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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간행도서

안준철 시집, <꽃도 서성일 시간이 필요하다>

by 푸른사상 2023. 9. 7.

 

분류--문학()

 

꽃도 서성일 시간이 필요하다

 

안준철 지음푸른사상 시선 181128×205×8mm14412,000

ISBN 979-11-308-2085-9 03810 | 2023.9.11

 

 

 

■ 시집 소개

 

연꽃에 대한 지극한 사랑의 노래

 

안준철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꽃도 서성일 시간이 필요하다<푸른사상 시선 181>로 출간되었다. ‘산책자인 시인은 매일 연꽃과 만나면서 수많은 명상을 통해 새로움을 발견하고 사색의 깊이를 더했다. 연꽃잎의 생성, 절정, 소멸을 통해 우리는 우주적 운명과 생의 가치를 깨닫는다. 연꽃을 향한 시인의 사랑이 이 시집에서 은은한 향기로 울려 퍼진다.

 

 

■ 시인 소개

 

안준철

1954년 전주 출생으로 전남 순천에서 교직 생활을 하다가 정년퇴임했다. 1992년 제자들에게 써준 생일시를 모아 첫 시집 너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를 출간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다시, 졸고 있는 아이들에게』 『세상 조촐한 것들이』 『별에 쏘이다』 『생리대 사회학』 『나무에 기대다, 산문집으로 아들과 함께 하는 인생』 『그 후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넌 아름다워, 누가 뭐라 말하든』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등이 있다. 교육문예창작회와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전주에서 산책가로 살고 있다.

 

 

■ 목차

 

시인의 말

 

1

/ 꽃도 서성일 시간이 필요하다 / 당신 / 환대 / / 연잎 쟁반 / 개화 / 결핍 / 오솔길에서 / 숨은 꽃 / 너를 피운 것이 여럿이듯 / 있다 / 연꽃과 리어카 / / 운다 / 올 때 필 때 / 문득, 연꽃에게 미안했다 / 고요하면

 

2

칠월의 신부 / 도둑과 장물 / 아름다운 협연 / 고요한 일 / 오늘 / 꽃은 피면서 향이 날까 지면서 향이 날까 / 가슴에 핀 꽃 / 연꽃과 손님 / / 만개 / 십 분 먼저 / 연꽃과 발코니 / 면목 / 꽃이 웃을 일 / / 아침 연꽃 / 비유 / / 변명 / 연꽃과 아내

 

3

꽃신 / 절정 / 연서 / 목숨 건 꽃들 / / 법화경 / 다짐 / 탱탱 / 안부 / 어미 / 바람의 얼굴 / 철없는 사랑 / 너를 만나러 가는 일이 / / 선물 / 후드득 / 꽃시 / 사흘은 없는 날 / 연기론

 

4

어떤 교역 / / 나의 천국은 / 먹고살아야 하니까 / 고요 연습 / / 할머니와 연꽃 / 팔월의 연꽃 / 고맙소 / 오늘은 꼭 좋은 하루가 되어야 한다 / 연잎과 잉어 / 연밥 / 연밥 할머니 / 연잎과 여인숙 / 꽃잎 / 적막 / 충분해요 / 작별

 

작품 해설 : 애련(愛蓮), 연꽃과 사랑에 빠지다 권순긍

 

 

■ '시인의 말' 중에서

 

어릴 적부터 유난히 여름을 탔다. 늦은 봄부터 얼굴이 푸석푸석해지고 맥을 못 췄다. 어른이 되어서도 여름은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다.

은퇴하고 고향인 전주로 돌아와 아침 연꽃을 만난 뒤로는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여름 내내 새벽같이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덕진연못으로 달려갔다.

연못에서 연꽃이 자취를 감출 무렵 먼발치에서 가을이 서성이고 있었다. 연꽃과 가을의 교환은 최대 교역이었다. 연꽃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시를 한 편씩 썼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렇게 여섯 번의 여름을 떠나보냈다. 여기에 모아놓은 연꽃 시편들은 그 고맙고 황홀했던 시간의 흔적들이다. 이 일곱 번째 시집을 연꽃과 자전거에게 바친다.

 

 

■ 추천의 글

 

그는 참 지극하다. 눈과 귀, 손과 발에 닿는 대상들을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다. 온 정성 기울여 모시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니 어느 물상인들 기꺼워하지 않으리. 연꽃과 그의 관계를 한번 보라. 둘이는 얼마나 설레는지. “날이 흐리거나 맑거나/당신이 오신다면/피어 있날이 맑거나 흐리거나/그대가 피어 있는 한/나는”(연서) 간다. 대단한 교감 아닌가. 어디 이뿐일까. 그는 연을 통해, “볼품없이/깨지고 상처 난 연밥들이/죄다 새들의 밥”()이라는 만물 순환의 이치를 깨닫는가 하면, “저 꽃들 중에/고요의 연습 없이 핀 꽃”(고요 연습)은 하나도 없구나 하는 자각에까지 이른다. 가히 연과 내가 하나 된 연아일여(蓮我一如)’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 이로써 안준철은 연이 된 최초의 시인인 셈인데, 과연 그가 연에게만 머물게 될까. 그의 지극한 성정과 시적 바람기가 불러일으킬 이후의 행보가 무척 궁금하다.

