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 간행도서

주요섭 소설 전집 2 <의학박사, 시계당 주인 외>

by 푸른사상 2023. 8. 2.

 

분류--문학(소설)

 

의학박사, 시계당 주인 외

 

주요섭 지음|정정호 책임편집|주요섭 소설 전집 2|153×224×15mm|320쪽

29,000원|ISBN 979-11-308-2075-0 04810|2023.7.25

 

 

■ 도서 소개

 

시대의 풍정과 전망을 리얼하게 그려낸 큰 작가 주요섭의 중단편소설

 

주요섭의 소설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주요섭 소설 전집』(정정호 책임편집)을 푸른사상에서 간행했다. 한국 문학사에서 세계시민으로서의 시대적 풍정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준 주요섭 소설의 진면목을 이 전집에서 만날 수 있다. 제2권에는 「의학박사」 「시계당 주인」을 비롯해 1937년부터 1954년까지 발표된 12편의 단편소설을 수록했다.

 

 

■ 작가 소개

 

주요섭 (朱耀燮, 1902~1972)

소설가. 호는 여심(餘心). 평양 출신. 시인 주요한(朱耀翰)의 아우이다. 평양에서 성장하였다. 평양의 숭덕소학교, 중국 쑤저우 안세이중학, 상하이 후장대학 부속중학교를 거쳐 후장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하였다. 미국으로 유학하여 스탠퍼드대학원에서 교육심리학을 전공했으며 중국의 베이징 푸렌대학, 경희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국제PEN 한국본부 회장을 역임했다. 1921년 단편소설 「이미 떠난 어린 벗」 「치운 밤」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인력거꾼」 「사랑손님과 어머니」 등 39편의 단편소설, 「첫사랑 값」 「미완성」 등 4편의 중편소설, 『구름을 잡으려고』와 『길』(1953) 등 4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영문 중편소설 「김유신(Kim Yu-Shin)」(1947), 영문 장편소설 『흰 수탉의 숲(The Forest of the White Cock)』(1962)도 남겼다.

 

 

■ 엮은이 소개

 

정정호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 및 같은 대학원 영어영문학과 석·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미국 위스콘신(밀워키) 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국영어영문학 회장, 한국비평이론학회장, 국제비교문학회(ICLA)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대표 저서로 『영미문학비평론』 『비교세계문학론』 『문학의 타작』 등이 있으며, 역서로 『현대문학이론』 『사랑의 철학 : P. B. 셸리의 시와 시론』 등이 있다. 현재 문학비평가, 국제PEN 한국본부 번역원장,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 목차

 

▪책머리에

 

왜 왓든고?

의학박사

죽마지우

낙랑고분의 비밀

입을 열어 말하라

눈은 눈으로

시계당 주인

극진한 사랑

대학교수와 모리배

혼혈

이십오 년

해방 1주년

 

▪작품 해설

▪주요섭 연보

▪작품 연보

 

 

■ '책머리에' 중에서

 

2022년은 소설가 여심(餘心) 주요섭(朱耀燮, 1902~1972) 탄생 120주기이고 서거 50주기였다.

주요섭은 1920년 1월 3일 『매일신보』에 처녀작 단편소설 「이미 떠난 어린 벗」 발표를 시작으로 1972년 타계할 때까지 50여 년간 단편소설 39여 편, 중편소설 6편, 그리고 장편소설 6편을 써냈다. 주요섭은 1934년부터 9년간 베이징의 푸런(輔仁)대학에서 영문학 교수, 1953년부터 1967년까지 14년간 경희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한 것 외에도 수많은 사회활동을 하였기에 전업작가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가 발표한 작품 수를 볼 때 결코 적게 쓴 과작(寡作)의 작가는 아니었다. (중략)

주요섭은 흔히 말하는 ‘위대한’ 작가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우리에게 ‘필수적인’ 작가이다. 적어도 1910년 한일 강제 병합 이후 해방공간과 6·25 전쟁을 겪은 그의 소설들은 한반도의 경제·문화·정치의 양상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 영국 작가 조지 오웰, 중국 작가 루쉰, 러시아의 톨스토이도 각 국가의 ‘필수적인 작가’들이다. 주요섭은 평양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고 중국 상하이에서 7년, 베이징에서 9년, 미국에서 최소 2년 반, 일본에서 수년간, 그 후 주로 서울에서 살았다. 20세기 초중반 기준으로 볼 때 소설가 주요섭은 한국 문학사 최초의 세계시민이었으며, 전 지구적 안목을 가지고 국제적 주제를 다룬 한국 문학에서 보기 드문 작가였다.

그동안 주요섭 소설들은 단편소설 위주로 소개되고 논의되었다. 지금까지 출간된 십수 종의 작품집들을 보면 주로 「인력거꾼」, 「사랑손님과 어머니」 등의 단편소설 위주로 중복 출판을 이어왔다. 중편소설 「미완성」과 「첫사랑 값」, 장편소설 『구름을 찾으려고』와 『길』은 출판되었다. 그러나 상당수의 단편들과 중편, 장편들은 거의 출판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주요섭의 소설 문학에 대한 전체적인 논의와 조망은 불가능하다. 편자는 수년 전 이러한 주요섭 소설 문학에 편향된 시각과 몰이해를 일부나마 교정하기 위해 주요섭 장편소설 4편을 모두 신문과 문예지에 연재되었던 원문과 일일이 대조하여 출간한 바 있다.

