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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간행도서

송지은 소설집, <푸른 고양이>

by 푸른사상 2020. 5. 6.



분류--문학(소설)

푸른 고양이

송지은 지음푸른사상 소설선 27146×210×14 mm224

15,000ISBN 979-11-308-1666-1 03810 | 2020.05.07.

 


■ 도서 소개


벼랑 끝에서 마주한 인생의 민낯

 

송지은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푸른 고양이<푸른사상 소설선 27>로 간행되었다. 작품들은 섭씨 4도의 냉장 창고 안, 화천의 오지, 예술마을, 실험실 캐비닛, 문이 잠긴 7층 발코니, 침대 밑 등 폐쇄된 공간에 갇힌 인물들이 처한 한계상황에서 출발한다. 등장인물들은 밀폐된 공간에 감금되면서 비로소 자신의 처지를 자각한다. 벼랑 끝에 내몰린 자신의 상황을 직시하며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삶의 의미를 인식하는 것이다



■ 작가 소개


송지은(宋知殷)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국어교육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5국제신문신춘문예에 소설 알라의 궁전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9년 아르코(ARKO) 문학창작기금을 수혜 받았다

 


■ 목차 


책머리에

 

알라의 궁전

비수구미

푸른 고양이

오래된 입주자

겨울바람

동물의 사육제

한 뼘 사이

 

작품 해설내몰린 인간, 틈새의 빛 - 김나정



■ 출판사 리뷰


송지은의 첫 번째 소설집 푸른 고양이에는 신춘문예 당선작인 알라의 궁전을 비롯한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렸다. 각각의 작품들은 등장인물이 처한 한계상황으로부터 출발한다. 섭씨 4도의 냉장 창고 안, 화천의 오지, 문이 잠긴 7층 발코니, 침대 밑……. 폐쇄적인 공간에 갇혀 궁지에 빠진 인물의 한계상황은 결코 작위적이지 않은 긴장감을 자아낸다. 소설 속 인물들은 단절된 공간에 갇힘으로써 자신의 문제에 집중하면서 철저하게 삶의 민낯과 마주한다.

알라의 궁전의 방글라데시 유학생 티푸는 실험실의 약품을 빼돌리려다 저장 창고 안에 갇히고 만다. 생존을 위해 가족을 등지고 한국으로 온 티푸는 위기에 몰리고 나서야 자신의 파괴된 삶을 되돌아본다. 한편 표제작인 푸른 고양이는 대학 연구실을 배경으로 기초의학을 전공한 촉망받는 의학도가 부조리하고 열악한 사회 환경에서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상대적 열등감과 박탈감에 찌든 젊은 대학원생이 그를 관찰하는 시선을 통해 그려낸다.

위기가 닥치거나 궁지에 내몰렸을 때 인간은 오롯이 자신의 삶에 집중하게 된다. 자신의 문제를 직시한 후에야 우리는 비로소 그 너머의 갈 길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은 독특하고도 흡입력 있는 상황을 통해 작품마다 재미와 삶의 의미를 전해준다.



■ 책머리에 중에서


첫 소설집이다.

나에게는 매우 특별한 일이며

처음 소설 쓰기를 시작할 때처럼 심정 또한 꽤 비장하다.

푸른 고양이

당신의 가슴에 어떤 온도를 남길지 궁금하다.

부푼 가슴에 누름돌이,

얽매인 시선을 흔드는 추동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책이 나오기까지 푸른사상사를 비롯하여 여러분의 도움이 있었다.

나를 사랑하는, 응원하는, 오해하는,

당신들 모두에게 머리 숙여 감사를 전한다.

소설적 영감의 발원 조나단에게 고마움을, 나를 나 되게 한 당신에게 영광을 올린다.



■ 추천의 글


좋은 소설 읽는 재미가 바로 이것 아니겠는가. 얄팍한 수사적 꾸밈을 철저하게 배제한 작가 송지은 특유의 그 섬뜩한 서사 디테일은 그의 당찬 작의를 맛깔나게 우려내기 위한 전략일 터. 그 파헤침이 집요하고 절묘하다. 작중화자는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된 끝장에서 비로소 부도덕하게 오염된 세상, 혹은 방치된 폭력에 빌붙어 살아온 자신의 너절한 인생을 발견한다는 데 푸른 고양이의 소설적 품격이 보인다. 주저앉은 그 인간의 등을 토닥이며 나쁜 세상을 향해서 돌을 던지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라는 것에 송지은 소설 읽기의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비수구미를 찾아가보는 즐거움 또한 놓칠 일이 아니다. 전상국(소설가)

 

송지은 소설을 처음 만난 것은 어느 신문 신춘문예 심사장에서였다. 약품 냉장 창고에 갇혀 저체온증에 빠져드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자기 삶을 돌아보는 인물을 그린 알라의 궁전이었다. 작품의 인상이 워낙 강해 이 작품 때문에 다른 응모작을 쉽게 읽어낸 게 아닌가 싶어 옆에 밀쳐두었던 작품들을 검산하듯 다시 읽은 기억이 있다. 그때부터 이 신인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되었다. 송지은의 소설은 일부러 극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배경과 인물이 맞물려 아주 독특한 상황을 그려내며 작품 앞머리부터 흡입력을 자아낸다. 삶의 위기가 닥치거나 멈추려 할 때 한 생의 의미가 제대로 드러나는 법, 작품마다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주는 고수의 솜씨가 곳곳에 배어 있다. 이순원(소설가)



■ 작품 해설 중에서― 내몰린 인간, 틈새의 빛


송지은의 소설은 인물들의 한계상황에서 출발한다. 인물에 대한 묘사나 배경 설명 같은 찬찬한 도입부를 잘라먹고, 불쑥 궁지에 처한 인물부터 들이민다. 컵에 물이 넘치기 직전의 상황은 긴박감을 자아낸다. 독자는 인물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이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주목하게 된다.

