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산책]창 너머 도넛
창 너머 도넛
/신미균
동그란 도넛의 한쪽을
덥석 깨물어버리면
말랑거리는 도넛 가운데
구름이 들어 있으면
도넛의 뚫어진 동그라미 속에서
나의 숨소리가 들리면
도넛의 동그란 바퀴를 타고
내가 굴러가고 있으면
누가 굴러가고 있는 나를
야금야금 먹어버리면
도넛에 묻은 하얀 설탕 가루가
싸락눈이 되어 흩날리면
도넛을 굴리기만 했는데
해가 저물면
내일 아침 푸드득거리며
도넛이 다시 살아나면
- 신미균 시집 『웃기는 짬뽕』/푸른사상
도넛 하나에 세상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도넛으로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도넛으로 꿈을 꾸고 도넛과 함께 사랑하고 도넛을 바퀴삼아 세상 속을 구르고 도넛처럼 나를 희생한다. 달콤한 설탕처럼 세상을 정화하는 도넛으로 하루 해가 저물고 다시 도넛으로 새날을 맞는다.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도넛이다. 그러고 보면 도넛은 음식이면서 너와 내가 소통하는 도구이며 우리들의 꿈이면서 삶이다. 오늘 이 시를 읽는 어떤 이가 잘 튀겨진 도넛 한 봉지 사들고 저녁 귀갓길 버스정류장에 서있는 풍경을 상상해 본다.
/성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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