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시민군 출신 대학 강사 대학사회 폭력 다룬 소설 출간
심영의 작가 <오늘의 기분> 장편소설 내
여성 시간강사 성적폭력 등 기득권 비판
“운명적으로 묶여있던 오월의 무게를 털어버린 느낌이 들어요.”
소설가 겸 문학평론가 심영의(62) 작가는 3일 <오늘의 기분>(푸른사상)이라는 장편소설을 봉투에서 꺼냈다. 이 소설엔 “대학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부조리, 지식인들의 속물적 욕망, 사람들의 소외와 상처”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5·18민주화운동 때 시민군으로 참여했던 그는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윤리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그는 “이번 작품을 끝으로 소설 속 내 이야기는 끝일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번 소설엔 5·18 시민군에서 대학 시간강사가 된 그의 삶이 곳곳에 스며 있다. 지방 국립대 한 여성 시간강사의 성적 폭력과 죽음, 대학과 5·18단체의 기득권 등 그의 경험을 바탕삼아 얼개를 짰다. 심 작가는 “연구와 학위, 시간강사 강의 배정 등을 통해 나타나는 대학사회의 구조적 폭력을 드러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의 이번 소설엔 자주 ‘비릿하다’는 표현이 등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소설은 <사랑의 흔적>(2014년)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이다. 그는 1994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방어할 수 없는 부재’가 당선돼 등단했다. 심 작가는 “신춘문예에 도전하고 3년 만에 이룬 성과였다. 5·18 때 살아남았던 사람들의 ‘비루한’ 삶을 비판적으로 쓴 것”이라고 말했다. 신춘문예에 당선된 것은 좋았지만, 그의 프로필 ‘학력란’엔 딱히 적을 것이 없었다. 회사원으로 일하다가 5·18을 만나 시민군이 됐고, 5·18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한 게 그때까지의 경력이었다.
심 작가는 1980년 5월23일 옛 광주교도소 인근에서 붙잡혔다. 소설엔 “도청 앞에서 나는 우연히 시위 차량에 올라탔고, 하필 빨간색 소방차였고”라고 나온다. 그는 광주교도소로 끌려갔다가 헬기로 군 병원으로 후송되는 등 108일 동안 갇혔다가 기소유예로 풀려났다. 하지만 그는 한동안 당시 보안사가 조작한 ‘광주교도소 습격사범’ 7명 중의 1명으로 둔갑했다. 심 작가는 “소방차 안 한 명이 갖고 있던 총도 총알 없는 빈총이었다. 교도소 습격은 말도 안 되는 허위”라고 강조했다.
뒤늦게 국문학과에 진학해 50살에 ‘5·18민중항쟁 소설 연구’라는 논문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심 작가는 “서점 운영과 논술학원 강사로 생계를 꾸리며 공부했고, 학위를 받은 뒤 대학 시간강사로 강의하며 꾸준히 글을 썼다”라고 말했다. 지난봄엔 ‘소설적 상상력과 젠더 정치학’이라는 문학 평론집을 냈다. 1995년 제7회 전태일 문학상을 받은 그는 지난달 ‘제1회 부마 민주항쟁 문학상’ 단편소설 부문 우수상 수상자로 뽑혔다.
지금까지 그가 낸 소설과 문학 평론집 등 11권의 책은 대부분 80년 5월과 관련이 있었다. 다음 달 <민주주의와 인권>엔 전두환 회고록이 5·18을 어떻게 왜곡했는지를 분석한 논문이 실린다. 하지만 심 작가는 이제 오월을 넘어 새로운 지평을 찾고 있다. 그는 “고려 시대 때 몽골군에 쫓겨 온 ‘외부인’들을 맞았던 진도와 제주 사람들의 이야기를 300매 정도 정리하고 있다. 오월을 벗어나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겨레, "5·18 시민군 출신 대학 강사 대학사회 폭력 다룬 소설 출간", 정대하 기자, 20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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