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섹슈얼리티로 말하다
유진월 저|170×220|변형국판|296쪽|값 22,000원|
섹슈얼리티, 그 매혹의 탈주
이 책은 한국영화에서 재현되는 다양한 여성의 모습을 섹슈얼리티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산물인 영화에서 여성 섹슈얼리티의 표현은 사회적 인식의 잣대가 되는 동시에 사회와 주고받는 영향도 적지 않다. 영화에서 재현되는 여성상과 그들의 섹슈얼리티를 통해 오늘날 사회와 여성의 관계를 가늠해볼 수도 있다. 섹슈얼리티는 단일한 의미로 규정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풍성한 의미를 담고 있는데 여기서는 성적인 특성을 갖는 행위나 태도 및 이를 둘러싼 느낌이나 욕망, 실천, 정체성과 같은 측면을 포괄하는 다소 광범위한 개념으로 사용하였다. 또한 성을 사회적 역사적 구성물로 이해하는 푸코의 관점에 동의하여 섹슈얼리티가 권력관계의 산물이자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구성되며 불평등한 성별 권력을 매개하는 정치적 측면이 있음을 중시하였다.
오늘날 영화에서 재현되는 여성들은 새로운 섹슈얼리티를 추구하고 때때로 과감하게 이를 드러낸다. 그러한 욕망은 위반을 낳고 위반은 탈주로 이어진다. 그들은 정상과 비정상, 이성과 감정, 받아들여지는 행동과 배척되는 행동 등 경계로부터의 탈주를 통해 대립되어 있다고 상정되는 세계를 넘나든다. 이러한 행동은 표준화된 사고에 익숙하고 코드화된 질서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낯설고 당황스럽고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기존의 고정되고 획일화되고 정리된 가치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격리되거나 징계를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탈주의 욕망은 조금씩 세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변화의 시발점이 되며 여성들을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래서 새로운 섹슈얼리티의 탐구와 구현에의 노력은 하나의 매혹이 된다.
이러한 관점을 기반으로 하여 영화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한 사람의 여배우를 택하고 그가 출연한 작품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서 접근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물론 이 책은 배우 연구가 아니라, 배우가 선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문제작이 된 ‘영화에 대한 연구’이다. 배우와 주인공을 완전히 일치하여 보는 것은 아니지만 배우가 특정한 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자신의 세상을 보는 관점의 반영 문제, 자신이 연기할 여성 인물에 대한 상당한 이해와 동의, 작품의 재현/표현 방식에 대한 능동적 선택 등이 담겨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배우가 선택한 영화는 대중들에게 이 시대에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를 제시하는 동시에 그 배우의 사회적 관심사와 사회적 역할을 알려준다. 이는 특정한 배우가 출연하는 일련의 영화들은 어떤 식으로든 공통점이 있다는 전제가 되며 그 영화들을 함께 분석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이 책은 저자가 주로 2008년부터 2011년에 걸쳐 쓴 한국영화와 여배우, 여성과 섹슈얼리티라는 주제의 원고를 엮은 것이다. 본격적으로 논의가 된 작품의 배우들은 김혜수, 전도연, 문소리, 신은경, 수애 등이다. 그리고 주제의 특성상 개별적으로 분석하지 못하고 여럿을 묶어 함께 논의한 작품의 배우로는 장미희, 이미숙, 김윤진, 엄정화, 장진영 등이 있다. 여기서 연구대상으로 택한 작품들 중에는 영화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도 있지만 많은 관객들과 만나지 못하고 아쉽게 지나간 작품도 있으며, 비판적 관점에서 부정적인 논의의 대상으로 선택된 작품도 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국영화에서 여성의 문제를 함께 생각해볼 만한 요소가 들어있다고 생각되는 작품들을 연구대상으로 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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