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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간행도서

유민영 산문집, <지나간 것은 모두 아름답다>

by 푸른사상 2023. 3. 31.

분류--문학(산문)

 

지나간 것은 모두 아름답다

 

유민영 지음|푸른사상 산문선 50|150×210×21mm(하드커버)|296쪽

26,000원|ISBN 979-11-308-2021-7 03810 | 2023.4.6

 

 

■ 도서 소개

 

인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여정

 

연극평론가 유민영 교수(단국대학교 명예교수)의 산문집 『지나간 것은 모두 아름답다』가 <푸른사상 산문선 50>으로 출간되었다. 혼란한 우리 근대사의 뒤안길을 걸어온 유년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인생 여정을 스케치한 산문집이다. 한국 연극 근현대사의 살아 있는 증인이자 연극비평의 방법을 정립시킨 선구자로서 이 산문집에서는 공연예술에 관한 갖가지 단상도 만나볼 수 있다.

 

 

■ 작가 소개

 

유민영

경기도 용인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및 같은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오스트리아 빈대학교 연극학과에서 수학하였다. 연극평론가이며 문학박사. 한양대학교 국문학과 교수와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학장, 방송위원회 위원, 예술의전당 이사장,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장 및 석좌교수를 역임하였다. 현재 단국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 연극 산고』 『한국 현대 희곡사』 『한국 연극의 미학』 『전통극과 현대극』 『한국 연극의 위상』 『한국 근대연극사』 『한국 근대 극장변천사』 『20세기 후반의 연극문화』 『문화공간 개혁과 예술발전』 『한국 인물 연극사』 『한국 연극의 사적 성찰과 지향』 『한국 근대연극사 신론』 『인생과 연극의 흔적』 『한국 연극의 아버지 동랑 유치진-유치진 평전』 『한국 연극의 거인 이해랑』 『무대 위 세상 무대 밖 세상』 『예술경영으로 본 극장사론』 『풍성한 문화예술계의 명암』 『사의 찬미와 함께 난파하다-윤심덕과 김우진』 『21세기에 돌아보는 한국 연극운동사』 등이 있다.

 

 

■ 목차

 

▪작가의 말

 

제1부 지나간 것은 아름답다

소쩍새 울면 / 참새 두 마리 / 애총(兒塚) / 정처를 향한 긴 도정(道程) / 나는 헤세 덕분에 망했다(?) / 유성(流星)처럼 스쳤던 첫 직장 / 수유리 사는 재미 / 보리(菩提)의 죽음 / 북구행 열차의 창가에 앉아 / 상실의 계절 / 매미 / 나의 서재 / 잃어버린 고향 / 해 저물어가는데 홀로 여인숙 찾기

 

제2부 전통문화예술에 대한 새로운 접근

유랑예인단의 애환과 흥망성쇠― 남사당패를 중심으로 / 기생, 전통사회의 여성 예술가 / 탈춤, 풍자의 춤사위에 민중의 소리를 담다― <봉산탈춤>을 중심으로 / 판소리 <심청가>는 효도극인가? / 꼭두각시 인형극에 대하여 / 조선시대 궁중 언로(言路) ‘소학지희’에 대하여 / 우리 시대 국창의 아름다운 사모곡― 안숙선의 이야기창극 <두 사랑> / 마지막 광대 김덕수 / 훌륭한 기업가 백성학 회장의 영화예술 사랑― 단성사 영화역사관의 개관에 부쳐

 

제3부 문화예술계 편편상(片片相)

최초의 트로트 작사가 왕평 / 초창기 여배우 이월화(李月華)의 드라마틱한 삶 / 외원내방(外圓內方)의 덕인 이해랑 / 40여 년간 지켜본 인간 차범석 / 원로 셰익스피어 학자의 마지막 선물― 신정옥의 『한극 신극과 셰익스피어 수용사』 / 스타 연출가의 노익장― 정일성 연출의 <아비> 공연에 부쳐 / 한국의 사라 베르나르, 배우 손숙 이야기 / 한국 연극사에 우뚝한 새로운 이정표― 김미혜 완역 『헨리크 입센 희곡전집』 / 무대미술로 기록한 지방 연극사― 민병구가 기록한 무대미술사 / 극단 신협, 한국 주류연극의 중추 / 초심을 잊지 말기를― 국립극장 70주년을 돌아보며 / 헨리크 입센의 한국 수용에 대하여― 용아 박용철의 번역을 중심으로 / 한국 연극의 등대가 되어준 이해랑연극상 / 뮤지컬 전성시대― 30주년 맞은 뮤지컬 전문극단 신시컴퍼니를 바라보며 / 강원도 연극의 꿈나무― 강원도립극단 10년에 부쳐 / 젊은이들에게 나라의 희망이―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세태에 대한 단상

