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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간도서

최명숙 소설집, <숨은그림찾기>

by 푸른사상 2024. 10. 30.

 

분류--문학(소설)

 

숨은그림찾기

 

최명숙 지음|푸른사상 소설선 63|140×205×15mm|240쪽

18,500원|ISBN 979-11-308-2186-3 03810 | 2024.11.10

 

 

■ 도서 소개

 

삶의 갈피에 숨은 그림을 찾아 나가는 이야기들

 

최명숙 작가의 소설집 『숨은그림찾기』가 푸른사상 소설선 63으로 출간되었다. 엇갈린 인연과 뒤틀린 현실에서 과거의 묵은 상처와 마주하는 이들의 삶의 갈피를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그리고 끝내 찾을 수 없었던 숨은그림찾기처럼 막막한 삶 속에서도 마지막 남은 하나의 그림을 찾기 위해 손을 뻗는다.

 

 

■ 작가 소개

 

최명숙

충북 진천에서 태어났다. 가천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가천대학교에서 문학과 글쓰기를 강의했다. 동화 「아버지의 하모니카」와 소설 「열쇠」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 『21세기에 만난 한국 노년소설 연구』 『문학콘텐츠 읽기와 쓰기』, 산문집 『오늘도, 나는 꿈을 꾼다』 『당신이 있어 따뜻했던 날들』, 공저로 『대중매체와 글쓰기』 『버릴 수 없는 것들의 목록』 『꽃 진 자리에 어버이 사랑』 『문득, 로그인』 『여자들의 여행수다』 『그대라서 좋다, 토닥토닥 함께』 『音音音 부를 테니 들어줘』 『우리 그곳에 가면』 『여자의 욕망엔 색(色)이 있다』 등이 있다.

 

 

■ 목차

 

작가의 말

 

숨은그림찾기

달빛

아주 진부한 것들의 목록

열쇠

유를 찾아서

두 여자 이야기

두 남자 이야기

합장

파리가 쏘아 올린 사랑방정식

 

작품 해설 : 기억과 관계의 순환, 그리고 순정한 마음 _ 심영의

 

 

■ ‘작가의 말’ 중에서

 

유난히 뜨거운 여름이었다. 고개를 내밀 듯하다 숨어버리는 내면의 나와 만나기 위해 뒤척이는 날은 더욱 뜨거움이 솟구쳤다. 세상에 하고 싶은 말, 아니 어쩌면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 발화하지 못한 채 가두었던 이야기, 오래 잠자고 있는 원고를 보며 먼지 털고 햇볕에 거풍하는 심정으로 마주했다. 그 사유들을, 구름이 깃들다 바람이 머물다 햇살이 헤적이다 간 후, 이렇게 내놓는다. 후련하다. 작품으로서 완결성을 떠나 또 다른 나와 만나는 시간이 되었으므로.

쓰면서 만난 것은 ‘찾기’였다. 오래전부터 어렴풋한 기억, 사람, 사랑, 꿈, 정체성 등에 몰입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비로소 내가 추구하던 것의 실체가 선명해지기 시작했을 때 엷게 웃었다. 글쓰기를 통해 아는 것과 하고 싶은 말이 명징해지듯 나의 내면 모습이 명징해지는 듯했다. 보이지 않던 게 보였다. 시원했다. 둘러싸고 있는 모든 허울을 벗은 듯 가벼워졌다. 그 가벼움으로 서술한 소박한 이야기지만 쓰는 내내 뜨거웠다. 그 뜨거움이 일상에 들러붙은 삿된 생각을 태워버릴 수 있을까. 그래서 문학이 꿈꾸는 이상에 가닿을 수 있을까. 가당치 않을지라도 나는 그것을 꿈꾼다.

