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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경북매일] 정선호 시집, <세온도를 그리다>

by 푸른사상 2014. 12. 1.

정선호 <세온도를 그리다>(푸른사상 시선 47), 경북매일, 2014.11.7.





2001년 경남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정선호(46·사진)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세온도를 그리다`(푸른사상)를 펴냈다. 
 
정 시인은 등단 7년만인 2007년에 첫 시집을 발간한데 이어 또다시 7년이 지난 올해 두 번째 시집을 냈다. 첫 번째 시집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두 번째 시집을 발간한 장소가 한국이 아닌 적도의 나라인 필리핀이다.
 
정 시인은 7년 전부터 회사일로 유럽과 필리핀에 파견 근무를 했는데 필리핀에서 주로 지냈고 실제 시집의 많은 작품이 필리핀에서 창작된 것이다. 그는 발간사에서 “추사(秋史)가 유배지 탐라에서 세한도(歲寒圖)를 그렸을 무렵, 나는 필리핀 루손섬에서 세온도(歲溫圖)를 그렸다. 세한도의 소나무 대신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망고나무와 파파야나무를 그려넣고 초가 대신 바파이쿠보를 그려넣었다. 그가 세찬 바람과 눈 내리는 탐라에서 독한 술을 마실 때, 나는 바닷가 카페에서 차가운 맥주를 마셨다. 추사가 그림의 소나무처럼 변치 않는 기개를 바랐으나, 난 열매 맺어 가난한 나라의 사람에게 주는 나무들의 풍요로움을 간절히 원했다”고 썼다.

 

이번 시집은 시인이 적도의 섬나라에서 여행이 아닌 장기간 타국민으로 살면서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며 적은 작품들이 많다. 특히 근대 이후 한국과 유사한 역사를 가진 필리핀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 즉 제국주의에 의한 식민지 생활, 독재정권의 장기집권, 민중항쟁을 통한 민주화 쟁취 등을 경험한 나라에서의 생활에서 많은 동질 의식의 느낌을 시어로 정화시켰다.


시집 해설을 쓴 고명철 평론가는 “정선호는 `바람`을 통해 세계를 감각하며 `바람`을 통해 세계를 인식한다. 정선호에게 `바람`은 세계이며, 세계는 `바람`이다”고 정리했다. 그는 이에 대해 “유럽과 필리핀을 연결하는 것은 바람이며 그 바람은 지구촌의 화합과 평화를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을 작품화했다. 또한 국내에서 창작한 작품들에서도 마찬가지로 고대와 20세기의 질곡의 역사와 21세기의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 역시 바람이며 통일의 염원을 담아 북녘으로 보내는 것도 바람이다”고 설명했다.

 

세계는 20세기 이후 교통과 정보기술의 발달로 각 나라의 관계가 가까워졌다. 우리나라도 경제가 발전하고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민, 파견 근무로 해외 생활을 하고 있다. 때때로 타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국인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종교를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사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선호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은 열대지방에서의 생활경험 속에서 피어올린 심상이 한국시의 경계를 심화 확장시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경 너머 낯선 문화생태를 관광의 차원이 아니라 일상의 차원에서 부딪치는 가운데 래디컬한 시적 성찰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국제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많은 생각을 전하고 있다.


/ 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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