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CHECK]히포가 말씀하시길
지은이의 첫번째 소설집이다. 다양한 가족 군상에서 나타나는 갈등과 굴곡을 다룬 가족서사이다. 통상 따뜻함, 포용으로 정의되는 가족의 의미와 달리 가족의 중심축인 가부장제의 균열, 가족의 이기주의와 위선을 보여주며 독자들로 하여금 가족의 의미를 고민하도록 만든다. 가족도 결국은 혈연보다도 상상과 가상으로 이루어진 공동체라는 것이다.
표제작인 '히포가 말씀하시길'은 아버지를 희화화하며 가족의 실체를 폭로하고 있다. 급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아빠 히포에게 신장을 이식해주는 검사를 받기 위해 가족들이 병원에 모인다. 신장을 떼어주기 싫어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위선적이며 이기주의로 팽배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본격적인 신장이식 이야기가 오가며 가족의 모습은 파편화되고, 허울만 중심뿐인 아버지와 실질적인 가부장은 어머니였음이 드러난다.
새 외제차에 치인 피투성이 노파를 외면한 여자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지하철과 달팽이'는 분열된 가족을 치유하는 유일한 방법이 거리두기임을 보여준다. 인간관계에서도 필요한 것처럼 가족 사이에서도 거리두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96쪽, 1만5천500원.
매일신문, "[책CHECK]히포가 말씀하시길", 모현철 기자, 2020.02.28
링크 : https://news.imaeil.com/Culture/2020022617133196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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