원고를 마무리하고 난 후, 내 속에서 무언가 쑥 빠져버린 듯해 며칠 동안 앞으로 넘어질 것처럼 허전했다. 가슴이 아릿아릿하면 가만가만 나를 다독거렸다. 그러다 보니 뜨거운 여름이 가고 아침저녁으론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유난히 긴 여름은 내 글을 익히느라, 날 여물게 하느라 그랬던 걸까. 덜 익거나 덜 여물어도 이대로 삶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여름같이 지난한 시간을 견뎌서 그럴지 모른다.

 

 

■ 추천의 글

 

인생을 하나의 명제로 규정해주는 소설은 매력적이다. 최명숙의 소설 『숨은그림찾기』는 그래서 독자의 관심을 끌어모은다. 인생은 숨은그림찾기라고 명제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숨은 그림이란 무엇인가? 평범한 여성이 겪는 작은 상처들과 엇갈린 인간관계 속에, 생채기의 흔적들을 다독이며 혹은 적절히 무시하며 살아가는 과정에 그림과 보물이 숨어 있다. 독자는 주인공과 함께 삶의 갈피에 숨은 그림을 찾아 나간다. 이는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탐색의 서사를 특성으로 하는 소설의 원론적 문제 제기라는 점에서, 소설의 본질 요건에 닿아 있는 창작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숨은그림찾기를 자신의 삶에 옮겨와 회상하고 음미하게 된다.

우리들 삶은 대개 비루하고 초라하다. 소설의 주인공이 겪는 사건들이 가능성의 문턱에서 마무리되는 이야기는 소설 구조의 전형에 다가간다. 내 생애의 숨은 그림은, 숨겨진 보물은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가. 소설을 덮고도 소설의 영상이 계속 음영을 드리우는 까닭은, 이러한 물음에 있다.

―우한용(소설가,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명예교수)

 

 

■ 작품 세계

 

가수 조용필이 1982년에 발표한 노래 <못 찾겠다 꾀꼬리>에서 우리는, “나는야 오늘도 술래, 나는야 언제나 술래”라는 화자의 자기 인식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최명숙 소설을 읽는 독자도 그의 소설에서 마치 끝나지 않는 술래잡기처럼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아 헤매는 인물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대체로 지난 시간의 기억에 자유롭지 못하고, 무엇보다 오래전 맺었던 관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것은 묵은 상처이기도 하고, 상흔을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최명숙 소설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기억과 관계가 끊임없이 연결된 순환의 고리이기도 하다. 오래전 관계를 맺었으나 인연으로 연결되지 못했던 이들과 조우하거나 혹은 술래처럼 그들을 찾아 헤매는 인물이 많다. 기억은 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억이란 한 주체가 자신의 과거를 현재와 관련짓는 정신적 행위이며, 시간 경험이다. 우리는 이 시간 경험 속에서 해체와 재구성을 반복한다.

최명숙 소설의 인물은 하나같이 마음의 상처가 간단치 않다. 고통스러웠던 과거의 삶은 현재의 삶과 만난다. 중요한 것은 이 만남에서 삶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대체로 타자에 대한 연민과 세계의 모순에 대한 긍정적인 이해로 귀결된다. 갈등이 증폭되어 파멸에 이르는 대신 상처를 껴안고 화해로 끝난다. 작가의 성정이 그러하기 때문인데, 이는 소설을 읽어가면서 자연스레 느낄 수 있는 일이다. (중략)

최명숙 소설은 이렇게 뫼비우스의 띠처럼 기억과 관계가 끊임없이 연결된 순환의 고리에 있는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과거의 상처와 마주하고 비슷한 상처를 지닌 인물을 껴안아 마침내 자신의 상흔을 치유하는 회복의 서사로 가득하다.

이는 세상을 대하는 따뜻하고 순정한 작가의 성정을 드러낸 것으로, 모순과 마주하고 그것과의 대결을 통해 세상을 바꿔보려고 사투를 벌이는 여타 서사와 구별되는 지점이다. 어느 쪽이 올바르고 바람직한가를 따지는 것은 따라서 의미 없다. 중요한 것은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따스함이 차가움을 녹이고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 믿음일 것이므로.

