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 간행도서

김옥성 소설, <붉은배새매의 계절>

by 푸른사상 2023. 7. 24.

 

분류--문학(소설)

 

붉은배새매의 계절

 

김옥성 지음|푸른사상 소설선 49|146×210×14mm|216쪽

17,000원|ISBN 979-11-308-2079-8 03810 | 2023.8.4

 

 

■ 도서 소개

 

매와 소년이 나누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우정

 

김옥성 소설가(단국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생태주의 성장소설 『붉은배새매의 계절』이 <푸른사상 소설선 49>로 출간되었다. 조류학자를 꿈꾸는 한 소년이 천연기념물인 붉은배새매를 구조한 뒤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는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교감하고 성장하는 모습은 현대인들에게 생명력의 소중함은 물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해준다.

 

 

■ 작가 소개

 

김옥성

1973년 전남 순천의 농가에서 나고 자랐다. 오랜 시간 생태적 사유와 종교적 상상을 천착해온 시인이자 소설가이고 생태인문학자이다.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현대시학 교수이다. 문학과환경학회 부회장을 역임하였다.

서울대학교 인문대 종교학과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하였다. 1996년 대학문학상 시 부문, 1997년 대학문학상 평론 부문을 수상하였으며, 2013년 김준오시학상을 받았다. 2003년 『진주신문』 가을문예와 『문학과경계』에서 소설로, 2007년 『시사사』에서 시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도살된 황소를 위한 기도』가 있으며, 주요 학술서로 『한국 현대시와 불교 생태학』, 『한국 현대시와 종교 생태학』(김준오시학상), 『현대시의 신비주의와 종교적 미학』(2008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한국 현대시의 전통과 불교적 시학』(2006년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외 다수가 있다.

 

 

■ 목차

 

▪작가의 말

 

4학년 /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꾀꼬리 / 월남 용사 / 첫 만남 / 장마 / 관측소 / 여름방학 / 황금 참외의 비밀 / 형의 방학 / 첫 비행 / 개학 / 과학 경시대회 / 추석 / 뱀 사냥 / 작별 인사 / 국사봉 너머 / 붉은배새매의 기억

 

▪작품 해설 : 보이지 않는 세계를 좇는 매-소년의 여행_ 김미지

▪추천의 글

                인간과 자연의 소통에 대한 소중한 증언_ 나태주

                단숨에 읽어낸 시골 소년의 숲속 모험_ 박찬순

                서로를 보살피고 배려했던 소년과 새_ 박상률

 

 

■ '작가의 말' 중에서

 

어쩌면 첫사랑 이야기이다.

그때로부터 40여 년이 지났다. 하지만 내 심장 안에는 산골짜기 조류 소년이 아직도 뛰어다닌다. 나에게는 숲속을 탐험하는 일이 언제나 우선이다. 그에 비한다면 올림픽도, 프로야구와 월드컵도,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도 모두 시시하다. 자연과 하나가 되어 뛰어놀던 어린 시절은 나의 에덴이다.

자연과 문학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분야가 생태문학이었으므로, 나는 오랜 시간 그 분야에 진지하게 관심을 기울여왔다. 내가 생태문학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끈질기게 붙들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 바로 수진이의 기억이다.

그 기억은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언제나 내가 자연의 일부이며 형제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주었다.

내가 꾸었던 조류학자의 꿈은 문학적인 환상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나는 문학적인 방식으로 그 꿈을 조금씩 성취해왔는지도 모른다.

 

마침내 최초의 모험에 매듭을 짓는다.

이제 또 다른 계절을 향해 매처럼 날개를 펼쳐야겠다.

 

새와 자연과 동심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선물하고 싶다.

 

 

■ 추천의 글

 

우선은 유년 시절에 대한 회상이고 아름다웠던 날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김옥성 작가는 자신의 유년 체험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교감하고 소통했던가를 실감 있는 증언으로 확인시켜줍니다. 어른이 읽으면 잃어버린 낙토를 회복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어린 영혼이 읽으면 미래의 삶에 대한 안내가 되어 줄 것으로 믿어집니다.

― 나태주(시인, 『풀꽃』의 저자)

 

시골집 대청마루에 엎드려 숙제를 하던 소년은 새의 소리에 홀려 숲으로 들어가고 그들의 말소리를 알아들으며 친구가 된다. 가슴에 아직도 산골 다람쥐가 뛰어노는 작가는 아스팔트 위에서 자란 도시민에게 잃어버린 자연의 세계를 축복처럼 고스란히 들려준다.

