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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전남일보] 맹문재 엮음, <김남주 산문 전집>

by 푸른사상 2015. 4. 2.

김남주 산문 전집
김남주 저 | 푸른사상 | 3만8000원
김남주 1946~1994
"시인은 싸우는 사람"


"제 시의 기반은 삶의 터전이고 노동의 대상인 인간의 대지여야 하는 것입니다." (김남주 시인의 '보리밥과 에그 후라이' 중에서)

김남주(1946~1994) 시인은 모순된 시대에 온몸으로 저항하며 분단 이후 가장 치열한 작품활동을 했다. 이와 같은 평가가 과장되지 않는 것은 그가 분단의 극복과 정치의 민주화를 위해 온몸으로 실천하다가 옥고를 치른 기간이 장장 10년이나 된다는 사실에서, 그리고 행동과 일치된 작품 세계를 일관되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증명된다. 그는 문학 자체보다 현실 개선에 방점을 둔 시인이었다. 이 때문에 김남주 시인은 해방 이후의 한국 시문학사에서 큰 거울로 서 있는 것이다.

김남주 시인은 1974년 '창작과비평'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등장한 이래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으로 10년 가까운 투옥생활을 겪다가 49세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처럼 분단 이후 가장 치열한 작품활동을 하다가 타계한 김남주 시인(1945~1994)의 산문들을 모은 '김남주 산문 전집'이 출간됐다. 이 산문 전집은 제1부 문학, 제2부 정치, 제3부 서신, 제4부 일기, 제5부 대담, 제6부 강연, 그리고 연보, 찾아보기, 부록 등으로 차례를 마련했다. 문학과 정치에 대한 에세이는 물론, 아내와 가족과 지인들에게 남긴 서신들, 일기, 대담, 강연 원고가 모두 망라됐다. 시인의 개인적 삶과 사회적 삶, 정치와 문학과 사상에 대한 사유와 감정을 그대로 읽을 수 있다.

각 글에는 독재정권에 대한 준열한 비판, 교도소에서 광주민주화운동 소식을 듣고 철창을 부여잡고 울부짖었던 엄혹한 시대에 대한 시인의 비탄, 계급 문제로 민족문제를 포착했던 시인의 정치적 시각, "시인은 싸우는 사람"이라고 되뇌며 변혁운동에 몸을 맡겼던 시인의 의지 등이 담겼다. 이뿐 아니라 시골 농부로 살아가고 싶었던 시인의 소시민적 포부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조용히 고향으로 향하던 그의 수줍은 모습과, 뛰어난 사람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경탄과, 옥바라지에서 시작된 부인 박광숙과의 기나긴 연애와, 햇살을 받아 미풍에 하늘거리며 은빛으로 빛나던 교도소 미루나무잎을 보고 생각한 윤동주의 '서시' 등 시인의 내밀한 기록과 섬세한 감성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산문 전집은 '산이라면 넘어주고 강이라면 건너주고'(1989)에 수록된 옥중 서신들을 가운데에 놓고, 시와 혁명'(1991), '불씨 하나가 광야를 태우리라'(1994) 등 나머지 원고들을 주제나 장르로 나누어 배열하는 식으로 엮었다. 옥중 서신들은 대부분 시인의 아내(당시는 약혼녀)인 박광숙에게 보낸 것이어서 사적인 면을 띠지만, 그 의의는 결코 개인적인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모순된 시대를 향해 온몸으로 저항한 시인의 내밀한 모습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어 감동을 준다. 옥중 서신들은 양이 많은 점을 고려해서 아내(약혼녀)에게 보낸 것, 가족에게 보낸 것, 지인에게 보낸 것 등으로 다시 분류했고, 각각 연대기 순으로 배열했다. 발신의 날짜를 알 수 없는 서신은 해당하는 영역의 마지막에 놓았다. 한 작품이 다른 매체에 다시 수록된 경우에는 원본의 중요성을 고려하면서 한 가지를 선택해 실었으며, 그 사항을 각주로 설명했다.

그리고 새롭게 발굴한 5편의 시 작품을 부록으로 실었다. 지난해에 간행한 '김남주 시전집'에 수록되지 않은 작품들로 김남주 시인의 초기 시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산문 전집은 김남주 시인의 연보를 정확하게 작성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기존의 저서들에 소개된 김남주 시인의 출신 학교를 비롯한 여러 사항들을 수정하거나 보충했다. 아울러 시각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과 함께 김남주 시인의 일대기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정리돼 있다. 이 책은 김남주 시인의 개인적 삶과 사회적 삶, 정치와 문학과 사상에 대한 사유와 감정을 날 것 그대로 읽을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다.

한편 김남주기념사업회는 올 가을 김남주 시인의 고향인 해남에 윤선도를 비롯, 이동주, 박성륭, 김남주, 고정희, 김준태, 황지우, 김남주 등을 아우르는 '땅끝 순례 문학관'(가칭)을 개관하며, 김남주 시인의 생가 터에는 별도의 문학관 건립을 계획 중에 있다. 박수진 기자

■ 저자 김남주

1945년(호적상 1946년) 해남에서 태어나 전남대 영문과에서 수학했다. 2010년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1974년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잿더미' 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진혼가', '나의 칼 나의 피', '조국은 하나다', '솔직히 말하자', '사상의 거처', '이 좋은 세상에',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산문집 '산이라면 넘어주고 강이라면 건너주고', '시와 혁명', '불씨 하나가 광야를 태우리라', 번역서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자들',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아타 트롤', '은박지에 새긴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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