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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간행도서

송정섭 시집, <거꾸로 서서 생각합니다>

by 푸른사상 2017. 8. 16.

 

송 정 섭 시집

거꾸로 서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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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송정섭 시인의 첫 번째 시집 거꾸로 서서 생각합니다<푸른사상 시선 78>로 출간되었다. 평생에 걸쳐 경험한 세상이 시인의 내면에서 숙성되어 한 편 한 편의 시로 태어났다. 창의적이고 개성적인 문체로, 시인이 꿈꾸는 이상적인 세계와 진중한 현실 인식을 결합시키고 있다.

 

 

시인 소개

 

송 정 섭

1947년 전라남도 무안에서 태어나 천둥벌거숭이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낯선 도시의 하숙집을 전전하며 학업을 마쳤다. 어린 나이에 부모 곁을 떠나 자유분방하게 학창 시절을 보내고, 약국 문을 여는 날부터 꼼짝없는 공간에서 지냈지만 생각만은 자유로웠다. 44세에 호리병 속의 땅으로 한국문학소설 부문 신인상을, 65세에 민중문학상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차례

 

시인의 말

 

1

걱정 말게 / 거꾸로 서서 생각합니다 / 패스트푸드 / 암이 자살한다 / 곶감 / 횡단보도 / 파울볼 인디케이터 / 가위바위보 / 빚 권하는 사회 / 악어가 걸어간다 / 문페이스

 

2

구멍 / 마파람 / 바다는 처녀다 / 곡우(穀雨) / 놋숟가락 / 할미꽃 / 사람 같은 / 노욕(老慾) / 사전 MC / 낙화 / 벌새 다이어트 / 플라시보 사랑 / 보리밭 / 소나무 분재 / 아침 밥상

 

3

베란다에서 / 몸살 유감 / 빈틈 / 한 우물 / 빈집 / 담쟁이 / 문지방 / 벽장 / 안부 / 헛것이 보인다 / 보이지 않는다 / 그런 날이 있을까 / 소주병 / 분갈이 / 이중노출 / 탁란 / 꽃밭에서 / 아직도 / 손가락에게

 

4

열린 외출 / 수목한계선 / 치매 / 발인 전야 / 고독사 / 고사목 / 타프롬과 뿌리 / 아버지 생각 / 화문석(花紋石) / 대왕참나무 / 이팝나무 꽃 / 초혼(招魂) / 까치밥에 눈 온다 / 홀로세 이후 / 침묵의 여름

 

작품 해설개성적인 표현의 문체 맹문재

 

 

작품 세계

 

송정섭 시인은 창의적인 표현으로 개성적인 문체를 확립시키고 있다. 선택한 제재들에 대한 감정을 단순하게 표출시키지 않고 거리를 적정하게 유지하면서 이상 세계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사상과 이 세계의 대상들을 융합시키기 위해 성실하게 표현한다. 그러므로 그의 시 작품에 나타난 표현들은 단순한 이미지나 묘사가 아니라 현실 인식이 밀착된 것이다. 자신의 체험을 이상 세계와 연계하기 위해 감정이나 사상을 최대한 결합시킨 것이다.

따라서 그의 표현들은 형식이나 표현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표현주의와는 구분된다. 이 세계의 대상들을 단순히 그려낸 것이 아니라 새롭게 인식하고, 내적인 감정을 독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총체적으로 인식한 표현이다. 결국 문체란 사람 그 자체라고 말한 뷔퐁(Buffon)처럼, 또는 문체란 사물을 보는 작가의 독자적인 방법이라고 말한 플로베르(Flaubert)처럼 그는 이 세계를 개성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개성적인 문체로 보편적인 의미를 현현시키는 것이다.

이 세계와 개인의 내면이 분리되거나 이탈되지 않을 때 진중한 문체가 형성된다. 서로간의 토대나 지향이 달라도 배척하지 않고, 대립하거나 갈등이 있는 상태를 방치하지 않고, 방황하거나 격정에 휩싸이지 않고, 당위적인 세계를 추구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기 어려운 세계가 아니라 지극히 인간다운 세계를 지향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창조적인 세계에 발을 딛는 한 인간 존재의 온기가 여실히 느껴진다.

사상이나 감정이 정확히 전달될 때 바람직한 문체가 이루어진다. 모든 개별의 감정은 그 특수성을 잃지 않으면서 전달되어야 한다. 정확이라고 하는 것은 시인의 즐거움이라고 키츠(John Keats)는 말했다. 좋은 문체의 본질적 특질은 정확함이다. 1퍼센트의 정확함을 100퍼센트의 음악적 효과 때문에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모든 예술은 그 특질을 갖고 있기에 언어를 사용하는 예술가는 다른 매개의 도움을 청하기에 앞서 독자적인 가능성을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문체의 본질은 정확함인데, 이것은 지적인 것도 정의적인 것도 아니고 감정적 의미의 정확함이다.

송정섭 시인의 표현들은 성실성과 창의성이 확보된 개성적인 문체이다. 개인적인 사상과 이 세계의 가치를 성실하게 결합시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시 작품에 나타난 문체에는 이상세계를 지향하는 현실 인식이 내포되어 있다. 시인의 내면과 이 세계의 가치가 분리되거나 배척되거나 대립하지 않아 지극히 진중하고 인간적인 체취가 느껴지는 것이다.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해설 중에서

 

 

시인의 말

 

은평 뉴타운으로 거처를 옮기고 해마다 맹꽁이 울음소리를 듣는다.

올 장맛비에도 그 간절한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먼저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세월이다.

 

 

추천의 글

 

송정섭은 일흔이 다 되어 등단한 시인이다. 40대 초반에 소설가로 문단에 이름 석 자를 내밀었지만 30여 년이 흐른 지금 시인이 되어 첫 작품집을 내게 되었다. 소설가인 그가 무엇 때문에 다시 시인이 되었을까.

그는 자신이 경험하거나 관찰한 세상과 세상의 일들을 가슴속 저 밑바닥에 모아 곰삭혀 다시 세상에 토해놓는다. 이는 소설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작업이다. 모름지기 시인은 자신의 내력뿐 아니라, 소소한 일상사들, 반복되는 자연 현상들, 정치·사회적인 사건들까지 모두 가슴속에서 젓갈처럼 숙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송정섭은 짧지 않은 투병 생활과 시련을 극복해내면서 자연스레 내적 고통을 시적 노동으로 승화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제1회 민중문학상 시 부문 신인상을 받음으로써 시인이 되었다.

송정섭의 시들은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슬퍼하고 또 때로는 새로운 상상력으로 우리에게 시를 읽는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송정섭의 시에는 세상과의 투쟁과 대립보다는 세상 속에서 다치고 상처 입는 자아에 대한 깊은 연민들이 있다. 이것이 바로 송정섭의 시가 지니고 있는 힘이다.

유종순(시인·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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