작가가 인물에게 마련해준 무대장치는 참신하다. 극적이지만 작위적이지 않다. 그 인물에게 맞춤인 한계상황을 작가가 면밀히 고려했기 때문이다. 탐욕과 허영, 폐쇄와 도주라는 삶이 낳은 자연스러운 궁지로 보인다.

섭씨 4도의 냉장고 안, 화천 오지, 독일 예술마을, 의학전문대학원 실험실 캐비닛, 문이 잠긴 7층 발코니, 침대 밑 등. 모두 폐쇄 공간이다. 외부와 접촉할 수 없고, 더 이상 달아날 길이 없는 궁지다. 이런 폐쇄 공간은 인물의 내면이나 상황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미, 옴짝달싹 못하는 궁지에 몰린 상태였으며 밀폐 공간은 이를 형상화한 것이다. 내내 갇혀 있었건만 자신이 갇혔는지 몰랐던 인물들은 밀폐 공간에 감금되면서 자신의 처지를 극명하게 알게 된다. 이런 궁지에 처한 인물들은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기능을 한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동시대 삶의 그늘을 형상화하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밀폐 공간은 인물들을 가두어 오롯이 자기 안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제까지의 삶을 되돌아보는 멈춤의 시간이 열린다.

- 김나정(문학평론가·소설가)



■ 책 속으로

 

천사는 실험용 암고양이 1004번이었다. 우리는 실험동물을 번호로 부른다. 천사의 뇌를 이용하여 통각의 신경전달 회로의 제어기전을 조사했다. 극도의 고통으로 시달리는 환자를 위한 실험이었다. 통각을 전달하는 신경 경로를 차단할 수 있다면 환자 치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이었다. 천사의 생명력은 대단했다. 혹독한 실험에도 살아남았다. 두개골을 열고 특정 뇌 부위에 손상 주기를 다섯 번에 걸쳐 실험했다. 천사는 죽지 않았다. 결국 통증에 대한 새로운 제어기전을 발견하지 못해 우리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실험이 끝난 동물은 CO2로 안락사를 시키는 것이 보통이다. 기수가 가장 낮은 나의 임무였다.

이리 줘.”

죽음에 임박한 천사를 안고 처치실 앞에서 머뭇거리는 나를 향해 남우가 두 팔을 내밀었다. 네가 제대로 할 수 있겠어, 하는 눈빛이었다. 그전에 내가 한 실수 때문이었다. 내가 경추를 잘못 당기는 바람에 마우스가 죽지도 못하고 뒤집힌 상태에서 네 발을 떨고 있었다. 보고 있던 남우가 마우스를 집어 들더니 찰나에 마우스의 경추를 끊어버렸다. 그때 일이 떠올라 불쾌했지만 나는 주저 없이 남우에게 천사를 넘겼다. 사실 천사의 안락사만은 피하고 싶었다. 남몰래 천사에게 닭가슴살과 아이암스 간식을 먹여온 정 때문만이 아니었다. 천사의 녹주석빛 눈동자가 자꾸 떠올랐다. 실험할 때마다 천사는 어서 너희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나를 놓아줘, 애원하는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푸른 고양이(83~84)

 

당신은 멍하게 서 있는 나의 어깨를 돌려세웠어요. 그러고는 또박또박 용건을 말했죠. 아주 낮은 음성으로.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했지. 운전한 사람이 죽었어. 안전벨트를 안 했지 뭐야. 재수가 없으려니까. 내년에 재임용 평가 있는 거 알지? 당신이 운전한 것으로 해야겠어. 김 선생 우리 과 외부 강사야. 구설수에 올라 좋을 게 하나도 없어. 조사받느라 여기저기 불려 다닐 시간도 없고. 김 선생이 우리 집에도 놀러 올 정도로 당신과도 좋은 관계였다고 하면 의심할 사람은 없어. 나한테 탈이 생기면 우리 가족 전체가 데미지를 입게 되잖아. 알지? 조기유학이라고 보내놓고 시훈이 학비랑 생활비, 어떻게 할 거야. 빨리 옷 갈아입어. 그러니까……. 당신은 말을 멈췄죠. 아마도 내가 나도 모르게 인상을 썼던 모양이에요. 당신이 가장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던 거죠. 당신은 주먹을 귀 높이까지 올렸다가 내렸어요. 당신은 내 두 어깨를 쥐고 흔들었어요. 알았지. 알았어? 당신이 고함을 지르는데도 내 귀에는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요. 당신이 내 어깨를 흔드니까 내 고개가 저절로 끄덕거렸을 뿐인데 당신은 그것이 승낙인 줄 알았던 모양이에요. 하긴 살면서 단 한 번도 당신의 명령에 대해 거역하거나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었으니까. 그러니 당신은 당신 맘대로 내 대답을 결정했던 거예요. 늘 그랬던 것처럼. 겨울바람(14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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