― 박찬순(소설가, 『발해풍의 정원』 저자)

 

보살핌은 배려이다. 『붉은배새매의 계절』은 어른이 된 ‘나’의 성장담이다. 그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붉은배새매의 보살핌이 크다고 여겨진다. 얼핏 보면 ‘나’가 새를 보살핀 것 같지만 기실은 매가 ‘나’를 보살폈다. 매를 돌보면서 ‘나’가 성장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매가 ‘나’를 배려했다 싶다!

― 박상률(청소년문학가, 『봄바람』의 저자)

 

 

■ 작품 세계

 

끝없이 광활하기만 한 우주에 대한 풍문은 오랜 세월 인간을 사로잡아왔고, 인류는 그 비밀을 찾으려 또 그만큼 오랜 시간을 달려왔다. 지구 바깥의 아득한 먼 곳들, 실체도 실루엣도 마냥 깜깜할 뿐인 먼 존재들을 향해 동경과 추파를 던지기에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그곳은 얼마나 신비할까 아름다울까 놀라울까 상상하며. 그러나 이 자그마하나 웅숭깊은 소설 『붉은배새매의 계절』은 새삼 절실히 깨닫게 한다. 그 신비롭고 아름다운 우주는 우리 안에 그리고 우리 곁에 더 넓고 깊게 펼쳐져 있다는 것을. 곁에 있었고 한결같았음에도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것을 잊고 살아왔는가를.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새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던, 새를 타고 세계를 일주하고 싶었던, 전설 속의 만화 속의 주인공 같은 소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때까치, 붉은머리오목눈이, 굴뚝새, 동박새, 촉새, 휘파람새, 곤줄박이, 노랑턱멧새, 할미새, 직박구리, 호랑지빠귀, 찌르레기, 후투티, 물총새, 호반새, 꼬마물떼새, 홍머리오리, 흰뺨검둥오리. 이 고유한 색채를 내뿜는 아름다운 이름들을 되뇌며 소설 속 소년과 함께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그 새들이 날아오르고 깃드는 시공간의 크기만큼 점점 커져가는 우주를 경험하게 된다. (중략)

우리는 자연과 친구가 되고 동물과 교감하는, 자연과 일체인 상태를 추억하고 또 갈망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알고 있다. 원래 자연의 일부였던 인간의 잃어버린 고향과 그로 인해 궁핍해진 시대에 대한 이야기들도. 김옥성 작가의 『붉은배새매의 계절』은 인간이 추방해버린 자연과의 교감 능력 또는 일체감의 기억이자 잃어버린 그 세계에 대한 갈망의 기록이다. 그런데 까치도 비둘기도 까마귀도 아닌 매라니. 그 교감과 동지애의 주인공이 붉은배새매라는 이름도 생소한 천연기념물이라니. 이 소설의 비범함은 여기서부터 이미 예정된 일일 수밖에.

― 김미지(단국대 교수, 문학평론가)

 

 

■ 출판사 리뷰

 

자연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위한 동화이자 성장소설

매와 소년이 펼치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우정의 드라마

 

자연과 새를 사랑하는 한 소년과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붉은배새매가 나눈 아름다운 우정의 드라마가 이 책에 펼쳐진다. 『붉은배새매의 계절』은 숲속을 탐험하고 자연을 가로지르며 뛰어놀던 유년 시절을 겪은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새들이 하는 소리를 듣고 자연과 친구 되어 함께 교감하고 성장하는 이 이야기는 잃어버린 동심과 생태를 고스란히 복원한다. 도로는 온통 아스팔트로 뒤덮이고 공기와 물과 땅이 죽어가며 뭇 생명이 고통받는 오늘의 시대에 생명력과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1980년대 농촌 마을이 배경인 이 소설은 저자가 어린 시절 붉은배새매를 구조하여 기른 체험을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둥지를 찾아 숲속을 탐험하던 소년은 만화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거위나 기러기를 타고 세계를 일주하는 꿈을 꾸기도 한다. 초등학교 4학년으로 진급하며 조류학자라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된 소년은, 어느 날 운명적인 사건을 맞이한다. 둥지에서 떨어져 다친 아기 새를 발견한 소년은 온갖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 어엿한 어른 새로 키워낸다. 소년은 야생에서 살아가는 매를 길들여 친구로 만드는 용기와 인내, 아무 대가도 목적도 없는 사랑, 만남 뒤에는 이별이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때로는 동화적인 발랄함으로, 때로는 진지함으로 자연과 인간의 접촉과 교감의 과정을 경이롭게 그려내고 있다. 자연 속에서 함께 성장하는 소년의 모습은 생태적 학습과 성장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청소년들에게는 생태주의 성장소설로서의 교육적 의미가 있으며, 어른들은 잃어버린 동심의 세계로 초대받을 수 있다. 애조인들은 야생 맹금의 생태에 대한 살아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숲의 나무들이 햇살과 물을 나눌 때 더 튼튼히 자랄 수 있듯, 서로를 보살피며 함께 살아가는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 작품 속으로

 

아주아주 어렸을 때 나는 새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물론 새소리를 사람의 말과 똑같이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래!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듣기만 하면 느낌이 따악 왔다.

