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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신간도서

이지우 시집, 『부서지는 방식』

by 푸른사상 2025. 10. 1.

분류--문학()

부서지는 방식

이지우 지음푸른사상 시선 213128×205×9mm15212,000

ISBN 979-11-308-2327-0 03810 | 2025.9.29

 

 

■ 시집 소개

 

생명의 소중함을 노래하는 환경생태시집

 

이지우 시인의 첫 시집 부서지는 방식이 푸른사상 시선 213으로 출간되었다. , 곤충, 나무, 풀 등 이 지구 위에서 숨쉬는 생명체들의 삶과 죽음을 그리면서 생태계의 건강한 회복을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고 있다. 환경생태시로 집중된 시 세계는 우리 시의 영역을 확장하고 심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 시인 소개

 

이지우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났다. 2014현대수필에서 (), (), ()으로 신인상을 받고 수필을, 2016시현실에서 미루나무4편으로 신인상을 받고 시를 쓰고 있다. 저서로는 생태에세이 푸름에 홀릭(2018)이 있고, 현재 숲의 귀퉁이에서 의 삶을 찾으며 살고 있다.

 

 

■ 목차

 

1

북극곰의 하울링 / 부서지는 방식 / 숲 해설가 / 도돌이표는 왜 악보에만 있을까 / 시원에 갇히다 / 무서운 입 / 고장난 창 / 연기(煙氣) / 징크스 / 눈 속의 안개 / 녹꽃 / 옥중화 / 소한의 하루 / 귀로 / 풍선효과

 

2

데이지 한 다발 / 유일한 사랑 / 불씨 하나 / 흔들리지 않는 돌멩이 / 잡초 / 민들레 / 숨바꼭질 / 돼지 꽃씨 / 귀를 세운다 / 외계어 / 허니 가이드라인 / 복수초 / 보랏빛 설화 / 생사경(生死境)

 

3

팽나무 도로 찾기 / 짙은 눈동자 / 굴뚝 건설업자 / 갈색 인연 / 사상누각 / 소유욕 / 성조가 되는 법 / 원점 / 환상 깨기 / 나르키소스 / 접힌 날개 / 날도래 건축가 / 공벌레의 일탈 / 옥색 고름을 풀다 / 오류를 일으킨 눈

 

4

그대의 작품 / 고통에는 끝이 있을까 / 근육질 나무 / 나무의 감정 / 공생 방식 / 겨울 수다 / 나목, 어깨가 기울다 / 담쟁이 벽화 / 모감주나무 씨앗 / 사라진 친구 / 갈참나무의 깊이 / 분홍 빙의 / 눈들을 알아버렸다 / 검은 그림자의 덫

 

작품 해설 : 환경생태를 응시하는 숲 해설가의 탐사 일지 _ 권영옥

 

 

■ 시인의 말

 

숲을 자주 오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 곤충, 나무, 풀 친구들이 늘 반기며 맞아주었다.

이곳은 삶과 죽음이 공존했고, 생존의 치열함도 대단했다.

긴 시간을 함께한 숲은 내 시의 종자가 되어

이렇게 시집 한 권을 묶게 해주었다.

숲에 감사함을 전하며…….

 

 

■ 작품 세계

  

이지우 시인이 시에서 말하는 것처럼 건강한 자연생태계는 생명체와 생명체가 경쟁관계에 있어야 하고, 기생관계에 있으며, 무엇보다 공생관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세계 환경단체는 지속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 단체의 생태운동은 말로만 부르짖는 하울링 같은 허울에 불과하다. 또한 인류는 산업주의와 소비주의에 길들어져 있어 많은 부산물을 강이나 바다로 배출하고 있다. 과다한 배출은 지구의 환경생태가 지속적으로 파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파괴된 환경생태를 복원할 대안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중략)