― 심영의(소설가, 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 출판사 리뷰

 

최명숙 작가는 소설을 통해 엇갈린 인연과 뒤틀린 현실에서 과거의 묵은 상처와 마주하는 이들의 삶의 갈피를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마치 끝나지 않는 술래잡기처럼 과거의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아 헤맨다. 그리곤 안개가 드리운 듯한 막막한 현실 속에서도 새로 시작할 가능성을 찾도록 이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지나간 인연들에 대한 기억과 가부장제의 유습에서 자유롭지 않다. 표제작인 「숨은그림찾기」의 주인공은 고등학교 때 첫 키스를 나눈 ‘재영’을 종종 기억하지만, 악몽 같은 어느 날 이후로 그 인연을 이어가지 못한다. 시간이 흘러 남편과 직장 동료로부터 배신을 당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나’와 ‘재영’의 재회.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지도 못하고, 그에게 대답도 해주지 못한다. 한편 「달빛」에서는 작은엄마와 30년 만에 연락이 닿은 ‘내가’ 어린 시절 삼촌의 죽음 이후 쫓겨나듯 집을 나간 작은엄마의 어두운 기억을 떠올린다. 「열쇠」에서는 평생 바람을 피우면서 어머니를 힘들게 했던 아버지의 기억으로 고통 받던 주인공이 자신과 어머니, 그리고 우연히 만난 한 여인의 삶을 통해 누군가를 기다리는 삶의 모양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작가는 사회와 불화하는 우리들의 내면과 현실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끝내 찾을 수 없었던 숨은그림찾기의 나머지 한 조각을 찾아내기 위해 기꺼이 손을 뻗는다.

 

 

■ 작품 속으로

 

내가 집에 온 것을 재영은 알고 있는 게 틀림없다. 손바닥처럼 작은 마을에 그것도 오가는 사람 거의 없는 시골에선 운신의 폭이 좁으니까. 나 또한 재영의 소식을 대략 알고 있다. 농대에 다닌 재영이 특수작물을 하겠다며 산골에 정착한 건 자연스러웠다. 한 마을에 그것도 앞뒤 집에 살면서 만나지 않을 순 없다. 아니, 만나야 한다. 그러면서도 일부러 만나고 싶진 않았다. 그와 나는 꼭꼭 숨은 한두 개 그림 같은 것일까.

(「숨은그림찾기」, 30쪽)

 

기다림, 기다림이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들. 그것은 내게 특별한 것이었다. 일 년에 한두 번밖에 집에 오지 않는 아버지를 기다리던 엄마가 그 기다림의 대상을 나로 바꾸었고, 확실하게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은 후 편집증적으로 내게 집착했다. 지겨움. 그렇다, 좀 넘치는 표현일지 모르나 그것은 지루함과 맥이 닿은 지겨움이었다. 엄마는 자신의 몸속에서 태아로 존재하던 때처럼 나를 일체된 관계로 믿고 싶었으리라. 그것을 유지하고 싶은 엄마와 독립하고 싶은 나. 두 사람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우리의 보이지 않는 싸움, 나는 체육시간에 하던 ‘꼬리잡기 게임’을 연상했다.

(「열쇠」, 89쪽)

 

할머니는 언제나 입버릇처럼 말했다. 아까시나무 밭이라도 할아버지와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홀로 묻어달라고. 만약 그렇지 않고 맘대로 합장하면 귀신이 되어서라도 성가시게 할 거라고. 어둠의 끝에 빛이 있듯이 미움의 끝자락에 사랑이 있는 걸까. 화해가 있는 걸까.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풀듯 끙끙대며 할머니 옆에 누워 밤을 보냈다. 밤새 할머니의 앓는 소리와 마른기침 소리, 가르랑가르랑 가래 끓는 소리가 나를 휩싸고 돌았다. 할머니 몸에서 나는 특이한 냄새에 답답하고 조급하던 마음이 오히려 평온해졌다.

(「합장」, 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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