소의 보법(步法)’으로 그는 변함없이 산수를 맞이한 오늘까지 살아왔다. 四壁頌의 시인 변영로처럼 그는 세상의 풍파에 휘둘리지 않으며 자신의 길을 개척해왔다. 그런 그가 정년 이후 자연과 더불어 담담하고 허허롭게 생을 관조하는 시집 한 권을 묶어낸다.

꿈속을 노니는 몽유록에는 가필(加筆)된 이전의 작품들이 배치되어 있다. 이것은 시인 자신의 시적 도정(道程)을 종합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반신수덕(反身修德)의 자세로 일이관지(一以貫之)하려는 항심(恒心)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으며, 그 항심의 이면에는 자신의 시세계의 일관성을 독자에게 재확인시키려는 간절함도 작용했을 것이다. ‘허기진 존재로서 채울 길 없는 절대고독의 그 허기를 달래기 위해 젊은 시절부터 꽃비 내리는 마을을 찾아가는 한 마리 나비의 모습이 이번 시집에서도 확인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시집 제목에 암시되었듯이, 몽유(夢遊) 속에서 시인은 미의 절정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것이 절대적인 미의 세계에서 소요유하려는 마음가짐을 버리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예술의 세계에서 늙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막다른 길에 이르면 또다시 길이 있다. 남명 조식의 유시궁도환유로(猶是窮途還有路)”(山中卽事)”가 그것이다. 나비가 되어 꿈속을 헤매며 꽃비 내리는 마을로 가는 또 다른그의 예술적 행로가 망백(望百)까지 이어질 것이다. 그리하여 미당과 석정의 예술 정신이 밑바탕을 이룬 그의 서정적 언어와 조우(遭遇)할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지기를 바란다.

전정구(문학평론가·전북대 명예교수) 발문 중에서

 

 

서문

 

나이 80세를 일컬어 산수(傘壽)’라 한다. ‘우산이 되어주는 나이라는 뜻의 말인 듯싶다. 우선 자식에게 우산이 되어주고, 가족에게도 우산이 되어주고, 나아가서는 국가와 사회에도 우산으로 상징되는 어른스런 행동을 요구받는 나이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내가 어느덧 80세가 되었다. ‘우산이 될 만한 별스런 일을 한 것도 없이, 오히려 부끄러운 나이가 되고 말았다. 되돌아보니 지나온 세월이 머나먼 강물처럼 아득히 보인다. 마치 고향집 뜰의 잠자리 날개를 떠올리듯, 지나온 이승이 오히려 저승보다 아득하다.

일제 질곡의 시대에 태어나 여덟 살 때 8·15를 맞았고, 이어서 6·25를 겪었으며, 4·195·16, 유신(維新)5·18, 민주화 운동과 세기말의 암울, 그리고 IMF의 터널 등을 용케도 견디며 살아왔다. 어쩌면 불운한 시대를 살아온 것만 같다.

 

불운한 시대의 풍경 속에 살며

결핍이 오히려 사람을 만든다는 걸

()를 만들게 한다는 걸

알았네.

 

무언가 상실한 것처럼

무언가 어디 두고 온 것처럼

무언가 허허로이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결핍, 보이지 않는 허기(虛氣)

이런 것들이 소()처럼 미련하게

한 발 늦게 살아온 이유였네.

 

그러나 이쯤 늙은 나이에

멈춰 서서 생각하느니,

 

결핍이 내게 오히려 여유를 주었고

파벽(破壁)의 상상력과 깨달음,

맑은 머리와 명상의 시간을 주었네.

 

아아, 이제 지나가는 것은 지나가는 것

영원한 시간의 흐름 속에

순간의 운석(隕石)처럼

번쩍, 내게 찾아온 상상의 시간,

 

마치 일몰의 순간을 바라보듯

지나간 어둠의 터널을 회상하는

몽유록의 시간을

내게 가져다주었네.

서시(序詩)

 

서시(序詩)’라며 써본 구절이다. 시가 되고 안 되고는 차치 하고라도 돈이 되지도 않는 이런 짓이나 하며 살아온 것이 부끄럽기만 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늙은 소년처럼 사무사(思無邪)’의 마음으로 살고 싶고, 죽는 날까지 철없는 이 짓을 되풀이할 것 같다.

어떤 이는 인생살이를 으로 산다 했고, 어떤 이는 인생살이를 소풍이라 표현한 사람도 있으며, 중국의 어떤 이는 인생살이를 소요유(逍遙遊)’라고도 했다.

아무튼 이 시집의 제목을 몽유록(夢遊錄)’이라고 정한 이유도. “꿈인 듯 꿈결인 듯 살다 가는 기록쯤으로 생각하고 붙여진 제목임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이 시집의 어느 한 구절이라도 독자들의 가슴속에 피리소리처럼 남아 있기를 기대할 뿐이다.

 

 

추천의 글

 

그의 시의 잔잔하면서도 도저(到底)한 형이상학(形而上學)들과 거기 맞추기에 무척 애쓴 흔적이 역연(歷然)한 우리말의 미학(美學). 서정주

 

깊고 그윽한 명상과 관조를 통해 이 시인은 마침내 자연과 삶과 죽음을 통합적으로 인식하는 현자(賢者)의 세계에 이르러 있음을 넉넉하게 알려주고 있다. 홍기삼(문학평론가·, 동국대 총장)

 

송하선 시인의 시세계는 소월(素月) 김정식으로부터 미당(未堂) 서정주를 거쳐 박재삼으로 이어지는 전통 서정시의 계보에 속한다. 장석주(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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