정우영(시인)

 

오랜만에, 시를 읽는 마음이 가볍다. “나는 가벼운 사람이라/연꽃 보러 가는 일에도/목숨을 건다”(목숨 건 꽃들)는 시인 덕분이다. 그가 사는 세상은 치열한 생로병사의 현장인데 희한한 것은 그 무거운 사람의 일들이 그를 통과하면서 문득 가벼워져버린다는 사실이다. 시인에게 무슨 비법이라도 있는 걸까. “오늘 나를 설레게 한 것은/오늘 만난 꽃이”(오늘)라고 노래한 지점일 것이다. 지금 그는 암과 싸우고 있으나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누구보다 행복하다. “아픈 뒤에 더 고요해진/내 안이 그렇듯이”(꽃은 피면서 향이 날까 지면서 향이 날까) 세상도 그를 따라 고요해지는데 거기서 연꽃시가 탄생한다. 그리하여 시인은 이렇게 허공에 던진 남자의 말을시로 바꿔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오늘 살다가 내일 죽어도/나는 아무런 후회가 없어”(연꽃과 리어카)라고 말이다. 그것은 부끄럽기도 하고/고요하기도”(고요한 일) 한 시인의 일상에서 우러나온 깨달음이다.

이봉환(시인)

 

 

■ 작품 세계

  

연꽃은 안준철 시인에게 친구처럼, 애인처럼 때로는 이웃처럼, 마실 나온 할머니처럼 수많은 모습으로 찾아오지만 무엇보다도 그 모든 모습을 지극히 사랑했음은 숨길 수가 없다. 하여 이 시집의 시들은 주돈이의 독법처럼 감히 애련시(愛蓮詩)’라고 부를 만하다. 연꽃을 지극히 사랑하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시들이 나올 수 있었겠는가!

산책자인 시인은 매일 연꽃과 만나면서 수많은 명상을 통해 거기서 많은 것을 발견하고 생각의 깊이를 더했다. 해서 연꽃은 하나의 인격체로 시인에게 다가와서 사랑을 나누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자연으로, 진실한 가르침을 주는 법화경으로, 그리고 꽃잎이 떨어지고 연밥만 남았을 때는 중생을 보시하다가 마지막에는 적멸로 돌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인은 덕진연못에 피는 연꽃의 생성과 절정과 소멸을 통해 우리네 인생사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마도 시인은 덕진연못의 연꽃과 삼생(三生)의 인연이 있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시들을 썼겠는가? 그러니 결국 세상만사가 모두 인연(因緣)으로 얽혀 있다는 저 화엄(華嚴)의 세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시인은 연기론에서 몽골에 다녀온 친구의 눈빛이 어디서 온 것인지/어린 꽃들은 몰라도자신을 통해 연꽃에게도 전해졌음을 연밥들은 알고 있는 것 같았다한다. 덕진연못의 연꽃 세상도, 매일매일 그곳을 찾아가는 시인과 우리들 세상도 모두가 화엄 세상의 일부가 아니겠는가! 하나가 전체이고, 전체가 하나가 되는, 저 무량(無量)의 화엄 세상! 그러니 안준철 시인의 시는 볼수록 더욱 맑은 향기를 풍긴다. 저 고요한 연꽃처럼.

권순긍(문학평론가, 세명대 명예교수) 해설 중에서

 

 

■ 시집 속으로

 

꽃도 서성일 시간이 필요하다

 

집에서 덕진연못까지는

자전거로 십오 분 거리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동안

연꽃은 눈 세수라도 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처럼 신호등에 한 번도 안 걸린 날은

연못 입구에서 조금 서성이다 간다

연밭을 둘러보니 어제 꽃봉오리 그대로다

, 내가 너무 서둘렀구나

 

꽃도 서성일 시간이 필요한 것을

 

 

목숨 건 꽃들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나

연꽃 보러 간다

아침에 눈 뜰 이유가 생긴 것은

좋은 일이다

 

고작 연꽃 보러 가는 것이

눈뜰 이유라니?

생을 무겁게 생각하는 이가

던질 만한 물음이다

 

나는 가벼운 사람이라

연꽃 보러 가는 일에도

목숨을 건다

 

오늘처럼

안개비가 내리는 날에는

우산 쓰고 자전거를 타고 간다

 

비바람에 후드득 떨어지는 꽃잎들

 

연꽃밭에는

목숨 건 꽃들이 많다

 

 

 

참새 한 마리

연밭에서 해묵은 줄기에 매달려

아침 식사 중이다

 

그 장면을 딱 잡았다

헌데, 나도 목덜미를 잡힌 것처럼

침묵 속에서 시간이 흘러갔다

 

, 볼품없이

깨지고 상처 난 연밥들이

죄다 새들의 밥이었던 거네

 

그 꾀죄죄한 것들이

밥 멕이고 남은 흔적이었던 거네

 

, 구순 장모님

축 늘어진 난닝구 속이었던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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