이번에는 단편소설 39편 전부와 중편소설 4편 전부를 가능한 한 원문 대조 과정을 거쳐 출판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명실공히 주요섭 소설 세계의 전모가 드러날 수 있게 된다. 뒤늦었지만 이제 일반 독자들은 물론 연구자들도 주요섭 문학에 대한 새로운 그리고 총체적인 접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단편소설 39편 전부와 중편소설 4편 전부를 가능한 한 원문 대조 과정을 거쳐 출판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명실공히 주요섭 소설 세계의 전모가 드러날 수 있게 된다. 뒤늦었지만 이제 일반 독자들은 물론 연구자들도 주요섭 문학에 대한 새로운 그리고 총체적인 접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추천의 글

 

주요섭은 진폭이 큰 작가이다. 이 ‘큰 작가’를 대표작의 울타리에서 풀어주어야 한다. 이는 문학을 다루는 이들의 책무이다. 주요섭은 「사랑손님과 어머니」라는 대표작의 울타리에 갇혀 있다. 「인력거꾼」 「살인」 등 단편도 대표작의 또 다른 울타리이다. 작가를 대표작의 울타리에서 풀어주기 위해서는 ‘전집’을 기획해야 한다. 전집은 어느 작가를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의욕과 문학적 사명을 반영한다. 현실여건을 넘어서는 출판의 사명감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번에 내는 중단편소설들은 작가 주요섭을 전체적으로 다루는 계기가 될 것이다.

‘큰 작가’는 한두 마디로 규정되기를 스스로 거부한다. 주요섭은 지극한 섬세성과 광대한 전망을 동시에 포괄하는 작가 정신을 실천한 작가이다. 전체성에 대한 욕구 그 자체가 소설의 본령이다. 주요섭은 단편을 통해 인간 심성을 섬세하게 드러냈고, 『첫사랑 값』 『셀스 껄』 『미완성』 『떠름한 로맨스』 등 중편소설을 통해서는 시대의 풍정과 전망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이 전집이 주요섭 이해와 연구의 바탕이 될 것은 물론, 작가의 소설사적 위상을 드높이는 도약대가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우한용(소설가, 서울대 명예교수)

 

 

■ 작품 세계

 

주요섭은 상하이에 유학하고 있을 때 도산 안창호가 설립한 흥사단에 가입했고, 그 후 조선 독립을 은밀히 도왔다는 혐의로 1943년에 베이징 일본 경찰 특고계에 체포되어 유치장에서 거의 10개월 동안 고문 등 갖은 고초를 당했다. 당시 소장했던 소지품과 서적 및 이미 완성한 영문 장편소설 원고까지 압수당했고 그 후 모두 분실되었다. 10개월 만에 풀려난 주요섭은 베이징에서 추방되어 고향인 평양에 칩거했다. 내선일체, 동조동본, 정신대(挺身隊) 징발, 신사 참배, 일본어 강제 사용, 창씨개명, 공물 헌납, 학병 강제 모집 등에 시달리던 그 당시에는 문인들이 글을 쓰지 않는 것이 오히려 애국하는 길이었다.

그 당시 문인들의 일제에 대한 ‘소극적 반항’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었다. 일부러 천한 직업에 종사하기, 산속에 은거하기, 신문 잡지에 글 안 내기 등이 모두 무저항운동의 일환이었다. 주요섭의 해방 후 첫 단편소설 「입을 열어 말하라」는 그동안 입을 열지도 못하고 글도 발표하지 못했던 일제강점기 말기의 강요당한 침묵의 시대를 타고 넘어가기 위한 작가로서의 하나의 선언인 셈이다. 이제 해방되었으니 마음대로 자유롭게 말하고 쓰는 자유가 보장되었고 그동안 억눌렸던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구사하라고 민중 모두에게 권유하고 있다. 제2권의 첫 수록작인 「왜 왔던고?」는 1937년 『여성』 11월호에 발표되었다. 일제강점기 중 그 시기는 한반도에서 우리 민족에 대한 일제의 억압과 착취가 정점으로 치달은 시기였다. 주요섭은 이 궁핍한 시대에 중국 베이징의 가톨릭계 푸런대학교에서 1934년부터 문학 교수로 봉직하였다. (중략)

1945년 8월 15일 조선반도는 해방되었다. 남한에 미군이 진주하였고 이승만 박사가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주요섭은 사실상 중국에서 추방된 1943년부터 1945년 해방까지 거의 작품 활동을 할 수 없었다. 그가 다시 소설을 쓰기 위해 펜을 든 것은 1946년 『신문학』 11월 초에 단편소설 「입을 열어 말하라」를 발표하면서였다. 해방 직후 미 군정 시대에 발표된 이 소설은 조선인들이 일제강점기에 할 말도 못 하고 지내던 때를 생각하며 이제 마음껏 소리 지르고 떠들고 말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주요섭은 이어 발표한 「눈은 눈으로」, 「시계당 주인」, 「극진한 사랑」, 「대학교수와 모리배」에서 해방공간의 이념 갈등과 혼란 속의 한국 사회를 적나라하게 그렸다.