 

 

■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책을 만들면서 ‘인생이란 아름다움을 발견해가는 과정인 것 같다’라고 정의하니까 내가 젊은 시절에 겪었던 씁쓸한 경험도 아름답게 치장되는 것 같아 혼자 씩 웃기도 했다. 지금 80대 이상인 세대들은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참으로 우리 근대사의 여러 가지 굴곡을 다 겪었기 때문에 아픈 추억과 상처를 마음속에 지니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초근목피의 농경사회로부터 단기간에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느라 얼마나 정치 경제사회가 요동을 쳤겠는가. 그런 와중에 끼어 자란 한 개인의 성장통을 가볍게 스케치한 것이 이 책의 제1부라고 말할 수가 있겠다. 세계적인 부조리극 작가 외젠 이오네스코는 일찍이 유년 시절에 겪었던 경험, 충격 같은 것이 후일 작품의 모티브가 된다고 했는데, 그 말은 학문을 해온 내게도 적용되는 말인 것 같아 흥미롭다.

제2부는 우리 전통 예술에 대한 일반의 무지 혹은 편견을 바로잡고 그 진정한 가치를 설명한 것인데, 범주는 아무래도 필자의 전공인 공연예술 분야에 한정되어 있음을 밝힌다. 그리고 제3부에서는 개화기 이후 우리의 공연예술을 이끌어온 몇몇 인물들의 숨은 이야기에서부터 두드러진 공연단체와 국립극장, 그리고 연극계를 대표하는 이해랑연극상의 역사와 방향 등을 짚어보았다.

이 책에 모은 글들은 내 고향 용인시 발간의 쿼털리 『인아트』에 게재되었던 것이 상당수이고 다른 잡지들에 게재되었던 것과 새로 쓴 글들을 체제에 맞도록 편제했다.

 

 

■ 출판사 리뷰

 

한국 연극 근현대사의 살아 있는 증인이자 국문학적인 시각에서 한국 현대 연극사와 연극비평의 방법을 정립시킨 선구자인 유민영 교수의 인생 자취가 산문집 『지나간 것은 모두 아름답다』에 펼쳐진다. 그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혼란했던 우리 근대사의 뒤안길을 걸어오면서 몸소 겪었던 전쟁, 고학 생활, 군 복무 등의 아픈 추억과 상처들을 책에 생생하게 술회하고 있다. ‘인생이란 아름다움을 발견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듯, 살아가다 보면 갖은 고난과 역경을 겪게 마련이지만 그 속에서 한 떨기 꽃 같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걸림돌이라고 생각했던 시련들이 결국은 인생의 밑거름이 되어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주는 것이다.

이 책의 1부는 굴곡진 시대를 지나오며 자란 한 개인의 성장통과 기억의 편린을 스케치한 것이다.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 참새 두 마리를 잡았으나 죄책감에 시달렸던 아픈 기억, 유성처럼 스쳐 지나갔던 첫 직장과 군 입대, 학문적 방황, 서재에 관한 단상 등이 눈길을 끈다. 2부에서는 우리 전통예술에 대한 일반의 무지 혹은 편견을 바로잡고자 그 진정한 가치를 설명한 글들이 실려 있다. 남사당패를 중심으로 한 유랑예인단의 애환, 기생, 탈춤, 판소리 등 공연예술에 관한 글들이다. 3부에서는 개화기 이후 우리의 공연예술을 이끌어온 최초 트로트 작자가 왕평, 초창기 여배우 이월화, 차범석, 손숙 등의 숨은 이야기부터 공연단체와 국립극장, 그리고 연극계를 대표하는 이해랑연극상의 역사와 방향을 짚어본다.

