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류--문학(시)
개미는 노동으로 외로운 문을 연다
오기화 지음|푸른사상 시선 216|128×205×7mm|124쪽|12,000원
ISBN 979-11-308-2334-8 03810 | 2025.10.30
■ 시집 소개
비가 되어 스며드는 고통과 사랑의 시편
오기화 시인의 첫 시집 『개미는 노동으로 외로운 문을 연다』가 푸른사상 시선 216으로 출간되었다. 잊을 수 없는 아픔과 사랑과 그리움, 잔잔한 시골살이의 행복 등을 시인은 비의 이미지에 투사한다. 시인에게 비는 물질적이면서도 정신적이고, 애틋하면서도 평온하고, 차가우면서도 따스하다. 시인은 운명에 순응하면서도 의지와 손을 잡고 사랑하는 사람의 시와 삶을 노래한다.
■ 시인 소개
오기화
본명 오혜숙. 전남 곡성 출생. 시가 좋아 국문학을 공부하고 시인의 아내가 되었다. 책이 좋아 늦은 나이에 문헌정보학을 전공해 사서가 되고, 독서심리상담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어 교육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6년간 독서 교육과 독서치료 강사로 활동했으며, 귀촌해 농어촌공공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1990년 김하늬 시인과 함께 부부시집 『그대에게 바치는 나의 노래』를 발간하고, 2011년 『Asia 서석문학』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재개했다. 저서로 2012년 『마인드맵으로 펼치는 방과후 교사들의 마음밭 가꾸기』를 펴냈고, 『책 읽기를 통한 마음치유 BIBLIOTHERAPY』 『독서치료 지도사』 등 교육자료를 엮었다.
■ 목차
제1부 개미는 노동으로 외로운 문을 연다
개미는 노동으로 외로운 문을 연다 / 적요(寂寥) / 백련 / 봄기운 / 비에 대한 개념 / 동백 숲 / 잡초 뽑기 / 백색소음 / 빗소리 / 비 오는 아침 / 산책 / 청개구리 / 뒹굴어보자 / 군자란
제2부 홍어가 먹고 싶은 날
호박죽 / 김치죽 / 박나물 / 바닥 / 홍어가 먹고 싶은 날 / 봉이네 / 상처가 들어오는 날 / 상처를 바라보다 / 젊은 눈길 / 목소리 / 순이야 / 발이 가렵다 / 채송화 / 남은 삶의 노래
제3부 민주花
능소화 / 봄날 한 마리 새가 / 바람 부는 날 / 봄비에 젖지 마세요 / 시인의 시간 / 당신나무 / 겨울나무는 가고 / 안녕, 하늬 시인 / 민주花 1 / 민주花 2 / 전태일 / 상실 뒤 / 그냥 자 / 끝사랑
제4부 책 속으로 걸어간다
시집 가고 싶은 날 / 아랫목 / 어머니의 병실 / 엄마의 꽃 / 두 남자 / 지아의 말솜씨 / 아기가 나에게 / 명품길 지나며 / 국지성 호우 / 지친 하루의 일기 / 60대 인문학 / 휴일의 정점 / 독서치료 / 책 속으로 걸어간다
▪ 작품 해설 : 비의 변증법적 변주 _ 맹문재
■ 시인의 말
행복한 일만 남은 하루를
보낸 적 없는
도시 생활의 헛헛함
맑은 공기에 대한 그리움으로
산 가까이 귀촌
야생차 잎 따다 황차 만들고
낮은 곳에서 환한 채송화 가꾸고
텃밭에 먹을 양식 키우며
날마다 책을 만나는 일
비로소 나의 삶이다
지친 영혼 포옹하는 자연에서
이웃과 행복의 화음 맞추며
따순 가슴으로 자유와 존재의 의미를
시로 말하고 싶다
시는 내 삶의 완성
■ 작품 세계
오기화 시인의 작품들에서 비는 중심 제재로 시 세계를 확장하고 심화하는 역할을 한다. 비는 시인의 세계 인식과 감정의 대상이다. 시인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비에 투사하거나, 비의 이미지나 형태를 자신에게 불러와 동화한다. 시인은 비의 기운을 갖기도 하고, 비의 고통을 느끼기도 한다. 비의 목소리를 편하게 듣기도 하고, 비의 난폭함에 아파하기도 한다. 비를 상상력뿐만 아니라 일상의 존재로 긍정하거나 부정하면서 운명처럼 껴안는 것이다.