 

 

■ 출판사 리뷰

 

한국 문학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소설가 주요섭(1902~1972)의 작품을 묶어 정정호 교수가 『주요섭 소설 전집』으로 엮었다. 1920년 『대한매일신문』에 실린 단편소설 「이미 떠난 어린 벗」부터 주요섭이 타계한 뒤 1973년에 발표된 단편소설 「여수」까지의 단편소설 39편이 1~3권에 수록되었고, 중편소설 4편은 4권에 실렸다. 한국전쟁과 해방공간 등 격동의 근현대사를 거쳐오며 시대적 풍정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준 주요섭 소설 세계의 진면목을 이 전집을 통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주요섭 작가는 소설뿐 아니라 산문과 시 창작, 영문학 교수, 번역가, 언론인 등 다방면으로 재능을 보였다. 평양에서 태어나 중국, 미국, 일본, 서울 등지에서 활동했던 그는 20세기 초중반 기준에서 한국 문학사 최초의 세계시민이자 전 지구적 안목을 가지고 국제적 주제를 다루어 한국 문단에서는 보기 드문 작가였다. 「인력거꾼」, 「사랑손님과 어머니 외」 등의 단편소설은 잘 알려 있지만, 우리 학계와 문단에서 소설가로서 충분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전집에서는 단편소설 39편 전부와 중편소설 4편 전부를 가능한 한 원문 대조 과정을 거쳐 내놓는다.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과 서사를 갖춘 주요섭 작가를 이 전집에서 조명함으로써 주요섭에 대한 논의가 한층 폭넓게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제2권 『의학박사, 시계당 주인 외』에는 1937년 후반부터 1954년까지 발표된 12편의 단편소설이 실렸다. 수록 작품은 발표 연도순으로 「왜 왔든고?」, 「의학박사」, 「죽마지우(竹馬之友)」, 「낙랑고분의 비밀」, 해방 이후의 첫 단편소설인 「입을 열어 말하라」와 「눈은 눈으로」, 「시계당 주인」 등이 있다. 우리 민족에 대한 일제의 억압과 착취가 정점에 이르던 궁핍한 시기와 해방공간의 이념 갈등, 혼란 속의 한국 사회를 적나라하게 그렸다.

 

 

■ 작품 속으로

 

“무얼 그러케 놀래나? 항다반이지. 더군다나 조선서는 아직 설비가 불완전해서 어쩔 도리가 없는걸. 방금 그 늙으니만 해두 첫째 몽혼제루 ‘이-터’를 사용해서는 안 될 것인데, 그런 늙으니는 ‘까스’를 써야 하지. 그런 걸 알기는 알어두 여기는 그 설비가 없는 걸 어쩌는가. 또 피가 부족될 때에는 즉시로 당장에 수혈을 해가면서 수술을 계속할 수 잇는 설비가 앗어야 할 텐데, 어디 그런 설비가 조선에야 잇어야 말이지. 불란서 파리 같은 데에서는 여러 타입의 피를 전부 갖후어 보관 진열해두구 주문이 오는 대루 비행기루 배달을 하두룩 설비가 되어 잇다니깐…… 설비 불완전을 의사의 책임으로 밀 수는 없지.” (「의학박사」, 54~55쪽)

 

기절했는지 죽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거듭 생각하면서도 차마 방 안으로 들어설 수가 없었다. 멍하니 서 있는 그의 마음에는 뒤늦게나마 분노와 적개심과 연민의 정이 솟아올랐다. 그 순간 그의 머리에는 아내와 처음 만나던 날의 회상, 이십여 년 같이 살아오는 동안 겪어온 행복과 불행, 파란곡절, 그리고 일본이 망하기 일 년 전에 일본 군대에게 끌려간 뒤 여태 살았는지 죽었는지 소식을 모르는 외아들 등의 얼굴이 환등처럼 지나갔다. 이런 생각에 잠긴 그는 눈을 감고 서 있는 것이었다.

입을 틀어막고 흐느껴 우는 아내의 신음 소리가 들렸다. 그는 눈을 떴다. 몸을 도사리고, 치맛자락으로 입을 막고, 어깨를 들먹거리는 아내의 모습. 언뜻 그의 눈에서도 뜨거운 눈물이 샘솟았다.

아! 연약한 조선의 아내여, 딸이여, 어머니여, 할머니여! 아, 비겁한 조선의 남편이여, 아들이여, 아버지여, 할아버지여!

울 줄밖에 모르는 이 민족. (「시계당 주인」, 171쪽)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