사방에 철쭉꽃이 빨갛게 피는 초여름날, 눈부신 조명 아래 공중을 훨훨 날아다니는 소년 소녀들의 줄타기, 아슬아슬한 외발자전거, 그리고 코끼리와 원숭이들의 곡예를 생전 처음 구경하고 서커스에 도취되었던 한 소년이 있었다. 돌아올 서커스단을 기다리던 소년은 전쟁과 죽음의 트라우마를 겪고 세월이 흘러 연극학자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유년의 저자를 매료시킨 서커스단처럼 이 책이 독자들에게 인생의 중요한 무언가를 발견할 원동력이 되기를 바란다.

 

 

■ 작품 속으로

 

떨떠름한 상태에서 그 L 교수의 부탁을 받고 여름방학 동안 국립도서관을 다니며 자료를 뽑는 일을 도우면서 나 나름대로 이것저것 뒤적여보니 연극사에 관한 양서들은 여럿 있었는데, 국내에서는 경성제대 조선어학과 출신의 요절한 김재철이 『조선연극사』를 낸 것이 유일했음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분야야말로 개척할 만한 학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퍼뜩 소년 시절에 나를 경탄시켰던 서커스단이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왜냐하면 서커스도 일종의 연극이 아닌가 생각되면서 그 젊은 L 교수와 서커스단 단장이 오버랩되었다. 두 사람은 비슷한 또래의 핸섬한 멋쟁이였다. 솔직히 난 당시에 간절히 기다리던 그 서커스단이 다시 왔으면 따라나섰을지도 모를 만큼 서커스에 푹 빠져 있었다. 그랬으면 나는 서커스단에서 잔심부름부터 시작하여 여러 기술을 익힌 단원으로 전국을 떠돌아다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속으로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18쪽)

 

이 단체는 마을 수호신의 상징이라 할 솟대를 한가운데 세워놓고 풍물을 비롯하여 솟대타기, 죽방울 돌리기, 탈춤, 가무, 땅재주, 줄타기, 굿놀이, 곡예, 재담 등 각종 기예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그들의 레퍼토리는 가무체기(歌舞體技)가 주를 이루었고 식자들에게는 하찮게 보일지 모르지만 해학과 풍자 속에는 당시 민중들의 사회관, 인생관이 함축되어 있었다.

이렇게 여러 형태의 유랑예인단들이 모두 비슷비슷한 레퍼토리들을 갖고 전국을 떠돌아다니면서 전제군주 시대의 억눌림과 가난, 차별, 그리고 더 나아가 세상과 불화하여 영육으로 고통받고 있던 민중에게 놀이로서 울화와 시름을 달래주고 즐거움을 선사함으로써 삶에 의욕을 돋워주었다. 전 시대에 정재(呈才)와 같은 궁중예술도 있었지만 유랑단체들의 영향력이 단연 압도적이었다. 마치 오늘날 코로나로 고통 받고 있는 대중에게 트로트 가수들이 한몫을 하고 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도 같다. (100쪽)

 

1916년생 연극인들은 대체로 1945년 해방공간에서 빛을 조금씩 발하다가 6·25전쟁이 끝난 이후에 우리의 문화예술을 이끌었고 1980년대에 와서 다음 세대에게 바통을 넘기게 된다. 이처럼 이들은 근대연극으로부터 현대연극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는데, 이는 곧 한국 근현대문화의 허리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 사람도 허리가 튼튼해야 몸 전체가 건강하듯 이들의 극작, 연기, 연출 그리고 연극 교육 등의 역할이 오늘날의 풍성한 현대연극을 있게 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 주도적인 인물이 바로 이해랑 선생이었다. 즉 그는 해방 이후 정극의 주류라 할 극단 신협을 이끌면서 국립극단의 연출을 도맡아 했고, 동국대학교 연극과 교수로서 후진들을 양성하는 한편 이동극장운동을 통하여 지방 연극의 불모지에 연극의 싹을 틔웠으며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의 회장으로서 예술인들의 복지 문제를 부분적이나마 해결한 바도 있다. (186~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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