어미 제비가 먹이를 물어 오면 처마 밑에서 어김없이 새끼 제비들이 ‘배고파 배고파 밥 줘 밥 줘’라고 재잘거렸다. 저물녘에 ‘아이 추워! 어서 따뜻한 방에 누워야지!’라고 말하는 박새를 따라가면 틀림없이 둥지가 있었다. 때까치가 ‘어휴, 저 악당 또 나타났네!’ 하고 말하는 곳을 보면 거짓말처럼 길고양이가 몸을 숨기고 있었다. 어른들에게는 아무 일도 없는 조용한 날들일지라도 내게는 온갖 새들의 잡다한 말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는 특별한 나날이었던 것이다.

(11~12쪽)

 

녀석은 들이받기라도 할 기세로 코앞까지 접근하고 있었다. 2미터, 1미터, 50센티미터……. 매의 부리가 내 눈알에 박히고 말 것 같았다.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거의 동시에 매도 방향을 바꾸어 하늘 높이 치솟았다. 매의 깃이 일으키는 바람이 뺨을 스쳤다. 30센티미터나 아니면 20센티미터까지 접근했던 것 같다. 고작 2~3미터까지 접근했다가 방향을 트는 꾀꼬리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가까운 거리였다. 곡예비행하는 솜씨나 속도, 어느 면에서도 꾀꼬리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자칫 방심했다가는 녀석이 정말로 눈알을 채어 갈 것만 같았다.

(55쪽)

 

녀석은 파닥파닥 힘차게 날갯짓을 하면서 순식간에 아주 높이 치솟았다. 내 머리 위를 지나쳤다. 나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녀석을 올려다보았다. 녀석은 벌써 높은 하늘에서 날개를 멈춘 채 천천히 선회하고 있었다. 날개 아래쪽으로 유조들에게만 있는 갈색 얼룩 줄무늬가 도드라져 보였다. 녀석이 날개를 놀리지 않고 바람을 탈 때는 작은 비행기를 올려다보는 기분이었다.

나는 피라미를 든 손을 높이 치켜올리면서 다시 한번 휘파람을 세게 불었다. 녀석은 날개를 수평으로 펼치고 마치 종이비행기처럼 나를 향해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내 손은 스치지도 않고 정확하게 피라미를 낚아챘다. 그러고는 방죽에 내려앉았다.

(124~125쪽)

 

녀석이 앉은 왼손을 높이 치켜들었다가 가볍게 빼내면 부드럽게 날아올랐다. 벌판을 한 바퀴 돌고는 다시 돌아와 내 손가락 횃대에 내려앉았다. 제법 오랫동안 몇 바퀴나 공중을 선회하다가 돌아오기도 했다. 이제 수진이와 나는 호흡이 척척 맞는 완벽한 비행단 듀오가 되어 있었다. 녀석은 고추잠자리가 가득한 황금빛 들녘을 훨훨 잘도 날았다.

(161쪽)

 

남쪽에서 마파람이 거세게 불어왔다. 나는 눈을 치뜨고 바람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매가 활상할 때 날개를 펼치는 것처럼 두 팔을 활짝 뻗어 올렸다. 슛슛 소리를 내며 겨드랑이 사이로 바람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두 팔이 날개처럼 느껴졌다. 상승기류를 타고 정지 비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우주인들처럼 지구 중력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달의 표면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발을 살짝 구르기만 하면 그대로 하늘로 둥실 떠오를 것 같았다.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마파람에 연하게 실려 왔다. 조금 시간이 흐른 뒤에는 바람에 묻어 있는 수진이의 깃털 냄새도 맡아냈다. 그 남풍에서 수진이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남쪽 바다 위의 하늘에 떠 있는 녀석의 모습을 생생하게 상상했다.

(186~187쪽)

 

밤에도 별자리의 안내를 받아 길을 찾고, 낮에는 태양의 편광으로 방향을 가늠한다. 또 어떤 새들은 자기장이 인도해주기도 한다. 지도나 나침반도 없이 그런 식으로 철새들은 수백 수천 킬로미터를 밤낮으로 날아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북극제비갈매기들 같은 경우는 3만 8천 킬로미터나 되는 창공을 가로질러 매년 남북극을 왕복한다고 한다.

(198쪽)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