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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코리아 헤럴드] 서용좌, <날마다 시작>

by 푸른사상 2025. 1. 22.

 


<우리는 “날마다 새로이 시작”해야 한다.>

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 다트머스대 초빙교수)
 
 
오늘날 우리는 좌파와 우파, 부유층과 빈곤층, 또는 젊은이와 노인 등 서로 적대적인 두 그룹으로 나뉜 극도로 양극화된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성 질환처럼, 저는 이 대조적인 각 집단 간의 적대감이 결과적으로 내전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를 괴롭히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요즘 양극화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지만, 한국 정치 환경에서는 특히 지속적이고 심각한 현상인 것 같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의 위와 같은 문제를 통찰력 있게 파헤치는 소설을 발견했습니다. 이 소설은 2017년 대한민국 PEN상을 수상한 서용좌 작가의 『날마다 시작』 (2024년 조연현 문학상 수상작)입니다. 그의 매혹적인 소설에서 작가는 증오, 폭력, 이념 전쟁에 비추어 주요 역사적 사건들을 언급하며 우리 사회의 병폐를 고통스럽게 진단합니다. 프랑스의 저명한 소설가 실비 제르맹은 2024년 서울 박경리 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사건에 대한 지식만 제공하는 역사 연구와 달리 “소설의 예술은 거기에 몸통, 얼굴, 특색을 부여함으로써 생동감 있게 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성찰을 유도해낸다.”고 말했습니다. 서 작가의 소설 『날마다 시작』은 실비 제르맹이 위에서 언급한 바를 완벽하게 달성한 뛰어난 흥미진진한 작품입니다.

소설의 주인공 지은이는 노인 요양시설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입니다. 지은이는 시설 내에서 일하기보다는 요양보호사로 방문 돌봄을 선호하고, 그래서 도움이 필요한 다양한 노인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지은이는 그동안 쌓인 조국의 역사적, 사회적 문제에 대해 알아갑니다. 동시에 지은이는 자신이 돌보고 있는 노인들에게 젊은 여성의 시각을 토로합니다. 따라서 소설을 통해 독자는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주요 정치-사회적 사건들에 대해 놀랍도록 균형 잡힌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서 작가의 소설은 한국전쟁, 두 차례의 군사 쿠데타, 광주민주화운동 등 한국을 뒤흔든 일련의 정치적 혼란을 떠올리게 합니다. 기성세대의 회상을 통해 서 작가의 매혹적인 소설은 사람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심지어 학살을 자행했던 무자비한 국가 폭력을 강력하게 고발합니다. 서 작가의 눈에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격리 의무조차도 국가 억압의 좋은 예였습니다.

그러나 서 작가의 소설에서 노인들은 단순히 불평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역사적 사건의 속임수를 깊이 파고들 만큼 현명합니다. 예를 들어, 한 할머니는 젊은 주인공에게 칼과 총을 가진 사람들은 항상 “정의”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해 왔다고 말합니다. 할머니는 또한 초기 가톨릭 순교에서 살해자와 순교자 모두 자신이 “정의”를 대변한다고 믿었다고 언급합니다. 그러나 “정의”는 누가 이 용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임의적입니다. 종종 “복수”도 “정의”의 가면을 씁니다. 할머니는 지은이에게 맹목적인 믿음 또한 정의가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위 소설에서 한 노인은 대부분의 반정부 시위대가 순수하고 선량하다고 해도, 정치적 혼란의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선동가들이 있을 수 있다고 바르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젊은 주인공 지은이 또한 성급하지 않고, 현명하고 침착합니다. 그녀는 항상 상식을 중시합니다. 예를 들면,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에게 징역 20년형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또한 자본주의를 옹호하고, 한국의 극적인 경제적 성공을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이 소설에서 해고당해서 복수심에 불타는 한 대학 강사가 책을 썼는데, “부자들은 나쁘다. 나쁜 짓을 안하몬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큰돈을 모은대.” 라고 썼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이러한 지나친 단순화나 고정관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방식이 아니라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된 정직한 사람들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지은이는 우리 사회의 많은 노인들이 겪는 비참한 상황을 목격하기도 합니다. 그녀는 요양원이 “사면 없는 감옥”과 닮았다고 말하며, 노부모를 그곳에 버리는 것은 마치 현대의 고려장 행위, 고려시대(935~1392)에 나이 든 부모를 산 속에 버렸던 풍습과 같다고 말합니다.

『날마다 시작』 은 과거의 심리적 상처와 원한을 극복하면서 보다 나은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방법을 잘 보여줍니다. 그 하나의 방법은 “다른 세대, 다른 사회 계층, 정치 파벌 간에 서로의 말을 경청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나는 옳고 다른 모든 사람들이 틀렸다는 편견, 적대감, 부당한 확신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해결되지 않은 많은 역사적 논란들과 낙담스러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서 작가의 소설의 주인공은 절망하지 말고, 계속해서 활력을 불어넣고 날마다 새로이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한국은 수년간의 내적인 혼란을 견디어왔지만, 지금은 일련의 탄핵으로 인해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진 것 같습니다. 2025년에는 최근의 사회정치적 혼란과 시련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코리아 헤럴드, ""[Kim Seong-kon] We should start ‘a new beginning every day’", 김성곤, 2025.1.8.

링크 : https://www.koreaherald.com/article/10385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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