한번 파괴된 생태계는 쉽게 복구되지 않는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이지우 시인은 시에 기대어 자연 편에 선다. 우리 시사에서 시 전편이 환경생태시로만 이루어진 시집은 이 시집밖에 없을 것이다. 이지우 시인은 파괴된 자연 현장을 심상적 체험과 수많은 탐사 체험을 통해 환경생태계의 고통을 끝내 포기하지 않고 시라는 일지로 그들의 존엄을 지켜주고 있다. 그 점에서 부서지는 방식은 우리 시단에 환경생태시의 한 위치를 점한다고 할 수 있다. 첫 시집의 전편을 환경생태시로 출간한 이지우 시인의 시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권영옥(문학평론가 · 문학박사) 해설 중에서

 

 

 

■ 시집 속으로

 

부서지는 방식

 

모래톱을 거닐다가 밀물에 떠밀려 온 병조각을 보고

모서리를 갈아야 하는 바다의 고통을 느낀다

 

바다는 지구의 발가락 사이에 끼인 존재

폐선과 플라스틱에 찔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꽃게와 망둑어의 울음을 듣는다

인간과의 만남이 폐허라서

고래도 폐그물에 말려 호흡을 못 하고

물속으로 수장된다

 

쓰레기들이 해류를 따라 떠돌다 바다의 자식을 때리는 동안

해와 달의 외피는

물의 뼈를 다듬어 평평한 바닥을 만들지만

쓰레기 몸살을 앓는 신음은 여전히 들린다

 

모든 소리가 몰려오는 선창가에서

나의 수심은 어떤가

너는 바람과 염문을 자르면서 그대로 풍화되고 부식되었지

바라보는 나는 조각조각 난 염분의 시간이었다는 걸

 

서로를 위협하는 비탄의 시간이 지나갈 즈음

나는 병조각을 들고 가만히 바라본다

 

지느러미 하나 없는 바다의 흰 고요를 만들어낸 네가

이토록 반짝이는 비수라니.

 

 

잡초

 

바람에도 입이 있어

단풍나무 씨앗 하나 회양목 무리에 떨어졌다

 

따가운 눈초리에 마음 둘 곳 없어

바람으로 벽을 치고

목마르게 하늘만 본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뿌리를 조금씩 덮어나갔다

틈과 틈 사이를 벌려 한 줌의 흙을 훔쳤다

신은 가뭄을 가뭄 속에 내버려두지 않았다

 

단비가 내렸다

실뿌리에 눈을 달아주었다

 

빛줄기를 더듬어 뻗는 이파리

줄기도 부풀려보았다

 

가지끼리 뒤엉켜 줄기를 키우는

회양목 집성촌에서 일가를 일구었다

숲이 넘실거렸다

 

안개비가 사방을 덮어

할아버지들은 모두 지팡이 없이 서 있지 못했다

 

백로 속에 까마귀든, 까마귀 속에 백로든,

잡초가 왕이 되는 숲의 세상도 있다는 걸 알았다

 

 

공생 방식

 

가만히 있어도 덩굴을 휘감으며 올라오는 노박덩굴과

무던히 힘겨루기를 하는 우린 은밀한 분열인가

 

종이 달라 까칠한 성격 때문에

떨치려 하면 악력으로

줄기를 감고 조여 오는 힘

 

어쩔 수 없이 너에게 한쪽 어깨와 가슴을 내어주었지

 

땅속뿌리로 서로를 휘감고

줄기를 맞대 지나간 자리엔 골이 깊이 패고

떨치려 하면 할수록 키재기라도 하듯 기어오르지

 

줄기를 자르기엔 나이테가 굵어

서로의 눈을 자르며 모르는 척 보듬는다

 

푸른 잎을 키운 햇살과 바람이 키운 꽃에

벌들을 부르던 여름은 가고

누가 먼저였을까

 

도토리를 키워 다람쥐를 부르는 나

붉은 열매를 피워 새를 부르는 노박덩굴

 

식탁엔 도토리와 삶의 노래

두 시가 지나는 길목에서는

어떤 피가 돌아

센 눈빛을 죽이고 우린 하나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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