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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경인일보] <눈길끄는 책> 기룬 어린 양들

by 푸른사상 2013. 10. 30.

 

맹문재, 『기룬 어린 양들』, 『경인일보』, 2013.10.30




■ 기룬 어린 양들┃맹문재 지음. 푸른사상 펴냄.

한국 현대사에서 추방된 노동자의 삶
전기·평전양식 차용… 65편 시 속에서 다시 호명



 

 

 
아이엠에프(IMF)를 빌미로/부당행위를 하는 사업자에 대항하는 그녀에게/피로가 몰려왔네/ 두통이 왔네/다리 마비가 왔네/시력장애가 왔네/뇌출혈이 왔네/동지들이 달려와/사업장을 에워쌌네/꽃나무를 심었네('최명아' 전문)

활발한 창작 활동으로 우리 시단을 이끌고 있는 맹문재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이다. 전태일 열사 이후 노동하다가 세상을 뜬 노동자들의 삶의 의미를 시대적이고 사회적인 차원에서 조명하고 있다. 65편 시의 제목이 모두 노동자의 이름이다.

맹문재는 전기나 평전과 같은 논픽션 양식을 차용했다. 이 시집에 수록된 모든 시는 실제 노동운동 과정에서 산화해간 열사들의 삶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의 시가 일반적인 전기나 평전 양식과 구분되는 것은, 그의 시에서 복원되고 있는 인물들이 모두 주류적인 지배 역사 서술에서 배제되고 추방된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인 전기나 평전은 주로 주류적인 지배 역사 서술에서 중요한 위상을 지닌 인물에 대한 서술이 주를 이룬다. 이는 결국 역사의 주체를 소수 권력층으로 한정짓는 효과를 낳는다.

그러나 맹문재는 한국 현대사에서 소외되고 추방된,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사회 재편의 폭력 속에서 다시 복원되어야 할 인물들의 목소리를 다루고 있다.

그는 "나는 오랫동안 '해 저문 벌판에서 돌아가는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 양'들을 생각하며 살아왔다.

만해가 '님의 침묵'에서 노래한 이 어린 양들 가운데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도 포함될 것이다. 나는 어린 양들이 기루어서 이 시들을 썼다. 앞으로도 쓸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민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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