(중략)
시인은 근원적인 비를 시의 내용으로 채우고, 시의 형식으로 재생한다. 비의 존재를 시의 서정으로 품고, 시의 서사로 만든다. 시의 어휘로 채색하고, 시의 호흡으로 변주한다. 결국 시인은 비를 융합적으로 또는 변증법적으로 인식하며 사랑하는 사람의 시와 삶을 노래하는 것이다.
―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해설 중에서
■ 추천의 글
고독은 가장 단단한 인간의 무기요, 시인의 실체다. 오기화 시인의 외적 정숙함과 내면의 엄숙성이 그것이다. 현실의 별리가 “차갑고 무겁고 너무 어두워”(「비에 대한 개념」) 무위로 씻김하고 싶은, “지독한 밤을 어리석게 기다려보”았기에 가능한, 살아야 할 이유를 알아야만 하는 시인의 시린 독백이 아리다. 하지만 찌든 감정의 먼지를 털어내고 생존의 보성 명품길을 오가며, 새 책 같은 당신과 곰살궂은 시골살이가 주는 인연의 실타래를 빗물처럼 풀어놓으며 자연과 동화되고자 하는 시인의 눈짓은 끝내 “개미는 노동으로 외로운 문을”(「개미는 노동으로 외로운 문을 연다」) 열었다. 많은 축복 있길 바란다.
― 박현우(시인)
■ 시집 속으로
개미는 노동으로 외로운 문을 연다
초저녁 별빛처럼 외로울 땐 방문마저 닫자
수압이 빠져나간 체중을 끌고
어설프게 사람들 만나면 뭘 해
가서 괜한 웃음 주며 허물만 벗지
지독한 밤을 어리석게 기다려볼 일이다
가시나무에 걸린 한 줄기 바람이라도
문을 비집고 들어오면
고독 같은 비명은 일구지 않을 걸
거실 어딘가에 생의 무늬를 짜고 있는
벌레 한 마리 찾아볼 일이다
어느 날 오한(惡寒)의 아파트 울타리에 핀
장미꽃 넝쿨에 길을 내며
가난한 자리에 인계(忍界)를 꾸역꾸역 쌓는
개미의 분주한 눈을 애써 기억한다
편안하게 바라보고 있었던 그날
봄날 한 마리 새가
돌아오지 못할 강 나섰을 때
비가 차창 밖을 억수로 때렸지요
왜 그리도 비는 그날
원통한 자의 콧물 눈물 섞인 비애처럼
가슴을 후비었을까요
‘무기여 잘 있거라’
소설 마지막 장면처럼
사랑하는 이가 병상에서 눈을 감고
한 남자, 비 오는 거리 너털너털 걸어가는
모습처럼 운명의 마지막인 양 내렸지요
돌아오지 않을 망망대해 건너는 이의 심정은
오직 비통하고 참담했을까요
영면의 길 떠나며 건넨 그날의 기도가
지금의 행복감으로 바뀐 걸 느낍니다
맑은 봄날, 산과 인접한 창을 여니
지지배배 노래하는 작은 새 한 마리가
처마 끝에 앉아 바라보는 아침입니다
유서 깊은 시골 조용한 동네로 이사 와
사는 행복을 당신이 주었다고 생각하지요
한결같이 지켜보는 님께 시로 보답할게요
다 쓰지 못하고 간 아쉬움
그 몫까지 시를 써야겠지요
봄날 한 마리 새로 화답하는 마음을
읽으며 나를 봅니다
한없이 다정다감한 마음 전합니다
국지성 호우
때리듯이 비가 와 몸이 아프다
창문을 흐르는 빗줄기 시냇물이다
도서관 북카페에 앉아
차 한 잔 놓고 책들을 바라본다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
눈에 띄는 책
세찬 빗방울, 방울 방울이 한 권의 책과 같다
누군가의 인생이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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